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 88인치 8K 크리스탈사운드 OLED. 출처=LG디스플레이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거쳐 퀀텀닷,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7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실장 및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은 디스플레이의 날은 지난 2006년 10월에 국내 디스플레이 수출액 연(年)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출 규모는 2006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한 뒤 2009년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또 1년 만인 2010년에는 3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반도체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력산업으로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대한민국 디스플레이는 2004년부터 15년 연속으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한지는 브라운관을 제외하면 불과 20년 남짓이다. 이런 짧은 역사에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연간 3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주력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업의 빠른 투자와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가 지목된다.

브라운관 시장 평정에 이어 LCD 시장 평정

 

대한민국이 LCD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해는 1995년이다. 당시 브라운관 시장을 평정하고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로 부상한 LCD를 전략산업으로 낙점해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LCD 시장은 샤프, NEC, 도시바 등 10여개의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LCD 산업에 뛰어들고 3년 만인 1998년, 삼성은 TFT-LCD 시장 1위로 급부상했다. 바로 1년 뒤인 1999년에는 삼성과 LG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고, 2001년 2분기 대한민국은 10.4인치 이상 대형 LCD 시장에서 오랜 기간 선두를 지켜온 일본을 제치고 국가점유율 41%로 1위에 올랐다.

이처럼 단기간에 대한민국이 LCD 산업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산업 진입 초기인 90년대 중반 대한민국 기업들은 11.3인치 패널 생산에 유리한 2.5세대 라인에 투자하는 일본 기업들과 달리 2.5세대를 건너뛰고 12.1인치 패널 생산이 가능한 3세대에 바로 투자를 시작했다.

3세대 라인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선택은 3세대 LCD였다. 우리 기업들의 예상은 적중했고, 일본 업체들이 당황하는 사이 시장의 승기를 잡고 산업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LCD를 넘어 OLED로 시장 선도

▲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합작법인 공장. 출처=LG디스플레이

1990년대 후반 LCD가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력기술로 양산화가 이뤄질 때, 우리 기업들은 OLED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OLED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초 미국 코닥사의 칭탕 박사가 발광효율이 높은 녹색 OLED 소자를 개발함녀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소니, 앱손, 산요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제품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지만 고난도의 양산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기술장벽과 투자비용 앞에 무너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OLED를 바라봤다. 국내에서는 OLED 연구가 지속됐으며, 2003년 삼성이 OLED 전용라인 투자를 결정하면서 더욱 상용화에 근접했다. LCD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을 뒤따라간 추격자에서 OLED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재편해 선도자로 탈바꿈했다.

대한민국은 2007년 세계 최초로 OLED 양산에 성공했고 2012년에는 대형 OLED 양산을 시작하며 시장 개화 및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96%에 이른다.

기술 초격차로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 극복

▲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OLED. 출처=삼성디스플레이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현재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대형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의 초대형 LCD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 공급 과잉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양대 축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는 감원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LCD와 OLED 사업 초기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면 중국과의 대형 디스플레이 패권 경쟁에서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최근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향후 3년간 2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의 기술력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 시점에 기업들이 나서 기술 장벽이 높은 차세대 분야에 과감히 투자한다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