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펫보험 격전지가 반려견 보험에서 반려묘 보험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올해부터 반려묘 보험이 속속 등장하더니 최근 온라인 고양이 보험도 출시됐다. 하지만 보험료 대비 보장성이 낮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고양이 보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삼성화재는 지난 7일 다이렉트 반려묘 보험 '애니펫'을 출시했다. 지난 8월 첫 선을 보인 반려묘 보험의 판매 채널을 온라인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 상품은 반려묘의 입·통원의료비 및 수술비, 사망위로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한다. 순수보장성 일반보험 상품으로 보험기간은 1년이다.

앞서 메리츠화재도 고양이 전용 보험을 선보였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4월 '펫퍼민트 캣(Cat) 보험을 출시하며 고양이 특화 보험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생후 91일부터 만 8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이 상품은 3년 단위로 보험료가 갱신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KB손해보험도 반려묘 보장이 가능한 펫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비영리기관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 중인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상해 및 질병에 대해 보장한다.

롯데손해보험 ‘마이펫보험’도 고양이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다. 수술·입원 의료비를 보장하는 ‘수술입원형상품’과 통원진료를 추가적으로 보장하는 ‘종합형상품’으로 구성됐다.

이 같이 고양이 보험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은 고양이 양육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양이 보험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묘 수는 233만 마리로 지난 2012년(116만 마리)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반려견은 440만 마리에서 660만여 마리로 1.5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반려묘 수는 약 953만 마리로 반려견 892만 마리를 넘어섰다.

특히 손해보험업계 1위 업체인 삼성화재가 지난 8월 반려묘 보험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 온라인까지 판매 채널을 확대하면서 고양이 보험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고양이 보험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반려묘 보험 출시를 검토하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이미 반려묘 보험 경쟁에 돌입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양이 보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보험료 대비 보장 수준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고양이 보험은 생후 5~6개월이 지나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고양이는 새끼 때 병원 갈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6개월이 지난 고양이의 경우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 실질적인 보험 혜택이 적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자주 걸리는 구강질환에 대해서도 보장이 미흡하다는 평이다. 보험료는 4만원 대 수준으로 사람이 가입하는 실손의료보험 등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고양이 보험이 이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는 것은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 우려 때문이다.

반려견과 달리 반려묘는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화 돼있지 않다. 이에 고양이 보험은 피보험 대상 식별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도덕적 해이 우려가 큰 상품으로 거론된다. 가령 A고양이를 보험에 가입시키고 향후 보험금을 탈 때에는 B고양이를 데려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표준화돼있지 않은 동물진료수가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1999년 자율경쟁으로 진료비를 낮춘다는 명목으로 동물진료수가제도가 폐지됐으나 표준수가·상병코드 부재로 과잉, 허위진료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보험가입 반려동물은 보험 미가입 동물에 비해 의료비 지출 수준이 30~4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 진료 항목에 대해서도 지역별, 병원별 진료비 격차가 5배 이상 발생하며 입원비용 이외에 마취 등 부가비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묘 보험은 반려견 보험보다도 시장이 활성화 돼있지 않아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해 보험요율 산출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은 손해율 상승을 막기 위해 고양이 보험 상품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반려묘 양육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양이 보험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으나 정작 가입률은 저조하다"며 "자동차보험에서 개나 고양이를 대물로 간주하고 있듯이, 펫보험도 반려동물의 보장을 사람이 가입하는 보장 수준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