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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민주주의로 가장한 新권위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유강은 옮김, 부키 펴냄.

1989년 12월 미소 정상이 냉전종식을 선언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됐다. 자유민주주의가 최종적으로 승리한 것 같았다. 美 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사회 최후의 이데올로기라고 단정짓고 “역사의 종언”을 세상에 고했다.

실제로 독재자 1인이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여 국민의 삶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전체주의’는 거의 사라졌다. 북한 정도가 남았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3권 분립을 무력화하고 군대와 경찰, 여론조작과 대중동원으로 국가를 장악하는 ‘권위주의’도 민주화 물결에 대부분 휩쓸려 갔다.

그런데, 냉전종식 30년 후 권위주의가 부활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되살려낸 권위주의는 러시아, 동유럽에 이어 서구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저자는 푸틴의 장기 집권, 영국의 브렉시트(EU탈퇴), 미국의 트럼프 당선은 민주주의로 가장한 신(新)권위주의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지적한다. 신권위주의의 등장은 냉전 이후의 경제성장 둔화, 민주주의 체제의 취약성 노출, 불평등 확산 등이 배경이 되었다.

◇푸티니즘=이 책은 상당 부분을 푸틴의 권력 장악과 신권위주의 확산에 초점을 맞춘다.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들은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관리·통제하기 위해 푸틴을 대통령으로 세웠다. 푸틴은 자신과 그들의 국가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파시즘 사상을 활용한다.

푸틴의 통치철학은 자유경제정책을 가미한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와 반(反)서방 노선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푸티니즘(Putinism)은 러시아 철학자 이반 일린(Ivan Ilyin, 1883~1954)의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반 일린은 “서방 국가는 러시아라는 ‘빗자루’를 잔가지로 분해하여 꺼져가는 서구문명의 불씨를 다시 붙이려 한다.”며 서방에 적개심을 드러내고, “국가의 권위는 한 개인에게 부여되어야 하며, 그 개인에게 영광이 돌아가야 한다”는 등 파시즘을 지지했다.

러시아에서 선거는 이루어지지만 투표는 조작되고, 정당은 존재하지만 껍데기일 뿐이다. 언론은 실재하지만 국가가 통제한다. 국내 위기는 외부의 위협으로 대응하고 자유로운 여론 속에 거짓을 퍼뜨린다. 사실적 근거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푸틴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신권위주의를 동구에서 서구로 팽창시킨 방식이었다.

◇브렉시트=푸틴은 자신의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유럽 연합을 러시아의 항구적인 위협으로 정했다. 러시아가 강대국이 될 수 없다면, 다른 나라를 약화시키면 된다는 ‘전략적 상대주의’에 의거한 발상이었다. 푸틴의 유라시아 구상도 유럽 연합이 분열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푸틴은 유럽 연합을 해체하고 유라시아를 대중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극단적 민족주의자와 분리주의를 내건 정당들을 지지했다. 유럽 연합에 대한 불신을 퍼뜨리기 위해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유럽 시민들의 공공 담론에 침투했다.

특히 영국 국민 투표(2016년 6월 23일)를 앞둔 몇 주 동안 러시아는 자국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유럽 연합 탈퇴를 지지했다. 러시아의 트위터 봇(bot)들은 트위터에 수백만 개의 메시지를 올리며 탈퇴 캠페인을 지원했다. 투표 당시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봇이 살포하는 내용을 읽고 있다는 것과 이 봇들이 영국을 약화하기 위한 러시아 대외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결국 탈퇴 찬성 52%, 반대 48%로 브렉시트가 결정됐다. 영국인 스스로도 그 결과에 경악했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9.10.12  16: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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