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타진되는 자율주행차 로드맵은 일반적으로 ‘자율주행기술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얼마나 똑똑하고 부드럽게 자율주행이 가능한가’가 핵심이며,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레벨의 상승을 통해 기술의 경중을 따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로드맵은 단순히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해당 플랫폼 서비스가 얼마나 확실하게 가동되며 일종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지가 핵심이다. 구독 비즈니스와 도 시너지를 내는 자율주행차 전략이 전체 모빌리티 혁명의 ‘일부’인 이유며, 구글의 웨이모가 차량 호출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율주행차 로드맵은 이러한 주변부 생태계를 연결하며 궁극적으로는 기존 도시 도로 인프라에 자연스럽게 이입되어야 한다. 특정 도시를 시작부터 자율주행차 기술 적용을 전제로 구축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존재하는 도시에서 자율주행차 로드맵을 가동하려면 그에 맞는 ‘인프라의 전략적 화학반응’이 필수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 자율주행차 기술도 중요하지만 자율주행차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기존 도시 도로 인프라에서 자율주행차가 얼마나 똑똑하게 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나아가 자율주행차와 주변 사물, 사람과의 연계 플레이가 얼마나 확실하게 구현되는지가 중요하다. LG유플러스가 10일 공개한 자율주행차 전략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LG유플러스의 5G 기반 자율주행 로드맵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5G-V2X 신기원 연다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차 기술 ‘속도’에 시선이 집중된다. 기존 도시 도로 인프라에서 얼마나 똑똑하게 달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이미 그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한양대학교와 서울숲 이원중계를 통해 자율주행차 도심도로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5G 자율주행차가 통제되지 않은 도심 도로에서 일반 차량들 틈에 섞여 달리는 것은 처음이다. 한양대와 LG유플러스는 보다 진화된 자율주행 및 통신 기술을 알리기 위해 자율주행 실험도시나 비교적 차량이 없는 외곽 지역이 아닌 혼잡한 도심 도로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시연에서 A1의 운전석 탑승자는 실제로 ‘자율주행 모드 ON’ 스위치를 누른 후 도착할 때까지 운전대와 가속·제동 장치에서 손발을 뗐다. 성수동 한강사업본부에서 출발한 A1은 강변북로-영동대교-올림픽대로-성수대교를 거쳐 서울숲 공영주차장에 도착하는 약 8Km의 거리를 25분 동안 스스로 주행했다. 강변북로에 진입하는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고속화 도로에 합류했으며 다른 자동차와의 간격도 여유롭게 조절했다. 과속방지턱을 인지해도 속도를 줄이는 기술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율주행차가 기존 도시 도로 인프라에서 비 자율주행차와 함께 안정적으로 도로를 달렸던 기술력이 공개된 상황에서, LG유플러스는 10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G-V2X(차량·사물간 통신) 기반의 일반도로 자율협력주행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5G-V2X(Vehicle to Everything)는 이동통신(5G) 기반의 차량무선통신으로 차량과 사물(다른 차량, 모바일 기기, 교통 인프라 등)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차량 대 차량(V2V, Vehicle), 차량 대 기지국(V2I, Infrastructure), 차량 대 보행자(V2P, Pedestrian), 차량 대 네트워크(V2N, Network) 등을 포함하며 쉽게 말하면 자율주행차 주변의 다양한 객체들이 서로 유기적인 정보를 교환하며 안정적인 주행 환경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라이다, 레이더 등 차량 센서를 통한 자율주행 기술 시연만 진행하거나, 5G-V2X 기반의 셔틀 버스 솔루션만 공개하는 등 말 그대로 기술 기반의 자율주행차 로드맵만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5G 자율주행차 실제환경 주행을 넘어 ‘모든 것의 연결’인 5G-V2X까지 로드맵을 확장한 셈이다.

LG유플러스 최주식 기업부문장(부사장)은 “이동통신 기반의 모빌리티 사업은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시작해, 이제 주변 차량·사물과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했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각 지역의 C-ITS 고도화를 추진하고, 궁극적으로 운전대 없는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 보여준 자율주행차 실력은 인상적이다.

현장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자율주행차를 탑승지까지 이동시키는 장면이 시연됐다. 이후 시연자를 태운 자율주행차는 5G MEC(Multi-access Edge Computing)를 통해 선행차량 영상 전송(See Through) 시연에 들어갔다. 차량 급감속이나 급정거 같은 돌발상황을 전달해 추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탑승자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나 자율주행 센서가 인지 불가한 순간도 사전에 대응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주변 지능형CCTV로 보행자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다이나믹 맵(Dynamic Map)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지점이다. 심지어 자율주행차는 횡단보도에서 신호와 상관 없이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를 사전에 감지, 즉시 정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율주행차가 가동하던 중 구급차가 나타나자 5G-V2X를 통해 차선 변경 및 서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시영역 ’지오펜싱(Geo-Fencing, 지리적 울타리)’이 나타나자 시속 10~20km로 주행 속도를 낮추는 한편 다이나믹 맵(Dynamic Map)을 통해 전방에서 발생한 실시간 사고 정보를 받고 차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 LG유플러스가 공개한 차량호출 서비스가 보인다. 출처=LG유플러스

LG 연합군 총출동...탄탄한 그림

LG유플러스는 이번 시연을 기반으로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일대를 5G-V2X 자율주행 기술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최주식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부사장)은 “자율주행의 4대 기술로 꼽히는 차량제어, 경로생성, 상황인지, 위치정보 중 차량제어를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영역에서 5G 통신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라며 “우리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 ACE Lab 선우명호 특훈교수는 “차랑이 다른 차량·사물·도로인프라와 통신하는 기술은 자율주행 연구에서 빛과 소금 같은 것”이라며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 인프라에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