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의 글로벌 인력들. (왼쪽부터) 더글러스 이자미네 글로벌 인사(HR) 총괄, 제이 조르겐센 최고윤리경영책임자 그리고 쿠팡 이사회의 새로운 멤버가 된 케빈 워시 前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 출처= 쿠팡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9일 前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인 케빈 워시(Kevin Maxwell Warsh)를 새로운 이사회 일원으로 영입했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쿠팡은 자사의 주력 비즈니스인 이커머스 부문, 법무 부문 등 중요 요직에 외국인 인재들을 영입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 한때 이러한 쿠팡의 인사에 대해 김범석 대표이사와 연관된 ‘안 좋은 소문’들이 있기도 했으나, 쿠팡은 전혀 개의치 않고 해외 큰 조직에 몸담았던 전문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과연 쿠팡의 해외 인재 영입은 어떤 경우의 수를 염두해 둔 것일까. 

안 좋은 소문?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는 청소년 시절 미국 유학을 떠나 명문학교로 이름 난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를 졸업한 이후 하버드대학교 정치학부를 졸업했다. 학창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만큼 김 대표는 해외에 중요한 인맥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김 대표의 이력은 쿠팡의 외국 인재 영입의 의미에 대해 조금은 다른 해석들이 나오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수년 전 쿠팡과 관련된 한 커뮤니티에서는 “미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김 대표가 해외에서 데려온 인력들을 주요 요직에 앉히는 이유는 한국인 임원들의 역량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고, 한때는 꽤 넓게 확산됐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황을 근거로 한 추측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문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아마존, 월마트 출신 임원부터 전 연준 이사까지

쿠팡에서 주요 요직에 앉은 외국인 책임자들 중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총 3명이다. 우선 2016년 1월 쿠팡에 처음 합류해 2019년 1월 퇴사하기 전까지 쿠팡의 글로벌 이커머스 부문 수석부사장(SVP)을 역임한 아마존 출신 나비드 베이세가 있었다. 지난해 9월에는 새로운 글로벌 인사(HR) 총괄에 미국 스타트업 기업 카밤과 영국 상장사 자이라텍스(현재 시게이트)에서 최고인사 책임자 출신 더글라스 이나미네 수석부사장(SVP)을 영입했다.  

이후 쿠팡은 지난 3월 15일 월마트 출신 법률 전문가 제이 조르겐센(Jay Jorgensen)을 영입해 최고법률책임자(General Counsel) 겸 최고윤리경영책임자(Chief Compliance Officer)의 자리에 앉혔고 지난 9일에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금융전문가인 前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케빈 워시(Kevin Maxwell Warsh) 이사를 이사회 일원으로 영입했다. 

각 인재들의 이력을 고려하면 쿠팡이 보여준 일련의 인재 영입에서는 어떠한 일관성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각자가 너무나도 다른 분야에서 전문적 역량을 자랑하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쿠팡의 큰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는 상당히 다양한 가능성과 경우의 수로 해석되곤 했다.    

▲ 2015년에 열린 쿠팡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출처= 쿠팡

쿠팡은 무엇을 계획하는가 

쿠팡에 영입된 인사들은 모두 글로벌 전문 분야에서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를 고려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쿠팡의 해외사업 확장이다. 실제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국 쿠팡에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소통하는 조직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확장의 한계를 느낀 쿠팡이 국내 대기업 유통업체들처럼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럴듯한 분석이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쿠팡은 주력 비즈니스인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와 물류사업으로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방법을 통해 성장해왔다. 분명 현재의 쿠팡은 창업 초기인 2010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으나, 규모와 비례해 계속 누적되는 큰 영업손실은 쿠팡의 장기 생존에 대한 의문을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해외에서 국내와 같은 유통-물류 비즈니스 기반을 위험을 감수하고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쿠팡의 해외 전문 인력 영입이 그릴 수 있는 그림으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해외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반경의 확장이다. 쿠팡이 지난 3~4년간 보여준 규모 확장의 원동력은 글로벌 IT기업 소프트뱅크 그리고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있는 비전펀드의 지원한 총액 30억달러(약 3조5868억원)에 이르는 자본이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가 아무리 긴밀한 관계라고 해도 쿠팡에게 ‘무한 지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의 기업공개가 무산되면서 위워크의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난감한 상황에 처하면서 쿠팡에 대한 지원도 곧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쿠팡 로켓배송 성장 추이 그래프. 출처= 쿠팡

쿠팡에게 남은 선택지들 중 하나는 지속적 자본 유입을 도모할 수 있는 기업공개를 통한 국내 증시 혹은 쿠팡LLC가 있는 미국 나스닥 상장이다. 실제로 김범석 대표는 쿠팡의 기업공개와 상장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쿠팡이 설립된 이듬해인 2011년 8월 1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쿠팡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쿠팡은 한국형 소셜커머스 모델로 깐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 수준을 인정받았다”면서 “쿠팡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2013년에는 미국 나스닥에 직접 상장을 도전하겠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후 한국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과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유통-물류-IT의 혁신이 글로벌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등의 변화로 나타나면서 김범석 대표의 당시 발언은 ‘사업 1년차 스타트업의 패기’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김 대표의 발언은 사업 초기의 쿠팡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을 나타냈다는 것에서 현재에 이르러 그 의미가 다시 해석되고 있다. 

일련의 해석들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글로벌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은 전문가들이 쿠팡으로 합류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우리가 내세우는 비전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모두가 예상하는 것과 같이 현재 쿠팡이 글로벌과 관련된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글로벌 전문가들과 함께하게 된 만큼 우리는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모두의 예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길을 찾고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은 분명 2010년의 쿠팡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들의 행보는 모두를 주목시킨다. 과연, 쿠팡은 글로벌 인재들의 역량으로 어떤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