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국회의원(서울 노원 병)은 10월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현대건설 직원이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화력발전 2호기 건설과정에서 주민 무마용으로 5억50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해외석탄발전사업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해외석탄발전사업 진출의 전면 중단 역시 요구했다. 이번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는 현대건설 손준 전무, 인도네시아 현지주민과 환경단체활동가가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참석해 찌레본 2호기 뇌물사건에 대해 증언을 진행했다.

현대 건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인도네시아 찌레본 2호기 석탄발전 사업은 한국수출입은행이 6200억원의 금융을 지원하고, 한국중부발전이 500억원의 지분을 투자한 대표적인 석탄발전 사업으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찌레본 지역의 군수인 순자야 푸르와디사스트라(Sunjaya Purwadisastra)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의원실에 따르면 순자야 군수가 지난 5월 매관매직 혐의로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공소장과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조사 과정 중에 현대건설이 총 6차례에 걸쳐 순자야 군수의 관저 등지에서 현금으로 총 5억5000만원을 건넸고, 순자야 군수도 이를 시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재판과정에서 현대건설 현지사무소 직원이 재판에 참고인으로 불려나가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측은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 면담에서 “뇌물이 아니라 순자야 군수가 민원을 중재하겠다고 비용을 요구해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 측은 그러나 순자야 군수 측에 건넨 돈이 개인계좌를 통해 들어간 점, 관청이 아닌 개인 저택에서 전달된 점 등을 고려하면 뇌물죄 적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성환 의원실은 현재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가 순자야 군수 재판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현대건설 뇌물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환 의원실은 현대건설의 뇌물죄 적용이 확정되면 현대건설은 수백억 원대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 환경단체들이 한국의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이하 ‘국제뇌물방지법)’과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으로 각국 법원에 고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찌레본 2호기 사업은 사실상 ‘검은 뇌물’이 오고 간 비리 사업”으로 규정하고, “투자자인 한국수출입은행과 중부발전은 ‘OECD 공무원 뇌물방지협약’을 어긴 이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업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찌레본 2호기를 비롯해 해외석탄화력사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불법행위가 나타나는 경우 관계자 처벌해야 한다”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찌레본 2호기 뇌물 의혹에 대한 처벌은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해외석탄화력사업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일 뿐, 더 중요한 건 해외석탄발전 진출을 중단하는 일이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은 이미 해외에서 총15건 18.4GW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추진 중에 있고, 한국무역보험공사는 5조 3천억원 가량의 금융을 지원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석탄화력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