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이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출처= 유튜브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드라이브인 매장의 창구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들이 가장 다루기 어려운 자리라고 간주하는 곳이다.

이어지는 주문을 받아야 하고, 주방과 계속 소통해야 하며, 계산도 해야 하고, 공손한 손님도 있지만 종종 화를 내거나 술 취한 고객들도 상대해야 하며, 이른 바 끝없이 반복되는 멀티 스태킹이 가능해야 하는 데다 임금은 쥐꼬리에 불과한 그야말로 최악의 일자리다.

그런 곡예 같은 일이 별 게 아니라고? 하지만 주방 앞에 걸린 거대한 시계가 그 모든 일에 대해 초 단위로 시간 압박까지 한다면 이 일을 견디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이 일에 경험 있는 작업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드라이브인 매장이 패스트푸드에서 일하는 수 많은 근로자들을 열받게 했지만, 덴버에 있는 굿타임즈버거스 앤 프로즌커스타드(Good Times Burgers & Frozen Custard)의 신입사원은 아무런 열도 받지 않을 것이다. 이 신입사원은 감정이 없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며, 피곤해하지도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월급도 받지 않고 드라이브인 창구를 거뜬하게 운영하는 인공지능 도우미이기 때문이다.

이 로봇 신입사원이, 지난 반 세기 동안 미국의 십대들이 통과 의례처럼 여겨졌던, 그러나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있는 이 험한 일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고객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한 인공지능 회사 발얀트 AI(Valyant AI)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롭 카펜터는 이 로봇이 자신이 장담한 대로 일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이 로봇은 수개월 동안 내부 테스트를 거쳤지만, 최근에야 공식적으로는 실제 레스토랑에 투입돼 아침식사 주문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 신입사원이 어떤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레스토랑의 직원에게 업무가 넘겨진다.

▲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로봇은 여성의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나는 자동 주문기입니다. 여기서 주문하십시오."라고 말한다.    출처= Valyant AI

카펜터 CEO는 이 로봇이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처럼 들리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로봇이 고객과 직원들 간에 발생하는 많은 갈등을 더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로봇은 어떤 상황에서도 짜증내지 않고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카펜터 CEO는 이 로봇이 직원들에게도 즉각적인 혜택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더 이상 8시간 근무하면서 ‘어서 오십시오’를 수백 번 반복할 필요가 없을테니까요."

한때 공상과학영화나 미래적 환상의 소재였던 지능적이고 쌍방향적인 기계는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반복 규칙과 즉각적인 일처리가 제한되어 있는 패스트푸드 세계에서는 이 기계의 적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레스토랑에서 이미 기계들이 주문을 받아 햄버거를 튀기고 피자를 준비하고, 음료를 따르고, 고객들이 보는 가운 데 음식을 요리하고 있다.

발얀트 로봇의 시범을 보여주는 영상에서 로봇은 여성의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안녕하세요, 나는 자동 주문기입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준비되면 주문하십시오."

고객이 아침식사 부리토를 요구하면, 로봇은 두 가지 종류의 브리토를 설명하고 어떤 종류의 브리토를 원하느냐고 묻는다. 주문에 대한 세부 사항을 이야기하고 나면 음료수나 세트메뉴를 원하는지 물어본 후 마지막으로 주문을 확인한다.

모든 주문이 끝나면 "고마습니다. 창문으로 가서 주문한 메뉴를 받으십시요"라고 말하고 대화를 끝맺는다.

온라인 IT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발얀트는 맥도날드, 타코벨(Taco Bell)같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은 물론 몇몇 주요 은행들과 유사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

이 기술로 패스트푸드 고객들은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을까?

레스토랑 업계 전문지인 QSR 매거진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 매출의 70%가 드라이브인 매장에서 발생하는데, 이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객들은 교통 체증과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QSR에 따르면, 2018년에 고객들이 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하고 기다린 시간은 평균 234초였는데, 전년도에는 225초였다. 2003년에 불과 116초였다고 한다.

카펜터 CEO는 지난해 가을부터 실시한 초기 테스트에서 주문 시간이 25% 단축됐다고 주장했다. 효율이 높아지면 매장의 수익이 좋아지고, 수익이 좋아지면 로봇을 고용하는 매장이 늘어날 것이며, 그의 로봇이 결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카펜터의 로봇이 노동 시장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품및상업노동자연합노조(United Food and Commercial Workers Union)의 에리카 크누티 홍보담당 이사는, 너무 많은 기업들이 고객 서비스를 투자가 아닌 개별 상품 비용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그런 식의 태도가 일자리를 없앨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사람을 없앰으로써 기업이 팔고 있는 서비스의 질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매업체와 기업들은, 고객 서비스의 상호작용, 즉 고객이 돈을 내고 그 대가로 받는 따뜻한 미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크누티는 “기업들이 고객 서비스 접점에 로봇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는 고객에 대해 신경쓰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나는 누군가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고객 서비스나 계산대에 사람이 없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카펜터는 식당 내부 운영에 자동화 도입 물결은 불가피하며, 고객들은 결국 두 가지 레스토랑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다 편리하고 빠른 패스트 푸드 옵션을 찾는 고객들은 주로 기계가 일하는 식당들에 가게 될 것이며, 느리지만 더 고급스러운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 직원들이 일하는 레스토랑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