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경제 위기에 따른 업황 악화가 심해지면 각 기업은 인력을 감축하고, 이 과정에서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전형적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당장의 어려움은 합심해 넘을 수 있지만, 이러한 '업황 악화, 인력 감축, 인재 유출'이 반복될 경우 훗날을 도모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출처=삼성

커지는 공포, 망하는 공식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당장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0.4% 떨어졌으며, 이는 1965년 통계를 낸 이래 처음있는 마이너스 성적표다. 주가지수와 원화가치 하락 폭은 최악이며 수출전선도 얼어붙었다. 

고용지수는 세금으로 강제부양하는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하락 일변도며 내년에만 60조원의 적자 국채를 찍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신용평가사 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낮췄다.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고, 한일 경제전쟁은 여전히 불을 뿜고 있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마저 어른거린다.

한국 경제 자체가 침체기에 들어서며 주력 사업의 업황 악화가 심해지고 있다.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 후 뚜렷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LCD 공습에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자동차와 배터리 및 전자, 석유, 섬유 등 모든 산업군에서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주력 사업의 업황 악화가 이어지며 각 기업들은 몸사리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 및 LG, SK, 현대 등 주요 그룹사들은 예정했던 투자를 줄이는 한편 하반기 공채규모를 줄여 상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악의 위기에 선 디스플레이 업계는 극단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일 신임 사장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해 3개 사업부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전체 임원 및 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신속한 의사결정 및 빠른 실행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뼈를 깎는 노력과 체질 개선을 통해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화된 제품 및 기술력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현재 구조조정 중이다.

"인재, 중국으로 향한다"
업황 악화에 이어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국내의 우수한 인재들이 속속 외국으로 나가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오래된 논란이지만 최근 그 수위와 범위가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가 대표적이다.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한국 인재 흡수가 더욱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의 4배를 책임진다는 유혹에 나서고 있다"면서 "고급 인재 중심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BYD의 경우 한국 인재를 대상으로 이직을 한다면 높은 연봉은 물론 관용차까지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두각을 보인 한국의 인재는 미국 및 중국 회사의 1차 스카우트 대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디스플레이도 OLED 기술력을 가진 한국 인재의 몸값이 상당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업황 악화에 따른 조직 감축, 나아가 인력 유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본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면서 "대우를 조정하려고 해도 내부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적절한 수위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인재 유출을 현재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미래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중국으로 나간 인재들이 소위 '단물'만 빨아먹히고 돌아오는 사례도 많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을 통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