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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버린 자식? 한국 경제의 '단말마'수출 전선 막히고 D의 공포 극대화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국내 경제의 성장 동력도 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출 전선은 난맥상을 보이는데다 내수경제도 침체기로 접어들며 일각에서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까지 거론되고 있다. 기업은 고용규모를 줄이고 인재는 외부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는 조국 발(發) 프레임 싸움에 갇혀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한국 경제의 단말마

한국 경제의 비상등은 새삼스러운 사태가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 최악의 상황과 직면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6일 2020년 국내외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내년 목표로 삼은 경제성장률 2%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제조업 경기의 부진 및 수출과 투자 모두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마지막 보루로 볼 수 있는 금리정책도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봤다. 주요국 금리가 이미 낮은 상태에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은 그 운신의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D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기준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0.038%)를 기록하며 이러한 우려는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7월 기준 소비판매는 전월보다 0.9%나 줄었고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2.5로 하락세가 심하다.

아직 디플레이션을 운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일각의 주장도 나오지만, 지방을 중심으로는 이미 D의 공포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러스트 벨트로 꼽히는 울산과 경남을 비롯해 9개 지역에서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고등이 들어왔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9월 기준 한국의 국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0에 그쳐 5개월 연속 50 이하를 맴돌고 있다. 고용지수는 세금으로 강제부양하는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하락 일변도며 내년에만 60조원의 적자 국채를 찍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신용평가사 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낮췄다.

   
▲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최악의 위기...수출 전선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전선에는 이미 경고를 넘어 최악의 상황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 7월 기준 주요 국가의 누계 수출액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무려 8.94%를 기록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중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0.90%, 중국은 오히려 0.59% 증가한 가운데 제조업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는 독일도 –5.49%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집계다. 시위대와 정부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홍콩도 –6.74%에 그쳤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며 국내 수출 전선의 난맥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보호 무역주의를 주장, 현재 글로벌 경제의 악동으로 부상한 상태다. 태평양 건너 중국에 무역전쟁을 거는 한편 이제는 대서양 건너 유럽과도 한 판 승부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는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약 75억달러의 보복관세 부과 조치에 돌입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WTO가 EU의 에어버스 불법 보조금 책임을 인정하고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허가한 순간 나온 카드다.

미국이 WTO가 인정한 정당한 무대에서 EU에 대한 제재에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WTO가 에어버스 불법 보조금에 대한 부당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미 무역대표부가 보복관세 카드를 빼들었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중 무역전쟁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G20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향한 총부리를 일시적으로 거두는 것에 성공했으나, 이후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예정대로 단행하는 한편 중국을 대상으로 고율 관세 폭탄까지 던졌다. 나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한편 자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이에 반발해 미국에 동일한 규모의 관세 폭탄을 던지고 있으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무원에 빠지며 미중 무역전쟁의 해결도 요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초가다. 내년 재선을 노리고 있으나 대내외의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이 사실상 파탄난 상태에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어떤 끔찍한 사변 차려질지 두고보자"는 격한 말까지 내뱉었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치적은 빛을 잃는 분위기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게이트까지 겹치며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정국도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과 미중 무역협상은 별개의 안건이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10일로 예정된 실무협상에서는 강공모드를 사실상 선언한 상태다. 상대방의 약점이 명확한 상태에서 ‘얻을 것은 얻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무역 협상단의 대표인 류허 중국 부총리는 최근 자국 관료들에게 “중국제조 2025와 관련된 논의는 미국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으려 무역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제조 2025를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중국의 ‘자신감’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는 한편 중국의 강공모드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미중 무역협상은 더욱 심각한 난맥상에 시달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괴정에서 한국 수출 전선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홍콩 사태가 심각해지는 장면도 한국의 수출 전선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홍콩은 현재 국내 대중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홍콩은 한국의 4위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국내 대 홍콩 수출액은 460억달러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홍콩과 중국 본토 간 CEPA(경제협력동반자협정)를 활용한 관세 혜택, 나아가 낮은 법인세 및 우수한 금융물류 인프라 등으로 홍콩이 국내 수출 전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된 국내 제품의 82.6%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대만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대 중국 및 중화권 수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최근 홍콩 정부는 시위대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복면 금지법을 단행하며 사실상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중국군 개입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홍콩 경찰이 쏜 총탄에 시민들이 부상을 입고 있으며, 6일에는 홍콩 여기자가 취재 중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얼굴을 맞아 화상을 입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러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며, 이는 국내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기에 한일 경제전쟁, 글로벌 경제 침체 등이 겹치면서 국내 수출은 물론 내수경기까지 파탄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을 불러온다. 실제로 임원의 25%를 줄이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채용 자체를 줄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속출하며 ‘일자리 한파’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인재들은 줄줄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 홍콩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어려운 경제상황은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회를 비판했다. 그는 “국회 파행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20대 국회 들어와서 제대로 열린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국회가 역할을 못한 지 굉장히 오래됐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어 “경제가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면서 “기업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해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편 가르기에만 집중한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의 시선은 내년 총선 공천권에만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상태라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D의 공포에 속살을 노출하고, 결국 ‘공항’으로 직행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4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영주 무역협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 4 단체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쓴소리를 했다. 박 회장은 “민간 경제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면서 “규제 샌드박스 관문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 박용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업계에서는 경제야말로 모든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혼란과 혁명이 이데올로기와 대의명분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CNN은 이라크와 이집트,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시위를 두고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시민들이 특정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시위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온다는 논리다. 홍콩 시위의 기저에도 본토 출신과 토착민 출신의 양극화 문제가 깔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당한 분석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끝나며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종료됐고 이제는 경제의 시대가 됐다”면서 “국내 재계는 물론 정치인들이 반드시 새겨 들어야 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0.07  15: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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