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혈압측정을 통해 고혈압을 조기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다. 출처=대한고혈압학회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30~40대가 고혈압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직 젊고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고혈압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고혈압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 아무런 증상 없이 심장과 혈관에 상처를 주고, 죽상동맥경화라는 과정을 거쳐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반면 고혈압은 관리만 잘한다면 심뇌혈관질환의 발병과 사망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은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0~40대에서 이 같은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건강 적신호가 켜졌다.

정기적인 혈압측정으로 조기발견

고혈압은 만성적으로 동맥의 혈압이 올라간 상태를 말한다. 고혈압 자체는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장 몸에 불편한 점도 없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고혈압은 조기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으로 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증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한다. 즉 국내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인 심뇌혈관질환이라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요구된다.

▲혈압의 분류. 출처=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은 시약이나 혈액, 영상 등 특별한 검사 방법 없이 자동혈압계를 통해 누구나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혈압은 크게 정상, 주의혈압, 고혈압 전 단계,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고혈압 140, 최저혈압 90을 넘기면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최고혈압이란 심장이 피를 쥐어짤 때 측정되는 혈압이고, 최저혈압은 심장이 이완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측정치를 의미한다. 참고로 정상 혈압은 최고혈압 120 미만, 최저혈압 80 미만일 때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혈압측정을 통해 고혈압을 조기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혈압약을 복용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간혹 고혈압 원인을 제거하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완치'가 아닌 '조절'의 개념으로 치료에 들어간다. 즉, 평생 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혈압약은 장기 복용이 필요한 만큼 다른 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능도 뛰어나 하루에 1~2회 복용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30대 10명 중 8명 고혈압인 줄 몰라

전 세계적으로 전체 성인 인구의 30% 이상이 고혈압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 11억 명에 달하는 수치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매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고혈압의 유병률 및 인지율, 조절률, 치료율을 보고하고 있다. 2017년 고혈압 유병률은 26.9%다. 남성이 32.3%로 여성 21.3%보다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고혈압 인지율 65.4%, 치료율 61.5%, 유병자의 조절률 45.6% 등으로 고혈압 관리지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2017년 연령별 고혈압 유병률. 출처=국민건강영양조사

하지만 30~40대의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매우 저조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30대는 인지율 18.7%, 치료율 16.0%, 유병자 조절률 11.6% 등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30대 중 80% 이상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치료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관계자는 30~40대에서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중년이나 노년과 달리 바쁜 직장생활을 영위하면서 주로 외식이나 회식 등 불규칙하고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이 더해진 탓으로 추정된다"며 "30~40대 청장년층은 여러 나쁜 생활습관과 더불어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쁘다거나 젊고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고혈압을 간과한다면 결국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나이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