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CT 업계가 버블의 공포와 직면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ICT 업계도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안심론'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 닷컴 시절의 버블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 등 국내 스타트업도 이와 관련된 논란에서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결국 다양한 가능성을 전제로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노리는 '특이점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 ICT 버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미국과 중국 ICT '흔들'
글로벌 ICT 업계가 버블의 공포에 시달리는 가운데, 그 중심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는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를 통해 다양한 ICT 신세계를 개척하고 있으나 최근 그가 선택한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며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워크다. 위워크는 온디맨드 부동산 임대업을 추진하면서 스스로를 공유경제 기업으로 포장해 투자자들을 사실상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최근에는 상장을 준비하다 도리어 기업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위워크는 올해 상장을 위한 실사에서 기업가치가 470억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위워크의 존재감에 많은 투자자들이 집중했다. 

그러나 8월 공개된 상반기 실적이 매출 15억3000만달러에 영업손실만 13억7000만달러라는 점이 알려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래를 위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창업자 애덤 노이만이 마리화나 중독자며 회사 지분을 매각해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는 점이 폭로되며 상황은 꼬여갔다. 결국 위워크는 상장을 포기했고 애덤 노이만은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소프트뱅크가 운전대를 잡은 우버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올해 상장 후 주가는 41.57달러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30달러 중반에서 헤매고 있다. 기업가치는 824억달러에서 518억달러로 떨어졌으며, 운전자 직접 고용 문제까지 불거지며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용 메신저인 슬랙의 기업가치는 157억달러에서 120억대 후반까지 밀렸다.

▲ 우버가 보인다. 출처=우버

손정의 회장이 주목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도 비슷한 우려를 사고 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통해 쿠팡에 1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해 그 지분을 비전펀드에 7억달러로 넘겼다. 비전펀드는 이후 쿠팡에 20억달러 추가투자에 나섰으나, 업계에서는 '미스터리한 투자 행태'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쿠팡의 존재감은 이미 정평이 났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에 따르면 쿠팡의 앱 실사용률은 무려 90%대로 확인됏으며, 사실상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완전히 안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논란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전자담배 트렌드를 주도한 쥴랩스도 흔들리고 있고, 미국의 리프트도 최근 기업가치가 반토막이 났을 정도로 위험한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ICT 업계의 버블 논란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역시 손정의 회장과 관련이 있는 중국 디디추싱은 최근 승객 피살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업계에도 '좋은날'이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스타트업의 투자가 말라가고 있으며, 유니콘 스타트업도 적절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중국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325억달러에 불과해 전년 1111억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만 30개의 유니콘이 중국에서 탄생했으나, 올해는 7개에 불과하다.

수익성과 미래 비전
글로벌 ICT 업계의 버블 논란이 커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당장의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무리할 정도로 높은 미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위워크의 경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디맨드 플랫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유연하게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력은 부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모바일에서 임대업을 지원하는 서비스'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판은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피해갈 수 없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온디맨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여기어때,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 등 핵심 스타트업을 보면 이들은 대부분 사용자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쪽에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그나마 배달의민족이나 야놀자 등은 기술의 도입과 다양한 가능성 타진으로 위워크의 실패와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이들은 각각 푸드테크와 글로벌 숙박 플랫폼의 비약적 고도화로 단순 플랫폼 이상의 로드맵을 추구하고 있다. 위워크가 단순한 중개에만 매달려 성공했으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익성 및 기술력 확보에 미진했다면, 배달의민족이나 야놀자 등은 수익성 측면에서는 비슷한 패턴을 보이지만 최소한 기술 특이점을 바탕으로 하는 차별화 전략은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핀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크게 몸집을 불렸으나, 규제 등 여러가지 이유로 기술 특이점에 기반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 창출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를 흔드는 수준의 '보너스 살포 마케팅'에만 매달리며 특별한 플랫폼 전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급격하게 몸집을 불렸으나 튼튼한 체력과 비전을 키우지 못해 몰락한 위워크의 공포가 어른거린다.

다만 수익성이 낮아도, 기술 특이점이 없어도 미래 비전을 냉정하게 바라본 손정의 회장의 '시각'을 믿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수익성 여부는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없으나 초지금이 초연결 시대의 과도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당장의, 현재의 약점을 확대해석해 다가올 커다란 미래를 놓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미래 비전을 전제할 수 있는 실증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당장의 수익성을 위해 고민하고, 무엇보다 기술 특이점을 통한 존재감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쿠팡의 기업가치를 마음대로 조절하며 필요이상의 기대감을 끌어올린 손정의 회장의 판단과 같은 행동은 다소 지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 수잔 앤더슨 우버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플랫폼 기업이라면, 지켜야 할 두 가지
글로벌 ICT 업계의 버블은 냉정하게 보면 수익성 및 기술력 약화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들쑥날쑥한 기업가치 평가가 더해지며 현실의 우려가 커지는 장면도 큰 역할을 한다. 이는 미래 비전을 봐야 한다는 ICT 업계의 목소리에 상당한 타격이다.

결국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ICT 업계의 최근 분위기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주로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온디맨드 정체성을 가진다면 이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먼저 플랫폼 비즈니스라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것에서 벗어나 일종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잔 앤더슨(Susan Anderson) 우버 호주·뉴질랜드 및 북아시아 총괄은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우버는 핵심 사업부문은 상당한 성숙단계에 올라왔으며 이미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자율주행을 포함한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평면적인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내부 응집력을 키워야 한다.

내부 응집력을 키운다면 기술을 중심으로 사용자 경험의 특별한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즉, 기술을 바탕으로 모든 시장을 장악한다는 전제로 온라인을 벗어난 오프라인까지의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소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야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넷플릭스가 게임인 구글 포트나이트를 라이벌로 설정해 OTT가 아닌 전체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하려는 꿈을 가지는 것처럼, 시장 독과점에 가까운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사해야 최소한의 생존 가능성이 생긴다.

만약 기술기업이라면 당연히 기술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통해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그 연장선에서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들은 최근 두각을 보이면서 ICT 버블 공포를 피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소위 테슬라 상장으로 올라선 스타트업들이 크게 주춤하는 장면이 중요하다. 냉정한 평가지만 테슬라 상장으로 올라선 카페24와 플리토의 기술력은, 미래 비전을 논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