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DB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새로운 주인을 들이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대주주로 등극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지원에 힘입어, 그간 저조했던 지급여력(RBC)비율 회복 등 재무건전성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이 같은 자본지원과 책임경영 의지를 반영한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를 향한 새로운 체제는 향후 퇴직연금 리스크 반영비율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보험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 5월 롯데손보 지분 53.49%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던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의 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왜 주인 바꼈나?

롯데손보가 새 주인을 맞이한 것은 금산분리 규정에 따른 행보다.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금산분리 규제에 입각해 롯데 금융계열사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금산분리는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기업)의 결합을 제한하는 제도다. 금융 특성이 자기자본 비율이 낮고 대부분 고객, 채권자의 자금으로 영업한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들이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즉, 대기업과 같은 산업자본이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의 예금으로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롯데그룹은 11일까지 금융계열사 매각을 완료하지 않을 시 2000억원 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에 롯데손보는 지난해 11월부터 롯데손보·롯데카드·롯데캐피탈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롯데카드 역시 지난 2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이 통과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앞서 롯데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캐피탈 지분 25.64%는 지난달 23일 일본 롯데파이낸셜코퍼레이션에 매각키로 결정됐다.

◇유상증자에 재무건전성 회복 '기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롯데손보를 향한 업계의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간 열악한 재무건전성을 보이던 롯데손보가 JKL파트너스의 자본력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 출처=손해보험협회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이 나면 이달 중으로 3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계획했다. 롯데손보의 지난 6월 말 기준 RBC비율은 140.8%에 불과했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RBC비율은 150% 이상이며, 100%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금융당국의 시정 조치 대상이 된다. 계획했던 JKL파트너스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19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퇴직연금 리스크 반영 비율이 확대될 전망 속 이 같은 자본확충은 롯데손보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금융당국은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신용·시장위험을 RBC 비율에 반영하도록 지난해 6월 규정했다. 현재 70%인 리스크 적용 비율은 내년 6월엔 100%로 확대된다. 롯데손보의 상반기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자산은 6조7784억원 이다. 이는 총 자산(14조7169억 원)의 46.1%에 달하는 금액이며, 손보업계 2위 규모다.

◇JKL파트너스, 책임경영 의지 '활활'

JKL파트너스는 일반적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모펀드와 달리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증자 이외에도 금융전문가로 라인업을 구성한 경영진 변경을 계획하며 롯데손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원진 JKL파트너스 전무는 오는 10일 열리는 롯데손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행정고시 43기로 공직에 입문한 최 전무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국제통화기금(IMF) 자문관 등을 거친 금융통으로서 이번 롯데손보 인수에 중역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로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신제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윤정선 국민대 교수가 선임될 예정이다. 신 고문은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장 등으로 역임한 바 있다. 박 명예회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행연합회 회장 등을 거쳐왔다. 윤 교수는 현재 한국파생상품학회장을 맡고 있다. 이 같은 라인업 구성에는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JKL파트너스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RBC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유상증자 등 JKL파트너스의 적극적인 지원은 재무건전성 개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다만, 퇴직연금 같은 경우 롯데그룹 산하에 있을 때 보다 물량 확보가 안 될 가능성이 커 이번 인수에 따른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