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국내 소주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브랜드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주류기업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최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별히 각 업체가 ‘의도를 가지고’ 서로를 견제했다기보다는 두 업체를 둘러싼 주변 상황들이 묘하게 약간씩 어긋났고,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국내 주류업계에는 긴장감이 흐르게 됐다.

예상치 못한 변수 '일본 불매운동' 

하이트진로는 오랜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맥주 사업부문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지난 3월 21일 신제품 맥주 ‘테라’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테라의 마케팅을 강하게 펼쳤고 그 결과 테라는 출시 5개월 만인 지난 8월 말 2억병 판매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테라의 성공은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카스’를 보유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입지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터진 일본과의 외교 분쟁으로 시작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사이에 전에 없던 긴장관계를 만들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롯데그룹과 일본의 연결을 문제 삼았고 이 불길은 난데없이 롯데주류로 번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미디어는 일본과 롯데의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이는 급기야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 대신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을 마신다”거나 “롯데 맥주 안 마시는 것이 애국”이라는 등 지극히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확산됐다. 

이 기간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 ‘처음처럼’의 매출은 일본과 외교 마찰이 있기 전과 비교해 최대 약 8% 가량 하락한 반면, 참이슬은 약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4월 25일 하이트진로가 뉴트로 감성을 반영해 출시한 소주 ‘뉴트로 진로’가 출시 72일만에 약 1104만병이 판매되는 등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분위기는 완전한 대조를 보였다. 일련의 상황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과정에서 “하이트진로가 롯데주류에 대한 악의적 프레임을 자신들의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물론, 이것은 이후 정확히 어떤 정황에서 시작된 것인지 그 출처가 불분명한 뜬소문으로 밝혀졌으나 이미 두 업체의 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롯데주류는 공식 입장을 통해 “우리를 향한 악의적 프레임이 적용된 기사와 허위사실들의 확산은 이제 롯데주류가 나름의 대응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라면서 “일본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를 통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병 재활용 논란 

일련의 상황으로 얼어붙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쥬류의 긴장 관계는 전혀 다른 사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바로 소주 공병 재활용에 대한 문제다. 논란의 시작은 하이트진로의 레트로 진로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을 얻으면서부터다. 제품이 잘 팔리는 만큼 자연스럽게 레트로 진로의 빈 병이 늘었고 재활용을 위해 각 업체가 이 병을 수합되는 과정에서 양 측의 명확한 입장차이가 생겨버린 것이다. 

2009년 환경부와 주요 주류업체는 ‘소주 공병 공용화 협약’을 맺는다. 이는 주류업체들이 새로운 소주병을 만들어서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각 업체 주력 제품의 용기를 공통 규격으로 사용한다는 자율 협약이다. 이를 통해 어느 업체가 어느 제품의 병을 수거해도 병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각 업체 주요 소주 제품의 색이 초록빛을 띠고,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다. 

▲ 롯데주류 청주공장에 유입된 레트로 진로 공병들. 출처=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실

문제는 모양과 색이 공통규격의 병과 완전히 다른 레트로 진로의 판매량이 늘면서, 현재 롯데주류의 제품 구성으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200만 개의 레트로 진로 병들이 롯데주류 공장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했다. 이에, 롯데주류는 환경부에 이 공병들의 처리에 대한 의견을 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전달받은 하이트진로 측은 “용기의 모양이 다른 소주 제품이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레트로 진로 공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가”라면서 롯데주류에게 레트로 진로의 병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롯데주류 측은 “이전의 이형 공병은 국내 최대 시장인 서울 등 주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많았기에 발생하는 공병의 양을 우려해야 할 만큼 유통되지 않았다”라면서 “레트로 진로의 판매 증가로 발생하는 공병은 그런 제품들과는 확실히 문제가 다르다”라는 의견이다. 현재 롯데주류는 환경부의 결정이 있은 후에 레트로 진로 공병의 처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양 측의 입장에는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할만한 이유가 있어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롯데주류가 뜻하지 않은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운데, 이번 사안이 마치 하이트진로에 대한 롯데주류의 의도적 ‘흠집내기’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와 같았다면 레트로 진로의 판매가 늘어 많은 공병이 롯데주류 공장으로 유입된 것은 두 업체만의 문제가 아닌 주류업계 전체 차원의 문제로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두 기업 간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이 시기에 발생한 공병 문제는 사안의 본질 그 이상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1%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주류업계에 예기치 않게 수요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가 개입되면서 업체들의 경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업체들이 합의점을 빨리 찾아 필요 이상의 확대해석과 왜곡된 소식이 양산되는 현재의 긴장관계가 빨리 해소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