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출처= 현대백화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그러한 가운데 오프라인 채널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실적 부진은 경쟁사들의 경우와는 다른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면세점 사업은 운영 시작한 이후 계속 손실을 내고 있는 것과 동시에 백화점 새단장을 위한 비용 투입은 여러모로 현대백화점의 실적에 부담감이 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3분기를 기점으로 현대백화점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두 축의 나란한 부진

지난 8월 8일 공시된 현대백화점그룹의 2분기 매출 1조5858억원, 영업이익 50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14%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7% 감소했다. 가장 큰 줄기가 되는 사업인 백화점 그리고 면세점 부문의 부진이 그룹 전체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백화점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0.5% 증가한 1조4224억원, 영업이익은 11.2% 감소한 699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 부문은 매출 1940억원, 영업손실 19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의 경우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비용증가와 더불어 김포·천호·킨텍스 등 점포 증축, 신촌점 리뉴얼로 인한 감가상각비용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줄었다”면서 “매출 증가 등의 효과로 적자 폭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최근 3년 현대백화점의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 금융

해당 사업부문들의 실적 부진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비용 투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주요지역 매장을 지역 상권에 맞춘 콘셉트를 적용해 내부 구조를 새롭게 단장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백화점 신촌점이다. 대학가가 인접한 신촌점은 주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대 30대 유동인구의 모객을 위해 매장 내부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지난 7월 신촌점은 게임기업 넷마블과의 협업으로 지하 2층 팝 스트리트의 약 138㎡에 이르는 공간에 게임 콘텐츠 체험형 매장인 ‘넷마블 스토어(Netmable Store)’를 마련했다. 지난 9월에는 식품관의 리뉴얼이 마쳐졌다. 20대~30대 젊은 고객들을 위한 신촌점의 별관 격인 유플렉스(Uplex) 4층에는 1세대 파워블로거 ‘띵굴마님’의 벼룩시장 편집매장인 ‘띵굴스토어’가 10월 중으로 들어선다. 그 외 전국 주요 지역의 현대백화점과 유플렉스 매장도 내부 구조를 새단장하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일련의 새단장은 10월 중으로 거의 종료될 예정이다.

▲ 지난 9월 새단장이 완료된 현대百 신촌점 식품관 F&B 매장. 출처=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경우 개점 준비를 위한 비용으로 투입된 55억원과 사업 초기의 광고판촉비는 지난해 4분기 256억원의 영업손실로 나타났다. 이후 올해 1분기는 236억원, 2분기는 1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위기 반전 예상의 이유

현대백화점의 추후 실적 추이에 대해 투자업계에서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백화점 새단장의 종료로 인한 본격적 모객이 시작됨과 더불어 매출의 지속 증가와 영업손실의 감소 추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면세점의 실적이 반영됐다.

유진투자증권 주영훈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1조6216억원(전년 대비 18% 증가), 영업이익 603억원(전년 대비 24.5% 감소)를 전망했다. 면세점 부문은 매출은 2202억원, 영업손실 183억원을 전망했다. 3분기는 그간의 비용 투입이 대략적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으로 보고, 4분기 이후부터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주 연구원은 “무역센터점의 면세점 부지 공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영업면적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업면적 20%가 다시 돌아온 점, 백화점과 유플렉스의 새단장 종료 시점이 10월말로 예정된 점 그리고 이번 달부터 시작된 고덕 그라시움의 입주는 단지에 가장 인접한 현대백화점 천호점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에는 면세점 실적의 변화가 반영됐다. 현대백화점과 유진투자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은 1월(약 13억원)부터 9월(약 24억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 폭은 계속 줄어들고(2018년 4분기 256억원, 2019년 1분기 236억원, 2019년 2분기 194억원)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면세점에 줄어드는 비용 그리고 면세점의 실적 개선 추이는 4분기 이후와 2020년 현대백화점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이 되고 있다.

KTB투자증권 김선미 연구원은 4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그룹 전반적으로 실적은 4분기 이후 개선이 예상되는데 이는 4분기는 백화점의 주력상품인 의류매출이 확대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면서 “면세점의 경우 지난 7월 까르띠에의 입점이 8월과 9월 매출상승에 기여했고, 11월에는 프라다 12월에는 셀린느의 입점이 예정돼있어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3분기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영업손실은 165억원 수준, 4분기 이후는 영업손실이 100억원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현대백화점그룹의 부진은 면세점을 중심으로 한 비용의 투입이 주된 요인이었다. 올해 말이면 초기 투자 작업은 대부분 끝이 나고, 적어도 내년부터 현대백화점은 제대로 갖춰진 역량으로 경쟁사들과 맞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에게는 이커머스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경쟁사들과 확연하게 다른 노선을 간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