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한빛비즈 펴냄

[이코노믹리뷰=성시현 기자]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삶이 복잡해질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사고하고자 하는 시대적 흐름이 대한민국을 조용히 물들이고 있다. 인문학이라는 학문의 ‘붐’이 단적인 예다. 삶의 근원과 존재 이유를 찾고자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함께 관련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대중의 갈증을 가늠할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부설 연구기관인 백상경제연구원은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8만여 명의 수강생을 모은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하 고인돌)’ 강의를 진행 중이다. 도서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는 고인돌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성됐으며 1인 저자의 학문적 깊이에 의존하는 대신 집단지성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36개의 주제를 선정해 하나의 그릇에 담기 어려웠던 ‘인문학’의 범위를 ‘멈춤’ ‘전환’ ‘전진’ 이라는 세 가지의 방향성으로 나누어 풀어냈다. ‘퇴근길 30분’이라는 슬로건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책 읽는 삶이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책은 생태학부터 동양 고전에 이르기까지 ‘개념과 관념’을 함께 보여주는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독자들로 하여금 모호한 인문학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스스로 관념적 사유를 즐기는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차근차근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읽는 식견을 얻을 수 있다. 씨줄과 날줄이 만나듯 다양한 지식들의 접점을 찾는 통섭의 기쁨은 덤이다.

하루 중 오롯이 나만을 위해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정신없이 분주한 현대인에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30분 독서를 통해 세상을 읽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권유한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만을 위한 인문학 수업이다.

‘멈춤’편은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의 첫 주자다. 속도경쟁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인문학이라는 그늘에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지적 목마름을 축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문학·역사·철학과 같은 전통적인 인문학은 물론 생태·경제·건강·영화·연극·역사·경제·고전 등 인간을 에워싼 문명의 결실을 폭넓게 다룬다. 매우 중요하지만 잘 몰랐던 우리나라의 역사, 나만 힘든 것 같은 인간관계, 종일 엑셀 파일을 들여다보지만 정작 내겐 없는 경제관념, 밤하늘에 떠 있는 빛나는 별들의 이야기까지. 정통 인문학자는 물론이고 정신과 전문의, 배우, 소설가, 고전 번역가, 영화평론가, 경제학자, 군사전문기자, 철학자 등 독자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친절하고도 생생한 언어가 가득하다.

퇴근 후 자신의 일상을 시작하는 것이 직장인의 로망이다. 좋은 인풋(Input)이 있어야 그에 맞는 아웃풋(Output)도 있는 법. 업무가 끝난 후 본인의 일상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프로 퇴근러’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