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롯데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런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면 불매운동을 ‘절대로 할 수 없는’ 유일한 기업은 롯데”라고. 이는 제조, 유통, 관광, 문화 등 소비와 밀접한 영역에서 롯데가 하지 않는 사업이 거의 없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껌·비스킷 등 제과류 제조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롯데의 초기를 생각하면 국내 재계 순위 5위에 올라있는 그룹의 입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성장이다.

신격호 회장 시절부터 내려온 롯데의 전략은 명확하다. 이를테면 특정 시장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거나 “의미가 있다”라는 판단이 들면 시장을 장악 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와 ‘회장님’의 뜻에 근거한 확실한 지원으로 시장을 완전 장악하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롯데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의 중국 진출이다. 물론 국내 한정으로 일련의 시장 확장 과정에서 과거의 롯데는 단가 후려치기(시장 유통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유통시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 혹은 대기업의 위치에서 중소기업들을 그야말로 ‘달달 볶는’ 일종의 갑질로 악명이 높았다. “이긴다”는 목적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그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배제하는 과거 롯데의 경영 방법론은 신동빈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 온 이후 다소 분위기가 바뀌었다.

‘철저한 준비’ 돋보이는 롯데의 유통

유통업에서 ‘이기는 게임’을 하기 위한 롯데의 준비는 매우 철저하다. 이는 롯데 유통사업의 구조와 그를 지원하는 각 사업부문 그리고 신동빈 회장이 제안하는 여러 방향성들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롯데유통사업의 중심은 계열사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H&B스토어), 롯데아울렛, 롯데홈쇼핑 그리고 최근 법인이 출범된 롯데e커머스 사업부가 속해 있다. 각 사업부문의 이름만으로도 국내에서 유통으로 하지 않는 사업의 형태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빠진 부분은 롯데쇼핑과 같은 롯데지주 직속 법인으로 사업부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다. (면세점은 아직 국내에 상장되지 않은 호텔롯데에 속해 있다.) 대외적으로 유통업이라는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부분을 이 정도라고 하면 롯데는 다른 계열사들로 유통의 역량 확장을 확실하게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롯데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식음료 제조업군과 최근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이커머스의 역량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물류 사업부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있다. 

▲ 롯데 오산캠퍼스 공사현장을 방문한 신동빈 회장. 출처= 롯데그룹

여기에 더해 롯데 유통의 ‘비밀병기’로 아직까지는 그 가치에 대해 많은 의문이 남아있는 롯데의 간편 결제 시스템 L.PAY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가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유통을 가장 중심에 두고 이를 계열사의 상품 혹은 B2B(기업 대 기업) 서비스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완벽하게 갖춰둔 롯데의 철저한 계획이 엿보인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지난 2014년부터 신동빈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어떤 키워드다. 바로 ‘옴니채널(Omni-Channel·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등 장소나 환경에 관계없이 같은 조건으로 상품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나로 연결된 유통 체계)’다. 

2014년 롯데 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체가 되어야 한다”라면서 자사의 유통이 앞으로 주목할 방향으로 옴니채널을 이야기했다. 롯데의 옴니채널이 추구한 것은 자사의 광범위한 유통채널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 구축과 이를 지원하는 유통 첨단기술의 구현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디지털혁신TF’라는 별도의 조직을 꾸려 운영하기도 한다. 이후 과거 롯데닷컴의 인력들을 흡수한 롯데의 이커머스 사업부문이 별도의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최근 롯데는 이커머스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는다. 

신동빈 회장은 2019년 사장단 회의에서 유통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사업의 첨단화를 이야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표현으로 옴니채널의 방향성을 계승한다. 일련의 노력은 백화점, 홈쇼핑 등 각 유통채널에 속한 온라인 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하거나, 장바구니를 들지 않고 쇼핑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의 ‘스마트쇼퍼’, 인공지능 기술로 운영되는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그리고 롯데의 7개 유통채널 온라인 쇼핑몰에 한 번에 로그인 할 수 있는 체계인 ‘롯데ON’등의 결과물들로 구현된다.  

비밀병기 ‘롯데멤버스’ 

2014년 롯데가 구상했던 디지털, 온라인화의 1차 완성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은 바로 롯데멤버스다. 롯데멤버스는 국내 약 3900만명의 가입회원, 50만 제휴점을 보유하고 있는 통합 멤버십 서비스 엘포인트(L.Point)와 간편 결제 서비스 엘페이(L.pay)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멤버스의 포인트 혜택이나 편의성도 분명 무시 못 할 강점이지만, 더 무서운 점은 바로 3000만명 회원들의 고객 빅데이터다. 

이커머스를 완벽하게 이루는 여러 조건 들 중 필수요소에 속하지만 가장 확보가 어려운 것이 바로 회원들의 소비 패턴이 드러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다. 적어도 롯데는 이 부분에서는 국내 어떤 유통업체들보다 강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디어나 업계는 “엘포인트와 엘페이는 롯데의 옴니채널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롯데는 엘포인트, 엘페이가 가진 강점들을 아직까지는 전면에 드러내거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2020년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롯데가 많은 수의 기술 인력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전해지고 있다”면서 “당장 당면한 과제와 같은 온라인 통합 플랫폼 구축이 완료된 이후 롯데는 앞서 선보인 롯데ON과 롯데멤버스를 연결시켜 이를 이커머스에도 차차 적용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