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정나영 지음, 미래의창 펴냄.

2018년 45만7998개의 가게가 창업했고 40만 8776개가 폐업했다. 폐업률이 89.2%였다. 저자는 영세한 가게들의 몰락을 단지 마케팅 차원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작은 가게의 유지와 생존을 결정짓는 요인인 ‘관계’가 사라진 때문으로 판단한다.

요즘 지하철역과 도서관, 공항이나 은행에서도 사람의 서비스는 귀해졌다. 무인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인건비 절감을 위한 것이다. 1인 가구와 젊은 소비자들이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소비 현장에서는 사람과의 대화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커피숍은 넘쳐나지만 가맹점 커피숍들은 규격에 따른 획일적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고, 동네카페들도 주인의 이력과 개성, 스타일이 돋보이는 곳은 찾기 힘들다. 미용실과 동네 마트, 빵집은 단골을 잡기 위해 포인트와 마일리지를 쌓으라고 권유하면서도 손님의 얼굴을 익히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많은 마케팅의 개념과 이론, 전략들이 모두 ‘관계’로 수렴되고 있다. 사람들이 작은 가게에 기대하는 것도 편안함과 안도감을 주는 오래되고 익숙한 ‘관계’다. 1인 가구와 핵가족이 발달한 시대, 작은 가게들은 지역 공동체의 일체감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책에는 손님들과의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미국 소도시 작은 가게들의 사례가 나온다. 광고나 홍보없이, 심지어 간판없이도 지역 명소가 된 케이크집 ‘세실리아 빌라베체’, 대형서점 위세에도 성업중인 서점 ‘애비드’ 등은 작은 가게만의 강점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