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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프랜차이즈 카페 ‘원두 다양화’ 전략, 고객 만족도는 글쎄원두 종류 많아도 경쟁력 확보 어렵고, 고객 입맛도 획일화…전략 효용성 의문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1. 커피전문점 브랜드 A는 두 가지 원두 가운데 고객이 선택한 것으로 만든 커피 메뉴를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고객 선택폭을 늘리는 동시에 가격을 합리화시킨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 하지만 실제 매장에선 직원이 고객에게 원두 종류를 묻지 않고 바로 결제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손님이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단 사실을 뒤늦게 알고 “왜 원두 종류를 묻지 않느냐”고 물으면 직원이 “고객들이 보통 많이 찾는 원두를 (임의로 선택해) 제공했다”고 답하는 경우도 있다.

#2. 카페 브랜드 B의 매장에 들른 고객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바리스타 직원은 프론트 앞 책자를 보여주며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줬다. 책자에는 너댓개 원두 각각에 대한 설명이 간단히 기재돼 있지만 가격은 적혀있지 않았다. 손님은 예상치 못한 선택지에 약간 당황했지만 가격은 모두 같겠거니 하고 눈에 띄는 하나를 골랐다. 직원이 그제서야 기본 가격 대비 2000원 높은 값을 불렀고, 손님은 처음 결정을 무르기 귀찮아 결제했다.

주요 커피전문점 업체들이 최근 차별화 전략 가운데 하나로 고객에게 둘 이상의 커피 원두를 선택지로 제공하고 나섰다. 커피 맛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평가하는 동시에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원두 다양화가 주요 전략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관련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데다 실제 고객 니즈도 크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 서비스 효용성에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11일 커피전문점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등 주요 업체들은 기존 커피 메뉴를 제조하는 데 쓸 원두를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둘 이상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특정 원산지에서만 소량 수확한 원두를 다양한 추출 방식으로 만든 커피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리저브 매장에서 여러 원두 가운데 하나를 고른 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커피 메뉴로 이용할 수 있다. 보급형 원두보다 적게 재배되고 일부 매장에만 공급되고 있어 가격은 기존 메뉴 대비 높은 편이다.

투썸플레이스는 2014년부터 같은 가격에 두 가지 원두를 제공하는 ‘이원화’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신 맛(산미)과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의 정도(바디감) 등으로 맛이 구분되는 두 원두를 제공하며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케이크 등 디저트 메뉴들도 적극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다양한 원두를 제공하는 업체 전략은 실제 고객 니즈나 소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7년 소비자 866명을 대상으로 ‘커피전문점 이용 시 주요 고려요인’을 조사한 결과 요인 14개 가운데 ‘다양한 커피 종류’는 24.8%(중복응답)로 8순위에 꼽혔다. 가장 많이 꼽힌 요인은 ‘커피의 맛’(65.2%)이었고 ‘가까운 곳’(51.2%), ‘커피 가격’(48.8%), ‘매장의 분위기’(37.0%)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설문 응답자 10명 가운데 2~3명이 커피 메뉴의 다양성을 카페 선택 기준으로 꼽긴 했지만 비중은 비교적 적은 셈이다.

소비자들이 커피전문점 커피를 마시는 이유로 타인과의 만남을 고려해 ‘보편적인 브랜드’로서 선택한 점도 맛을 다양화하는 전략의 효용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트렌드모니터가 같은 기간 소비자 1000명의 커피전문점 브랜드 이용 태도에 관해 설문한 결과 ‘커피전문점 커피는 내가 원해서라기보다는 타인과 함께 하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답한 비율이 56.2%(562명)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타의로 커피전문점 매장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원두 다양화 전략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소비자 입맛이 아직 단순한데다 원두마다 차별적인 풍미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러 가지 원두를 내놓는 방안이 고객 유인책이 되지 않는 상황을 학습한 현장 직원들도 원칙에서 벗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소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커피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 사이에선 사람을 만나거나 카페인 효과를 얻기 위해 접근성 좋은 가맹 브랜드 매장을 이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가맹 브랜드들이 국내 원두커피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입맛을 획일화시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통상 원두를 대량 수입하는데, 쉽게 산패(酸敗)되는 원두 특성 상 재고 관리가 쉽지 않아 커피 맛의 차별화나 고품질을 실현시키기도 힘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원두 상품군이 최근 들어서야 국내에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소비자 니즈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체들이 여러 가지 원두를 앞세우는 전략은 추후 더욱 늘어날 소비자 요구사항에 선제 대응하는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최근 홈카페 시장이 더욱 확장하고 스페셜티가 적극 도입되는 등 커피에 대한 우리나라 고객들의 니즈는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수년 내 기존 상품군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맛을 기준으로 커피 제품을 즐기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훈 기자  |  cdhz@econovill.com  |  승인 2019.10.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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