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의 클라우드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의 AWS를 선두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등 다양한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의 클라우드 선봉장인 NBP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다양한 기술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글로벌 클라우드 거인들에 맞서 국내 데이터 주권을 지킨다는 프레임을 내세우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데이터센터 각이 보인다. 출처=네이버

치열한 경쟁
AWS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이커머스의 아마존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후 글로벌 ICT 플랫폼의 패권을 장악했다는 평가다. 클라우드 기반의 스태디아 게임 플랫폼으로 업계를 놀라게 한 구글은 최근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루커를 26억달러에 인수하는 한편 강력한 추가 인수합병 본능으로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 로드맵으로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라클과 손을 잡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데이터 센터 설립이 속속 이뤄지며 클라우드 무한경쟁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구글은 내년 초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열어 다양한 로드맵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이지영 구글 클라우드 한국 총괄은 "구글은 10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가진 서비스가 8개 존재하며, 많은 인프라를 통해 운용한 노하우가 있다”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적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지영 구글 클라우드 한국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구글

구글 서울 GCP 리전은 처음부터 리전 내 3개의 영역을 가동하여 애플리케이션의 고가용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컴퓨트 엔진, 쿠버네티스 엔진(Kubernetes Engine), 클라우드 스토리지, 클라우드 빅테이블(Cloud Bigtable), 클라우드 스패너(Cloud Spanner), 빅쿼리(BigQuery) 등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모든 핵심 제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리전은 2017년 열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테크놀로지 센터 서울(Microsoft Technology Center Seoul)도 등장한 가운데,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AWS는 현재 국내에 복수리전을 운영하는 중이다. 여기에 오라클은 2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서울 리전의 개소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삼성SDS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달 20일 춘천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개소한 가운데, 추후 경기도 동탄에도 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각오다. 데이터 센터는 국내에만 5번째며 해외를 더하면 15번째다. 삼성SDS 윤심 클라우드사업부장(부사장)은 “클라우드 IT인프라와 더불어 고객의 업무시스템까지 클라우드에서 최적화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 고 강조했다.

▲ 임태건 리더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NBP, 강하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경쟁력도 눈길을 끈다. 이미 춘천에 데이터 센터 각을 가동하는 가운데 제2의 데이터 센터 각을 위한 로드맵도 가동되고 있다. 데이터 센터 각이 100% 클라우드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는 조금씩 그 영역을 늘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전략은 NBP가 책임지고 있다. NBP는 거인들의 공세에 맞서 자사의 클라우드 전략이 확장되고 있으며,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보루가 되겠다는 각오다.

8일 삼성동에서 열린 ‘NAVER CONNECT 2020’ 세션에서 NBP 임태건 클라우드 세일즈 리더는 "아마존과 구글, MS 등 유수의 글로벌 IT기업들도 모두 클라우드를 중요한 신사업으로 정했다"며, "올해부터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수의 외국계 클라우드 사업자가 리전을 설치 하는 등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는 이미 나오고 있다. 최근 얀덱스와 인텔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 중심의 클라우드 경쟁력 확보하고, 네이버와 라인을 오랫동안 운영한 노하우를 살려 국내외 고객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2017년 22개로 시작한 상품 수는 매달 5개 이상 출시하며, 3년이 채 안된 지금 132개까지 라인업을 갖췄다. 네이버의 클로바 챗봇, 음성인식, 파파고, 지도 등의 서비스를 NBP 클라우드 위에서 API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 중 최초로 국제기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남아 SaaS 1위 업체인 데스케라와도 계약을 맺기도 했다.

탄탄한 실력은 이미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임 리더는 NBP의 고객 사례로 도미노 피자와 이디야, 나이키 등을 소개했다. 이 기업들은 크리스마스와 신제품 출시, 할인 이벤트 같은 이슈로 트래픽이 몰릴 때 마다 서버 다운 현상을 겪었지만,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변경한 뒤 원활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특히, 도미노 피자는 챗봇을 활용한 주문 서비스를 활용해 많은 인적 리소스를 아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태건 리더는 "이제 막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열리고 있고, 많은 기업과 관공서 등이 이를 활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NBP에 IT인프라를 맡기고, 고객사 본연의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의 NBP가 추구하는 클라우드 전략은 단순한 비즈니스 확장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종의 데이터 주권이다.

▲ 이해진 GI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지난 6월 이해진 네이버 GIO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네이버의 '현 주소'를 '삼별초'와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이 GIO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경은 없다"면서 "구글이라는 인터넷 제국에 끝까지 저항하는 네이버가 삼별초처럼 거인들에 저항해 버텨 살아남은 회사라는 말을 우선적으로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네이버가 추구하는 클라우드 정신에도 대입이 가능하다. 클라우드로 통칭되는 데이터 시대가 열리는 가운데, AWS와 같은 거인들에 맞서 한국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삼별초가 되겠다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 국가의 패권경쟁이 격렬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자국에 유리한 정국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가동되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으려 화웨이에 확인되지 않은 '백도어' 프레임까지 대입하며 강력한 압박을 가동하는 중이다. 결국 ICT 기술은 만민평등의 개념이 아니라 의지를 가진 국가 권력에 좌우될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데이터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NBP의 로드맵에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글로벌 ICT 트렌드를 버리고 오로지 네이버만을 위한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론도 상당하다. 클라우드에 있어서도 한국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NBP에 필요이상의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