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홈쇼핑업계가 유명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를 필두로 방송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완판 매진으로 유명한 쇼호스트 위주로 이뤄지던 방송에서 유튜브와 1인 방송의 영향력이 커지자 그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TV보다 유튜브에 익숙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마케팅이 상품 홍보와 이슈 몰이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 뒤에, 제품력보다는 단지 노이즈 마케팅 선에서 끝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사가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개그맨이 나와서 홍보하던 수준에서 이제는 비연예인이나 일반인까지 오디션을 보고 쇼호스트로 채용 중이다. 소비자들은 연예인이 영상이나 유튜브에 출연하면 광고나 협찬의 이미지로 각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2030세대에서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들이 친근함을 무기로 내세우면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다.

▲ CJ오쇼핑은 유튜브 구독자 18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꿀키'와 손잡고 '수제 롤까스 세트'를 판매했다. 출처=CJ ENM 오쇼핑부문

CJ ENM 오쇼핑 부문은 모바일 생방송 전용 채널 ‘쇼크라이브’를 토해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푸드 크리에이터 ‘소프’와 협업해 ‘비벼 먹는 버터 장조림’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6월엔 유튜브 구독자 18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꿀키’와 ‘수제 롤까스 세트’를 판매했다. 수제 롤까스 세트는 CJ몰 사전 주문으로만 4000세트가 판매됐으며, 실제 판매방송도 20~39세비중이 55%에 이를 정도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었다.

가장 최근에는 유튜버 ‘대도서관’이 T커머스 채널 ‘CJ오쇼핑플러스’에 정규 쇼호스트로 출연을 확정지었다. 그 동안 유명 인플루언서가 홈쇼핑 방송에 게스트로 등장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홈쇼핑 정규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도쇼’는 메인 쇼호스트인 대도서관이 매달 새로운 상품을 소개한 형태로 진행된다. 20~30대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CJ오쇼핑의 자체 브랜드 상품이나 인플루언서들이 개발한 새로운 상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 대도서관의 핫아이템 픽업쇼 '대도쇼'. 출처=CJ ENM 오쇼핑부문

이번 대도서관 영입은 메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상품 소싱과 마케팅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유통업계의 최근 트렌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 받는다. 대도서관은 방송에 앞서 공개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통해 “젊은 시청자들이 홈쇼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출연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대도쇼’의 탄생은 CJ ENM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합병 시너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CJ오쇼핑플러스는 대도서관 외에도 1400여 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MCN ‘DIA TV’와 연계해 인플루언서가 출연하거나 인플루언서가 개발에 참여한 상품을 소개하는 등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CJ ENM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세포마켓에서 인플루언서와 고객 간에 구축된 신뢰도에 상품 운영 역량을 갖춘 홈쇼핑의 인프라가 더해져 전체 시장의 성장과 인식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홈쇼핑사들이 아예 방송 진행자를 공개 모집을 하는 경우도 있다. 

▲ 신세계TV쇼핑의 모바일 생방송 오싹한 라이브. 출처=신세계TV쇼핑

신세계TV쇼핑은 지난 9월 모바일 생방송 ‘오싹한 라이브’를 진행할 ‘크리에이터 크루’를 공개 모집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10월 중 최종 3~5명의 크루를 선발할 예정이다. 최종 선발된 크루는 6개월간 오싹한 라이브의 메인 진행자로 활동하며 ‘오싹’, ‘오스타’, ‘신티쇼’ 등 신세계TV쇼핑에서 선보이고 있는 각종 영상 콘텐츠에 출연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신세계TV쇼핑은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회사와 함께 성장해갈 대표 크리에이터를 발굴·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하루 2회로 확대 운영 등 미디어 커머스 강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으로, SNS 채널 경쟁력 향상과 창의적인 인재 모집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 신세계TV쇼핑 오싹한 라이브 방송 화면. 출처=신세계TV쇼핑

현대홈쇼핑도 모바일 전용 생방송 ‘쇼핑라이브’ 전담 진행자를 오는 10월까지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 쇼핑라이브의 펀(Fun)적인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끼 있고 개성 넘치는 일반인을 전담 진행자로 육성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정확한 상품 정보를 제공해 시청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TV홈쇼핑 쇼호스트와 달리, 모바일 홈쇼핑 쇼호스트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참신한 유머 코드를 가진 진행자를 발굴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미션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지원자에게는 ‘쇼핑라이브’ 전담 진행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전속 계약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쇼핑라이브가 새로운 쇼핑 채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참신한 콘텐츠와 방송 형식을 비롯해 단독 브랜드 등으로 차별화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TV홈쇼핑의 방송 무이자 할부 혜택에 준하는 쿠폰 및 적립금 부여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해 합리적인 쇼핑 채널로서 인지도를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

▲ 현대홈쇼핑 '쇼핑라이브' 전담 진행자 모집 포스터. 출처=현대홈쇼핑

그러나 아직 인플루언서나 일반인 고용을 통해 수익 확대를 기대하기에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2030세대의 소비 패턴이 원래 주요 고객층인 40대 이상의 소비 지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품을 기획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고관여 제품보다는 저관여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슈몰이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매출에는 큰 영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요즘 유명 인플루언서나 SNS 스타 출연 비용이 생각보다 높다”면서 “오히려 신인 배우나 비인기 연예인을 기용하는 편이 나은 수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홈쇼핑 플랫폼이 모바일로 변화하면서 이에 따라가기 위해 진행되는 부분도 있어, 매출 확대보다는 아무래도 20~30대 젊은 고객층 유입이 주된 목표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