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정감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주파수 활용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5G에서는 28GHz 대역 주파수의 활용 여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파수의 경우 국민의 재산이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G 28GHz..이를 어찌할꼬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며,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주파수의 활용 권한을 위임받아 다양한 산업 인프라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지원한다. 주파수가 ICT 및 네트워크 산업의 핵심이면서도 공공의 개념을 가지는 이유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주파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주장과 논쟁이 나와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사례가 5G 주파수 중 하나인 2.8GHz 대역 주파수다.

5G 주파수는 3.5GHz 대역 및 28G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다. 여기서 3GHz~6GHz은 미들밴드로 부르며 Sub-6로 표기하고 28GHz의 고주파 대역은 하이밴드, 즉 밀리미터파(mmWave)로 부른다.

Sub-6의 3.5G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5G 전략은 국내에서 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8G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전략이 일부 가동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모두 3.5GHz 대역 주파수만 지원된다. 현재 5G 스마트폰으로 시장에 풀린 갤럭시S10, 갤럭시노트10, 갤럭시폴드, LG V 시리즈 모두 3.5GHz 대역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다. 통신사별로 할당받은 대역은 SK텔레콤과 KT가 100MHz 폭을, LG유플러스가 80MHz 폭을 가져갔다.

국감에서의 논란은 현재 국내에 풀린 5G 스마트폰의 경우 모두 3.5GHz 대역만 지원한다는 점이다. 즉 5G 단말기 자체가 3.5GHz 대역 주파수만 지원하기 때문에 추후 밀리미터파의 28GHz 대역 주파수 시대는 대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국정감사에서 "현재 국내에 유통된 5G 단말기는 3.5GHz 대역만 지원하고 있어 앞으로 구축될 28GHz 대역 기지국 연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현재 5G 이용자들은 향후 28GHz 대역이 구축되어도 5G 최대 성능을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5GHz 대역 주파수와 28GHz 대역 주파수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먼저 3.5GHz 대역 주파수는 전파도달 범위가 넓다. 즉 하나의 기지국이 넓은 커버리지를 보장하기 때문에 5G 확산에 큰 도움이 된다. 반면 28GHz 대역 주파수는 파동이 멀리 전송되지 않아 쉽게 차단된며, 당연히 전파도달 범위가 좁다. 그러나 속도적 측면에서는 3.5GHz 대역 주파수를 압도한다.

산악지형이 드물고 땅이 넓은 미국은 28GHz 대역 주파수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산악지형이 많고 땅이 좁은 국내는 3.5GHz 대역 주파수를 메인으로 삼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리려면 두 주파수 대역이 모두 지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풀린 5G 단말기는 모두 3.5GHz 대역 주파수만 지원하기 때문에, 추후 28GHx 대역 주파수 시대가 열리면 이들은 진정한 5G 시대를 만끽할 수 없다는 것이 변 의원의 주장이다.

통신사들은 순차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3.5GHz 대역 주파수를 중심으로 5G 로드맵을 구축하고, 이후에 하드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순차적인 진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3.5GHz 대역 주파수를 통해 5G 활성화 및 대중화를 끌어내야 하는 국내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하며, 추후 28GHz 대역 주파수로의 진화를 고민하겠다는 뜻이다. 관련 인프라 구축은 금년 말이다.

3.5GHz 대역 주파수가 국내 5G 활성화 및 대중화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은 사실이지만, 변 의원의 주장대로 시장 초반인 현재 3.5GHz 대역 주파수만 지원되는 5G 단말기를 구매한 고객들은 이후 '진정한 5G 시대'에서 서비스 사각지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통신사들의 주장대로 28GHz 대역 주파수 시대가 열려 이와 호환되는 기술이 개발되는 한편 지원되는 단말기가 풀렸을 경우, 5G 상용화 초반 같은 가격을 주고 3.5GHz 대역 주파수 지원만 받는 고객들은 28GHz 대역 주파수의 수혜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보완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현재까지 보급되고 있는 5G 단말기는 28GHz 대역을 쓸 수 있냐”고 물었고,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못씁니다. 현재까지”라고 답변했다. 이에 변 의원은 최기영 장관에게 “28GHz을 금년 말부터 구축한다고 치면 지금까지 보급된 5G 단말기는 28GHz 대역 기지국에서는 통화가 안되는 것 아니냐.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에 대해 정부와 사업자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의 검토를 요구했다.

▲ 삼성전자가 3.5GHz 대역 장비를 공개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어디까지 왔나?

한편 국내 5G 단말기들이 3.5GHz 대역 주파수를 지원하지 못해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28GHz 대역 주파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사업자의 로드맵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5G 네트워크 장비에서 3.5GHZ 대역 주파수는 물론 28GHz 대역 주파수 기술력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28GHz 대역 주파수 장비에 더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에 제공한 5G 장비가 28GHz 대역 주파수 장비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자체 통신규격인 5GTF(5G Technology Forum) 기반의 통신장비, 가정용 단말기(Customer Premises Equipment), 네트워크 설계 서비스를 공급했다.

3.5GHz 대역 장비는 조금 늦게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13일 3GPP 국제 표준 기반의 3.5GHz 대역 5G 기지국 장비를 전격 공개한 바 있다.

엑시노스 5100은 두 주파수 대역 모두 지원한다. 엑시노스 모뎀 5100은 하나의 칩으로 5G를 넘어 각 세대별 이동통신 규격(GSM/CDMA, WCDMA/TD-SCDMA/HSPA, LTE 등)까지 지원하는 '멀티모드' 방식이며  6GHz 이하 주파수 대역에서 기존 4G 제품보다 1.7배 빠른 최대 2Gbps의 데이터 통신속도를 지원하며, 28GHx 대역 주파수 에서도 5배 빠른 6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

퀄컴의 전격전도 빠르다. 3.5GHz 대역 주파수는 물론 일찍부터 28GHz 대역 주파수에 집중해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에릭슨과 두 주파수 대역에서 모두 시연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28GHz 대역 주파수 장비 전쟁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퀄컴 밀리미터파 정복의 선봉이 지난해 말 공개된 QTM 052mmWave 안테나다. 지난해 7월 첫 제품이 나온 후 업그레이드를 마쳤으며 현재 삼성전자와 비보 및 오포 등 다양한 단말기에 탑재되고 있다. 새로운 QTM 052 mmWave 안테나 모듈은 기존 안테나와 비교해 사이즈가 25% 감소했다. 단말기 실장면적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제조사와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폼팩터 운용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 QTM 052mmWave 안테나의 기술력이 보인다. 출처=퀄컴

첨단 빔 포밍, 빔 스티어링(beam steering) 및 빔 트래킹(beam tracking) 기술을 지원한다. 통합 5G NR 라디오 트랜시버, 전력 관리 IC, RF 프런트 엔드 구성 요소 및 안테나 배열을 갖추고 있으며 QTM 052 모듈은 26.5-29.5 GHz(n257), 27.5-28.35 GHz(n261) 및 37-40 GHz (n260) mmWave 대역에서 최대 800 MHz의 대역폭을 지원한다. 

빔포밍용 배열 안테나를 활용해 무선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물론 배열 안테나를 소형 단말기에 탑재하기 어렵다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으나 퀄컴은 이를 적응형 빔포밍, 스위칭 및 트래킹을 통해 극복했다. QTM 052 mmWave 안테나 모듈의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두르가 말라디(Durga Malladi) 퀄컴 5G 담당 수석 부사장은 "5G로 인해 12조3000억달러의 경제가치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5G는 기반 인프라로 작동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와이파이와 5G의 혼합적인 활용 등이 가능해질 것이며 28GHz 댜역 주파수를 활용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두르가 말라디(Durga Malladi) 퀄컴 5G 담당 수석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퀄컴

국내 통신사들도 28GHz 대역 주파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 KT는 지난 6월 노키아와 함께 5G장비 개발과 28GHz 밀리미터파 주파수 대역 활용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LG유플러스는 상용 환경에서 28GHz를 이용, 차량 주행 중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 테스트를 실시하였으며, 최대 속도 다운로드 4.2Gbps, 업로드 1Gbps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 LG유플러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LG유플러스

다운로드 4.2Gbps는 현재 3.5GHz 5G 다운로드 최대 속도 1.33Gbps의 3배 이상으로 HD급 2GB 영화를 4초에 다운로드 가능하다. 업로드 1Gbp는 현재 3.5GHz 5G 업로드 최대 속도 85Mbps의 10배 이상이다. LG유플러스는 3GPP 표준기반으로 할당 받은 28GHz 주파수 대역폭 800MHz을 이용했으며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단말 스펙을 테스트 단말에 적용하여 시험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