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삼청동 골목에 들어서면 예쁜 카페들이 마치 줄이라도 서있는 듯 나란히 길을 따라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그 길을 걸으며 작은 가게에 들어가 악세서리를 착용해보고, 장난감 박물관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보면 어느새 카페골목의 끝자락에 다다른다. 속세의 번잡스러움을 벗어나 평온하고 운치 있는 특유의 정취를 만끽하노라면 ‘인도’라는 단어와 눈길이 닿는다. 낯섦과 끌림이 공존하는 인도요리 전문점 ‘옴(OM)’은 이렇게 매력이 넘쳐난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단골메뉴는 뻔하다. 한식 중식 양식 등등 말하자면 입이 아프고 쓰자니 손가락이 저려온다.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고, 모임 장소는 새로울수록 좋지 않을까. 오래된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색다름을 추구하고 싶다면 ‘옴’으로 가보자. ‘옴’은 ‘모든 신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이곳에서 손님은 왕이 아니라 ‘신’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네팔 현지인이 자리를 안내해 준다. 첫 대면부터가 이색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도 요리라고 하면 향신료 때문에 냄새와 맛이 강해 한국인들에게 잘 맞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색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도 나름 짜릿하다고 생각하니 다시금 호기심이 슬금슬금 머리를 든다.

60여석의 자리가 마련된 ‘옴’은 인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와 그림, 도자기 등의 장신구로 꾸며져 있다. 한적한 삼청동 길에서 느꼈던 여유로움과 달리 선물의 포장을 뜯기 전과 같은 기분좋은 긴장과 호기심을 샘솟게 한다. 12명이 앉을 수 있는 VIP룸 자리를 안내받고 나니 테이블에 세팅된 예사롭지 않은 물컵과 수저가 보인다. 생김새 빼고는 뼈 속까지 한국인인 ‘옴’ 대표 케이피 시토올라(K.P.Sitoula)가 직접 디자인에서부터 제작까지 신경을 쓴 아이템들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인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타지마할을 형상화한 문의 모형과 각종 인도 전통 그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전해 시선을 압도한다. 유리창을 통해 네팔 현지에서 공수해 온 화덕에서 구워지는 치킨과 난까지 보고 있자니 이정도의 유혹이면 이미 ‘반 이상은 성공’ 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대부분의 음식 재료를 인도에서 공수해 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부심 또한 남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요리를 먹어볼까. 먼저 에피타이저 ‘믹스 야채 퍼코우다’로 입맛을 돋워봤다. 이 신선한 야채튀김은 한국의 완자전을 연상케 한다. 양파, 감자, 당근, 고추 등 믹스 야채를 콩의 한 종류와 함께 튀겨낸 것으로, 고추 때문에 먹으면 먹을수록 매콤함이 입안을 감싸 느끼함이 전혀 없다. 요리와 함께 나오는 인도 열매를 이용해 만든 소스는 시큼하고 달콤, 매콤한 맛을 동시에 선사한다.

인도 음식과 와인이 잘 어울린다는 케이피 씨의 권유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시도해봤다. 그 순간, 와인하면 프랑스 요리가 아닌 ‘인도 요리와 함께’라는 생각의 변화에 하나 더, 한국에 완자전과 막걸리가 있다면 인도에는 퍼코우다와 와인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와인과 인도 특유의 향신료가 어울려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으로 다시 한번 인도의 유혹에 마음을 뺏겼다.

두 번째로 믹스 티카(Tikka)를 추천한다. 동그란 조각이라는 뜻의 티카는 뼈 없는 치킨과 양고기를 탄두르(tandoor-화덕)에 굽고 야채를 곁들여 볶은 바비큐다. 모임 때 각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입맛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요리다. 뜨끈한 돌솥 위에 당근, 양배추, 양파 등이 깔려 있고, 그 위 화덕에 구운 치킨과 양고기가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먼저 머턴티카(Mutton Tikka)를 맛봤다. 양고기는 식으면 뻣뻣해 지고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양고기 비린내가 나지 않고 양념이 빨개 보이지만 한국인의 입맛 정도면 맵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두 번째는 매콤한 소스와 요쿠르트로 절인 치킨 티카(Chicken Tikka)다. 마지막으로 치킨 멀라이 티카(Malai Tikka)는 치즈, 크림, 연한 향신료에 절여 참숯에 구운 닭으로 부드럽고 담백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다.

이는 30여 가지의 인도표 향신료가 각각의 맛에 맞게 첨가돼 색깔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향신료 특유의 맛과 화덕에 구운 숯불 향이 끊임없이 입맛을 당긴다. 인도 커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신선한 새우를 양파와 토마토소스, 버터를 넣고 양념한 새우커리는 양파의 달콤한 맛과 버터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뤘다. 퓨전이 아닌 전통 방식 그대로의 커리지만 거부감이 전혀 없고, 이 역시 버터가 들어가 있어 레드와인 한 모금을 더하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커리와는 난이나 밥이 잘 어울린다. 특히 탄두르에서 구워낸 인도 네팔식 전통 빵 난은 한국의 김치처럼 결대로 쭉 찢어서 손으로 먹어야 제 맛이다. 커리를 준비된 접시에 덜고 한쪽 면을 듬뿍 적신 후, 야무지게 집어서 입 안에 넣으면 그 순간 만큼은 인도여행에 온 기분이다.

후식으로 인도식 전통 수제 요구르트에 망고, 키위, 딸기를 믹스한 과일라씨(Lassi)로 마무리 하면 깔끔하다. 요구르트는 소화가 잘되고 속을 편안하게 하며, 상큼한 과일과 요구르트의 만남이 맛을 물론 건강까지 챙겨준다. 삼청동하면 생각나는 게 카페, 전통이 느껴지는 골목, 갤러리, 아기자기한 소품 등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이제는 낯섦 보다는 끌림이 더욱 강한 인도 네팔식 요리 ‘옴’이다.

추천메뉴 신선한 야채튀김 ‘믹스 야채 퍼코우다’ 7,000원, 뼈 없는 치킨·양고기를 화덕에 구운 ‘믹스 티카(tikka)’ 2만원. 새우를 양파·토마토소스·버터를 넣고 양념한 새우커리 1만5000원, 인도식 수제 요구르트 과일라씨(Lassi) 4,000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25-1 대화빌딩 2층. 금융감독연수원 맞은편.
문의 02)730-8848

이효정 기자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