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전자소송이 시효완성으로 죽은 채권을 부활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채권회사엔 쉽고 금융소비자에겐 어렵기 때문이다. 부활된 채권은 다시 추심으로 이어진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채권추심 회사(연체 채권을 회수하는 회사)상위 20곳의 전자소송 빚 독촉이 연간 20만건을 넘어섰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이 넘었다.  

추심업체들의 전자 소송을 통한 빚 독촉은 시효가 완성된 죽은 채권을 손쉽게 부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거래로 생긴 빚은 5년간 법조치를 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민법은 이렇게 죽은 채권이라도 채권자의 소송에 채무자가 대응하지 않으면 다시 채권을 부활시킨다. 

추심업체는 시효완성 채권을 매입해 다시 전자 소송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현실이다. 

채권자는 오랜 기간 회수노력을 하지 않고, 채무자는 상환능력이 없는 상황인데 채권 회수의 실효성은 없고, 압류 등으로 채무자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추심업체 상위 20개 업체 기준, 18년 한 해 동안 20만 8000건을 독촉했다. 그 가운데 20만 7000건이 전자 소송을 이용한 독촉이다. 그 금액 또한 2017년 1조 1868억원에서 2018년 1조 4554억으로 증가했고, 2019년 상반기 동안 12만 6000건, 8155억원에 이르고 있어, 올해도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전자소송을 통해 독촉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추심 상위 20개사 기준이며, 업계 전체로 추산해본다면 그 규모는 상당하다는 것이 제 의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대부업에 대한 감독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이 법률소비자인 국민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전자소송제도가 추심업체에 의해 악용되는 것을 막고 채무자인 금융소비자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빚 독촉의 전자 소송 승소율은 17년 89%, 18년에는 87%로 117만 건이 인용됐다. 19년 상반기에만 57만건이 인용되어 86%의 승소율을 보이고 있다. 거의 90%에 육박하고 있어 5년이면 완성되는 채권의 소멸시효가 손쉽게 연장되고 있으며, 이는 통해 각종 가압류의 ‘합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를 분석한 제윤경 의원은 "5년간 채권 추심을 통해 회수하지 못한 채권의 회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채무자 괴롭히기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효성이 낮은 채권연장보다는 시효 완성이나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자의 경제활동 재기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 의원은 “금융당국에서 연체 채권의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을 강력하게 지도․ 감독할 필요가 있다”며 “채권추심업체들이 실효성이 적은 기계적인 채권 연장 시도를 중단하고 채무조정이나 채권 소멸시효 완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