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디스플레이가 4일 신임 사장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3개 사업부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LCD보다 OLED에 중심을 두는 로드맵이 눈길을 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 집중하는 한편 조직 슬림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속도전을 택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현장에서는 조직개편에 따라 줄어든 인력으로 OLED 승부수를 던지는 것을 두고 '어려운 일'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감지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 LGD의 OLED TV가 보인다. 출처=LGD

임원 및 담당 조직 감축, 체질 전환
LG디스플레이의 4일 조직개편은 조직 슬림화 및 효율화 극대화, 나아가 OLED로의 체질개선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룹 차원의 연말 인사이동을 앞두고 조직 슬림화에 집중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LG디스플레이는 유사 조직을 통합하고 단순화하는 등의 조직 슬림화를 단행해 전체 임원 및 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한다는 설명이다. 조직의 몸집을 줄이고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시켜 빠른 조직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임원 및 담당 조직의 몸집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속도'를 조직의 최우선 핵심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다.

OLED로의 체질전환이 최종 목표다.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하는 등 LCD 관련 조직을 축소했으며, 이에 따른 자원은 전략 사업인 대형 OLED 및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한다.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인원을 줄인 상태에서 OLED 경쟁력 제고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TV∙모바일∙IT 등 3개 사업부 체제는 현행대로 유지되지만 내부의 핵심 경쟁력을 OLED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체질개선 의지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CTO 산하 조직도 재편했다. 미래 디스플레이 개발에 필요한 선행기술 및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CTO 산하를 기반기술연구소 및 디스플레이 연구소 등 2개 연구소 체제로 재편하여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했다. 전체 조직의 몸집이 줄어든 상태에서 연구개발에 방점을 찍은 효율성, 즉 속도전의 동력을 창출한다는 각오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신속한 의사결정 및 빠른 실행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뼈를 깎는 노력과 체질 개선을 통해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화된 제품 및 기술력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LGD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LGD

위기, 또 위기..LGD의 카드는?
현재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위기 그 자체다. 중국의 LCD 공습이 빨라지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존재감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글로벌 LCD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한 중국 업체들은 최근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 방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자기들의 상황에 맞는 시장 판도를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반격이 거센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당장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TV 판매량이 줄었고,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이 심해지며 LCD 가격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하며 주춤한 이유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중국의 존재감이 이미 강력해진 LCD에서 더 이상의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게 됐다. 그런 이유로 OLED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와 동시에 파주 P10 공장 내부의 10.5세대 OLED에 3조원을 투자해 OLED 대세화를 이끈다는 구상을 발표했으며 지난 8월에는 중국 시장 제조 거점화 전략도 시작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하이테크 차이나(LG Display High-Tech China)의 8.5세대(2,200mm x 2,500mm) OLED 패널 공장 준공식을 열었으며, 그 중심에는 합작사가 있다.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개발구가 70:30의 비율로 투자한 합작사의 자본금은 2조6000억원이다.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에서는 고해상도의 55, 65, 77인치 등 대형 OLED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월 6만장(유리원판 투입 기준) 생산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최대 생산량인 월 9만장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OLED로의 체질개선을 목표로 달리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희망퇴직이 단적인 사례다. 희망퇴직 대상은 근속 5년 차 이상의 기능직(생산직)이며, 희망퇴직자에게는 전년과 동일하게 고정급여의 36회치가 퇴직위로금으로 지급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조직 슬림화를 추구하며 일종의 OLED 속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수장으로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선임된 장면도 중요하다. 정호영 사장은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쳐 주요 계열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 및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 LGD 중국 광저우 합작법인 공장. 출처=LGD

OLED 속도전, 통할까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체질개선을 위해 CEO 교체 및 조직 슬림화 카드를 꺼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더 높다.

우선 OLED 속도전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류는 아직 LCD며, LG디스플레이의 매출 비중을 봐도 아직은 LCD가 OLED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OLED로의 체질개선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기업의 기본적인 영속성이 흔들리는 말이 나온다.

OLED가 미래 디스플레이의 주류 후보군에 속했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OLED의 가격 경쟁력이 여전히 낮고 삼성전자의 QD-OLED 등과의 경쟁이 예고된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 산하 삼성디스플레이는 조만간 13조원을 투자하는 QD-OLED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며, LG디스플레이의 OLED는 강력한 경쟁자와의 출혈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나친 조직 슬림화가 경쟁력 약화와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생산 현장에서는 가뜩이나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줄어든 마당에 4일 조직개편으로 '일꾼의 절대적인 숫자'가 너무 적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만화하기 위해 CTO 산하 조직을 개편하며 연구개발에 방점을 찍었으나, 현실적으로 보면 전반적인 내부 조직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볼 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LCD 공정에 투입되던 인력이 OLED로 이동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라인에 안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