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기다리던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불과 이틀앞두고 분위기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류허 부총리는 미국발 비행기에 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현재까지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험악한 분위기로 시장은 조마조마하다. 언제 이 긴장감이 깨질지 걱정이 크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또 한번 급락장세를 연출했다. 다우지수가 1%이상 하락하고 나스닥지수는 2%가까이 급락했다. 이틀연속 약세였다. 이날 시장은 제롬파월 연준의장의 덴버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의 이틀째 연설을 기대했지만, 전일과 마찬가지 뚜렷한 추가금리인하에 대한 발언을 찾아볼수 없었다. 기존 입장 그대로 현재의 상황을, 현재의 데이타를 근거로 유연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역시 강조했을 뿐이다. 물론 대차대조표 확대에 대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부정적 움직임에 대해서 대처할 준비를 하고있다는 점은 밝혔다. 

시장은 제롬파월의 미적지근한 연설보다 중국 상무부의 신경질적인 논평에 집중했다. 또 고위급 협상에 참여하는 류허 부총리가 특별대사의 직함없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 한번 실망매물이 쏟아지며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서부 신장 지역 이슬람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침해 연루 혐의를 들어 총 28개 중국 정부기관과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제재목록)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곧바로 공식 성명을 내고 미국의 이번 조치는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미국 상무부가 밝힌 블랙리스트 등재 기관은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 인민정부 공안국, 19개의 하위 정부 기관과 하이크비전, 다후아, 아이플라이텍, 샤먼 메이야 피코 인포메이션, 이씬 과학기술, 메그비, 센스타임, 이투 테크놀로지 등 8개기업이다. 8개기업중 하이크비전과 다후아는 감시 카메라 제조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관과 기업은 미국기업과 거래를 할때마다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틀뒤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류허 부총리가 '특별대사(특사)' 자격으로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뉴스가 또 한번 투자심리를 때렸다.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류허총리의 방문으로 이번 워싱턴 협상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일에도 류허 부총리는 중국 실무 협상단에게 중국 국가주도산업과 통상정책, 정부 보조금 개혁 약속은 협상안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첫 공개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를 꺾었다.

이날 시장은 두가지 관점에 주목했다. 한가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이슈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문제 혐의를 거론한 상무부의 제재조치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복면금지법이후 시위가 더 격렬해지고 있는 홍콩에 대해 인간적인 해결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듯이 미중 관계가 경제적 관점은 물론 인권적 관점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탄핵위기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 약화에 대해 중국의 태도변화다. 중국은 최근까지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할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스몰 딜'로 일단 시간 벌기 작전이었다. 미국이 요구한 미국산 대두 2000톤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면 사실상 중국업체의 수입을 전면 허용했고 미국 돼지고기 수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또한 이란 제재와 관련해 이란개발사업에서 공식적으로 발을 빼며 미국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해왔다.  

최근 3일새 이 우호적 분위기가 돌변했다. 위구르 사태와 홍콩사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역전쟁이 인권과 트럼프의 탄핵 위기로 고위급 협상 이틀을 앞두고 방향이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오는 15일 부과되는 보복관세 중단과 화웨이 거래 규제 해제 등 스몰 딜로 일단 시간을 벌어보자는 중국측의 작전도 내년 미국 대선때까지로 장기간 관망 모드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신임 총재는 이날 글로벌 경기의 동시적(synchronized) 둔화를 경고하면서 첫 공개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올해 글로벌 경제지역 90%에서 성장세가 낮아질 것이라며 무역갈등의 동시적 해결을 강조했다.

미국 경제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연설과 글로벌 경제 90%이상은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IMF총재의 연설 사이에서 글로벌 증시는 어디로 갈지 혼란스럽다. 연말장세가 잿빛일지 아니면 연준의 선물로 다시 핑크빛을 찾을수 있을지 전망이 갈수록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