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수사기관에 의한 압수수색절차는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꽤나 익숙한 것이 되었지만, 정작 그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이번 편에서는 형사소송법상의 압수수색절차에 대해 소개하고, 최근 판례를 통해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해서만 압수수색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제12조 제1항), 압수 수색을 할 때 수사기관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3항). 이는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제16조). 압수수색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으므로, 법관의 영장 없는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 보고 있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이 같은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법원은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 수색할 수 있으며(제106조, 제109조), 법원이 발급하는 압수수색영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년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기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 사항을 기재하고 재판장 또는 수명법관의 서명날인까지 필요합니다(제114조). 언론에서는 아주 쉽게 이야기하는 압수수색절차도 실제로는 이렇듯 까다롭고 엄격한 절차를 통해서면 가능한 것입니다. 이번 편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사건 역시 이 같은 절차상의 하자가 문제가 된 사안입니다.

# A지방경찰청 수사관 B는 2015. 5. 16. 인천국제공항에서 관할 법원인 수원지방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C소유의 노트북(삼성 NP905S3G-K04CN) 복제본, SD카드(삼성 MINY SD 64GB) 복제본 등을 압수하였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B는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에 따라 C에게 “위와 같은 노트북, SD카드 등을 압수하여 복제하고 정보를 탐색하여 출력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고지”하였는데, C는 위와 같은 노트북, SD카드를 복제하는 절차에 참여하였을 뿐 나머지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C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위와 같은 노트북, SD카드에 대한 복제 현장에 참여하였으며 이미지 복제된 파일의 해쉬값을 확인하였다”는 문서에 서명까지 하였습니다. 이후 B는 이 사건 영장에 따라 압수한 위 각 복제본에서 영장 기재 혐의사실인 업무상배임과 관련한 전자정보를 탐색하여 범죄일람표 1, 2, 3 각 기재 파일, ‘참고용 Input spindle sub assy(1). dwg 파일’ 등을 문서로 출력하여 범죄사실 관련 자료(증거목록 순번 80번, 이하 ‘이 사건 파일 출력물)를 작성하였습니다. 이 사건 파일 출력물은 경찰, 검찰 수사를 하는 단계에서 증거로 사용되어 수사기관은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고, 이들 증거는 법원에서 유죄의 증거로 채택, 인용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후에 확인한 바로 2015. 3. 26. 발부된 이 사건 압수수색검증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 연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압수·수색의 사유가 기재되어 있고, 수기로 ‘이 영장은 일출 전 또는 일몰 후에도 집행할 수 있다’고 기재된 부분에 날인이 있으며, 별지와 사이에 간인이 되어 있었으나, 판사의 서명 날인란에는 서명만 있고 그 옆에 날인이 없어 형식적으로 위법한 영장이었기 때문입니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4조 제1항 본문). 이에 법원은 이 같은 위법한 압수수색영장에 기초한 C에 대한 압수수색절차는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위법한 압수수색절차를 통해 획득된 이 사건 파일 출력물과 이를 기초로 한 2차적 증거인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C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단도 위법한 것일까요?

우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라는 제목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법한 압수⋅수색을 비롯한 수사과정의 위법행위를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자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명시한 것입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헌법 제12조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것인데, 헌법 제12조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이념에 따라 수사과정의 위법행위를 억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또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확보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목적에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 또한 우리 법원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기 때문입니다.

즉,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이 같은 헌법, 형사소송법 상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비록 영장 말미에 판사의 날인이 빠진 것은 사실이나, 판사 서명이 있고 영장 앞면과 별지 사이에 판사의 간인이 있어 판사의 의사에 기초하여 진정하게 영장이 발부되었음이 명백하다는 점, C가 위와 같은 노트북, SD카드에 대한 복제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이미지 복제된 파일의 해쉬값을 확인하였을 뿐 아니라, 그 복제본을 탐색·출력하는 과정에서 C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가 탐색·출력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 결론적으로 이 사건 파일 출력물이 위와 같이 적법하지 않은 영장에 기초하여 수집되었다는 절차상의 결함이 있지만, 위와 같은 결함은 C의 기본적 인권보장 등 법익 침해 방지와 관련성이 적다는 점. 그에 반해 이러한 경우에까지 이 사건 파일 출력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대법원은 이 사건 출력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한 C에 대한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더 나아가 C에 대한 유죄 판결 모두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요컨대 체포, 구속, 압수수색 등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수사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절차상 하자 있는 강제수사는 위법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지만, 만약 그 절차상 하자라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아 본질적인 것이라 볼 수 없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형사 사법 정의에 반한다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더라도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결론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