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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가상현실로 짓지도 않은 건물 둘러본다설계자와 건축업자, AR 이용해 개발 중간에 설계 변경·조정도 가능
   
▲ 시애틀 호크 타워(Hawk Tower)의 렌더링. 이 현장을 개발하는 아메리칸 라이프는 잠재적 임차인들을 위해 증강현실을 사용해 착공도 하지 않은 건물의 완공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출처= Studio 216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북미 미식축구리그(NFL) 시애틀 시호크스(Seattle Seahawks)의 홈구장 센츄리링크 필드(CenturyLink Field)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3억 5천만 달러 공사 프로젝트 아발라라 호크 타워(Avalara Hawk Tower)가 여전히 공터였을 때, 입주 예정자들은 이미, 건물 맨 꼭대기 층에서 240피트(75 m) 아래의 시호크스 구장과 함께 도시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좋은 위치에 자리잡으면 파이오니어 광장(Pioneer Square), 여객선 터미널, 그 너머의 엘리엇 베이(Elliott Bay)도 보였고, 저 멀리에는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에서 가장 높은 산인 레이니어 산(Mount Rainier)의 눈 덮인 봉우리도 보였다.

입주 예정자들이 착공도 하지 않은 건물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사이트의 개발자인 아메리칸 라이프(American Life)가 그들을 위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성과를 거두었다. 20만 평방피트(5600평)의 이 사무실 타워는 2018년 초 개장도 하기 전에 모두 임대가 끝났다.

이 건물의 꼭대기 6개 층을 쓰고 있는 세무 자동화 소프트웨어 회사 아발라라(Avalara)의 카렌 셔우드 법인고객 담당 부사장은 "이 기술이 우리를 (있지도 않은 건물의) 18층으로 데려가서 레이니어 산과 퓨젓사운드(Puget Sound)灣을 보여주었지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18층 사무실 안에 서서 창 밖으로 센츄리링크 필드를 내려다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 현장은 먼지투성이의 공사장이었지만 말입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플레이스테이션 VR 같은 VR 콘솔이나 포켓몬 고(Pokemon Go) 같은 AR 게임기 등 오락 산업에서 널리 인기를 끌었지만,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아직 사용이 활발한 편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서야 부동산 개발회사, 건축가, 중개 업체, 건설업체들이, 대형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의 임대와 건축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본격적인 채택은 아직 몇 년이 더 걸릴 것 같지만, 이 기술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컨설팅회사 딜로이트(Deloitte)에 따르면, 2018년에 500명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행한 설문조사에서, 거의 절반 가까이가 VR과 AR이 상업용 부동산 회사가 우선적으로 채택해야 할 기술이라고 대답했다.

   
▲ 부동산 개발회사 어메리칸 라이프(American Life)는 스튜디오 216(Studio 216)이 개발한 몰입 기술 플랫폼(immersive technology platform)을 사용한 가상현실 회의를 통해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지을 새 호텔 건축을 상의한다.    출처= Studio 216

미국 IT 마켓 리서치 회사인 IDC에 따르면, 증강 및 가상현실 제품과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8년에 121억 달러로, 2017년에 비해 38.4% 증가했다.

상업용 부동산에서 건물이 지어지기도 전에 이러한 도구를 사용해 건물을 판매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주택 중개업자들이었다.

곧 이어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인 뉴마크 나이트 프랭크(Newmark Knight Frank, NKF)가, 브루클린 인근 윌리엄스버그의 켄트 애비뉴 25번지에 있는 새 사무실 건물에 대한 관심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가 시작되기 전 가상현실 투어를 이용했다. NKF의 데이비드 폴크 부사장은 "VR 투어는 확실히 인쇄된 브로셔와는 다른 수준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NKF의 데이터 및 기술 담당 책임자 댄 파술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건물을 시장에 내놓는 것은, 건물주 입장에서 가장 원하는 입주자인 기술 회사들을 임차인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 건물을 짓기 전에 건물을 탐험할 수 있다면, 잠재적인 입주자들이 건물의 설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Oracle)은 일리노이주 디어필드(DeerField)에 짓고 있는 혁신 연구소에 직원과 파트너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증강 현실을 사용했다.

작업 현장에서 사람들은 오큘러스 리프트 헤드셋을 착용하고, 비행기 격납고 같이 생긴, 3차원 가상 건물 속을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오라클의 건설 및 엔지니어링 혁신담당 임원인 버킨 카플라노글루는 "AR 안경을 쓰고 현장에서 실제 건물의 모습을 시각화해 현장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상 현실에서 공간이 방해되는 것을 발견하고, 벽 하나를 철골구조의 다른 쪽 끝으로 옮긴 적도 있습니다.”

AR과 VR은 또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바쁜 임원들이 가상으로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설계 결정을 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도 크게 줄여준다.

아메리칸 라이프의 그레고리 L. 스타인하우어 CEO는 기술업체 스튜디오 216(Studio 216)이 개발한 몰입식 기술 플랫폼을 사용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오레곤에 있는 건축 설계팀을 가상으로 만나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지을 새 호텔 건축을 상의한다.

회의 참가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VR 안경을 쓰거나, 태블릿이나 컴퓨터를 사용해 함께 호텔방을 누비며 인테리어의 느낌과 레이아웃에 대해 상의한다. 헤드셋을 쓴 사람들은 가상의 호텔 안을 여기 저기 둘러볼 수도 있다.

디지털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그들은 호텔 안의 모든 비품들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침대같은 특정 비품들을 집어 배치를 바꾸거나 싱크대 상판의 재질이나 나무 마감재를 바꿀 수 있다.

   
▲ 건설·엔지니어링 회사 클레이코(Clayco)는 AR 헤드셋을 이용해, 설계자와 시공업체가 건물 설계를 개발 단계에서 중간에 변경하거나 조정한다.    출처= Clayco

가상 현실 기술은 또 비용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혼합된 현실로 우리는 많은 호텔 방을 샘플로 지었다 헐었다 할 수 있고, 디자인도 이렇게 저렇게 바꿔 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어느 한 방을 보고 '이 벽의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만일 실제 현장에서 벽의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공사를 다시 해야 하겠지요. 가상 현실에서 수 차례 수정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면 두 번 공사할 일이 없겠지요.”

시공업체와 건축가는 또한 개발 단계 중간에서도 건물의 설계를 조정할 수 있다. 건설 엔지니어링 회사인 클레이코(Clayco)는 세인트루이스에 파이자(Pfizer)의 연구소를 지으면서 AR 헤드셋을 사용하고 있다. 감독관들은 작은 변화가 필요한 곳을 찾기 위해 AR 안경을 쓰고, 이미 건설된 구조물 위에 앞으로 건설될 모델을 배치하는 가상 건물 현장을 정기적으로 걸어 다니며 검사한다.

클레이코의 가상설계 시공 담당 부사장 토미슬라브 지고는 "(AR 안경을 쓴 채) 이 층을 약간 평평하게 하고, 이 벽은 약간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고 부사장은, 이러한 기술로 절약되는 시간이나 비용을 금액으로 정확하게 환산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1시간 정도 걸으면 여러 번의 고위급 회의를 대체할 수 있고, 건물 완공 전에 문제점을 파악해 수정할 수 있다. 사후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Gartner)의 투엉 응우엔 수석 애널리스트는 "초기의 혁신적 사용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이 산업에서 성숙되기까지는 5년에서 10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 기술의 인체공학적 측면(무거운 헤드셋)과 제한된 배터리 수명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 기술이 업계 내에 필요한 인간적 측면을 말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회사 CBRE의 디지털 솔루션 임원인 닉 수다카르는 "가상현실 헤드셋이 고객과 중개인 간의 대화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기술 업계가 처음부터 고심해 온 또 다른 문제들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헤드셋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가상 현실 고글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멀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 이 기술이 보여주는 가상 현실의 정확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응우엔은 지적한다. 

"대략적인 배치와 규모를 볼 수는 있지만 이 기술은 아직 건축적 측면에서 완전히 적합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19.10.07  13: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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