[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 기술기업인 화웨이에 적용한 수출규제 일부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두 나라의 무역 실무협상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리브 가지(화해와 신뢰를 요청한다는 뜻)’를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논의를 시작했으며, 일부 미국 기업에게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있는 면허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라 보도했다. 정확한 물품과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NYT는 “미중 실무협상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며 화웨이에 대한 집중적인 압박전술을 시도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화웨이가 중국 당국과 유착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한다는 주장이지만, 이면에는 화웨이의 강력한 통신 ICT 기술을 견제해 중국의 기술굴기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평가다. 이에 미국은 화웨이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제재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G20을 기점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돌입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화웨이 제재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다시 ‘전쟁’에 돌입하며 전운이 고조되자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가 미국에 ‘올리브 가지’를 내미는 일도 벌어졌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가 지난 9월 10일 미국의 뉴욕타임스 및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은 물론 서방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우리의 5G 기술과 노하우를 전면 개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웨이 5G 플랫폼 전체의 사용권을 판매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자사의 모든 것을 개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사의 모든 핵심 기술을 미국 등 서방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 "우리를 믿어도 좋다"는 일종의 신호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를 두고 "화웨이가 미국 등 서방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고 평했다.

화웨이가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으나 미국의 압박은 여전히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실무협상의 책임을 맡은 류허 부총리에게 특사 자격을 보장하지 않는 한편 미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중국제조 2025 로드맵에 거리를 두는 등 협상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는 미국이 올리브 가지를 내민 셈이다. 우크라이나 게이트로 촉발된 탄핵 사태가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가운데, 운신의 폭이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중국과의 화해를 모색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 상무부가 최근 중국의 CCTV 기업인 하이크비전을 비롯해 일부 인공지능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에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는 큰 틀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키워드는 아니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NBA 휴스턴 로켓츠의 대릴 모리 단장이 트위터로 홍콩 시위대 지지발언을 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NBA에 대한 후원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한편 중국 CCTV가 NBA 시범중계를 포기하자 NBA가 결국 고개를 숙이는 사태가 벌어지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NBA의 처사를 두고 미국 내부에서 엄청난 비판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마냥 중국에 양보할 수 있는 길도 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