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교촌치킨(회장 소진세)과 bhc치킨(대표이사 임금옥)이 최근 직영점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이색적인 인테리어를 적용하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 주문 서비스가 보편화한 상황에서 주요 치킨 업체 두 곳이 전개하는 오프라인 전략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촌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자료 ‘2018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종 가운데 ‘치킨전문점’의 배달앱 이용 비중은 45.5%에 달했다.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 43.1%, ‘중식’ 18.7%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요기요,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 자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홀만 운영하는 중소 치킨전문점이 있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숫자다. 이번 면접조사에 응한 외식업체 3000개 가운데 배달앱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곳은 7.6%(228개) 수준을 보였다.

치킨은 피자나 족발, 짜장면 등 메뉴와 함께 오랜 기간 배달 음식으로 소비돼온 경향을 보여왔다. 최근 경제 저성장 기조, 1인가구 증가 등 사회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배달 서비스 시장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여러 명이 매장을 함께 찾아가 식사하는 문화가 점차 축소되고 늘어나는 1인 가구들이 혼자 매장에서 밥을 먹는 대신 배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5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촌과 bhc가 최근 새로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고객 유치에 힘 쓰는 행보는 최근 배달 시장의 성장세와 대조된다. 가정, 회사 등 원하는 곳에서 주로 음식을 주문시켜 먹는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교촌치킨 인계점. 출처= 교촌에프앤비

교촌은 올해 9월 26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나혜석거리에 122.3㎡ 규모를 갖춘 ‘인계점’을 열었다. 교촌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직영점 3곳 가운데 한 곳이다. 작년 9월 28일 동탄2신도시에 연 직영 2호점 ‘동탄2 영천점’을 오픈한지 1년 만에 후속 개점 소식을 알렸다.

bhc도 앞서 8월 3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종로점’을 열었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종로점은 교촌 인계점(58석)보다 2배 가량 많은 116석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사무실, 어학원 등이 밀집한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종각 젊음의 거리’에 자리잡은 점도 매장 특징 가운데 하나다.

두 매장의 공통점으로 브랜드 신제품을 테스트하는 역할을 맡은 점이 지목된다. 교촌은 현재 인계점에서 시제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고 bhc는 향후 정식 출시를 결정하기에 앞서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장으로 종로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본사는 각 매장의 점주와 직원들에게 매장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내용을 확보한다.

각 업체가 당초 두 매장을 직영점으로 설립한 이유도 테스트베드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본사 직원이 매장을 운영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영점은 본사에서 경영을 맡기 때문에 사업전략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본부 의지로 시도해볼 수 있다. 직영점보다 훨씬 많은 가맹점에서도 새로운 전략을 시험하는 데 협조 요청할 수 있지만 일련의 과정을 직접 통제하고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직영점이 효율적인 장소다.

직영점은 시장 반응을 현장에서 조사·분석할 수 있고 매장을 본사 뜻대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점포 수는 적다. 예비 창업자가 초기 비용을 일부 투자함으로써 출점하는 가맹점에 비해 매장을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는데 본부가 져야 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10월 2일 현재 기준 교촌과 bhc의 전국 직영점 수는 각각 3개, 5개로 집계됐다. 전체 점포 수가 각각 1100여개, 13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극소수다.

교촌과 bhc는 인테리어나 서비스에서도 점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각 직영점에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용객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교촌은 동탄2 영천점에 이어 인계점에도 친환경 자재인 천연 코르크로 외부 벽면을 만드는 등 자연친화적 디자인을 가미했다.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인테리어 요소를 가미해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문화’의 감성을 도모하기도 했다. 홀에 비치한 미니 셀프바에는 나초와 교촌 소스 7종을 진열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치킨 메뉴의 맛을 간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bhc치킨 종로점. 출처= bhc치킨

bhc 종로점의 내부는 우드 마감재와 포인트 조명을 활용한 카페 콘셉트로 조성됐다. 종로점과 마찬가지로 맥주와 치킨 등 안주를 판매하는 호프(hof)의 구태 감성에서 벗어나 젊은 고객층도 찾는 매장으로 조성하려는 취지다. 치킨, 콥 샐러드, 양념 감자 등으로 구성된 ‘치킨 플래터’같은 방문객 전용 메뉴를 내놓으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아직 새 직영점을 운영한지 1~2달 가량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아직은 매장 운영을 안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점포 설립 목적인 신제품 ‘테스트베드’ 기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교촌 관계자는 “국내 치킨 시장은 최근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치킨 업체 직영점의 역할은 과거 이윤창출에 주력하는데서 신메뉴를 사전 테스트하고 모든 매장에 확산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bhc 관계자는 “bhc 종로점은 오픈 이후 하루 평균 250명이 방문하는 등 상권에 안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확보한 고객 피드백을 본사에 즉각 전달하고 사업 전략에 반영할 수 있는 직영점 특성을 활용해 차별화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치킨 시장의 포화 수준이 심화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각 업체들이 활로를 모색할 수단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본다. 경영진들 사이에 시장 동향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현장 목소리를 신속히 수렴하고 파악하기 위한 채널로 직영점을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경영컨설팅 전문 업체 프랜코의 유재은 대표는 “치킨 시장은 꾸준한 제품 수요가 있는데다 제품 개발 소재가 비교적 단순함에 따라 그간 나쁜 업황에서 비켜날 수 있었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구하는 등 행보에 나선 것은 최근 사업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