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하반기에도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공급 과잉과 경쟁심화로 인한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항공업계는 언제쯤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업계, 연이은 악재에 성수기 잃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 상장된 항공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6곳의 시가총액은 총 4조9284억원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한 보이콧 운동 전인 6월 말 6조1003억원과 비교할 경우 대략 19%인 1조1719억원이 줄어들었다. 

52주 최고가와 비교해보면 대한항공이 4만1650원에서 2일 종가 기준 2만2950원, 아시아나항공이 9450원에서 5080원으로 줄어들었다. 제주항공의 경우 4만7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진에어는 3만1250원에서 1만5000원으로 감소했다.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도 각각 9400원에서 6110원, 9130원에서 4835원으로 감소폭이 컸다.  

▲ 출처=한국거래소

이는 올 들어 항공업계에 악재들이 연이어 터진 결과다. 상반기에는 환율상승과 고유가에 따른 부담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어 성수기인 3분기에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한 보이콧 운동,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등이 잇따르면서 수익성 악화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관적인 것은 항공업계의 사정이 언제쯤 나아질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항공사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선을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부정기편을 띄우는 등 수익성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일본 노선의 수익성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를 반영하듯 금융투자업계는 앞 다퉈 항공업계의 3분기 실적전망을 낮춰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27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91% 줄어들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영업이익이 33.4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LCC(저비용항공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제주항공은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285억원으로 24.6%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진에어는 13% 줄어든 223억원, 에어부산 역시 83% 급감한 19억원, 티웨이항공은 68.85% 감소한 38억원으로 추정된다.  

일본 보이콧 영향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유가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외항사와, 내년부터 운항을 시작하는 신규 여행사 등도 항공사들의 상황을 옥죄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항공사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 노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노선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내년부터는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등이 운항을 시작해 당분간은 생존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형항공사 ‘화물 물동량 회복’, LCC ‘시장 재편’ 관건

그렇다면 언제쯤 항공업계의 상황이 나아질까. 업계에서는 대형항공사의 경우 화물 물동량 회복이, LCC의 경우 구조 조정이 업황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항공사들은 중장거리 여객, 하이클래스(High-class) 좌석 수요가 견조해 여객 부문 실적에의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미중 무역 분쟁 및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인한 화물 물동량 감소는 실적악화에 직격타로 작용했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5~7월 기준 글로벌 항공 화물 수송량(FTK)은 전년 대비 3.8% 감소하면서 7년 만에 최저 증감률을 기록했다. 2분기(4~6월) 노선별로 보면 전년 대비 FTK는 북미~아시아가 5.8%, 아시아~유럽 2.7%, 유럽~북미 5.0%, 아시아 역내 9.7% 감소세를 기록했다. 

항공 화물은 수송 시간이 1~2일에 불과해 글로벌 경기 변화에 따라 물동량이 민감하게 변화한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항공 화물물동량 감소세가 직접 영향을 받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공급망(Supply Chain) 전반의 물동량 감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 출처=NH투자증권

여기에 국내의 경우 수출이 줄면서 물동량이 더욱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항공 화물 물동량이 지난해 11월부터 감소세로 전환된 가운데 국내 수출도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올 8월 누적 기준 인천공항 항공 화물 물동량은 전년 대비 7.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품별로 보면 전기기기, 기계류, 정밀기기 및 부속품 등 상위 10개 품목의 항공 화물 중 광물성 연료 부분을 제외한 전 품목의 물동량이 줄었다. 특히, 상위 3대 품목인 전기기기(스마트폰 및 관련 부품·반도체 등)와 기계(엔진부품·IT장비), 정밀기기(렌즈·진단기기 등)의 물동량이 각각 전년 대비 9%, 11%, 15%씩 줄어 전체 물동량 감소를 견인했다. 

세부 항목별는 전기기기 내에서는 전화기(스마트폰 포함) 및 인쇄회로, 기계류 내에서는 반도체 제조 관련 기기 등의 물동량 감소가 눈에 띈다. 화학 제품의 경우 지난해 3분기 ABS, SBR 등의 화학 제품이 일시적으로 항공 수송됐으나 올해 수송 물량은 전무하다. 

이에 대형항공사들은 화물 물동량과 외교관계 등 외부 변수가 개선돼야만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더 나쁜 LCC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한 업황 개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고, 국내 LCC 대다수가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운영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 국내 LCC들. 제주항공(상단 왼쪽), 티웨이항공(상단 오른쪽), 진에어(하단 왼쪽), 이스타항공(하단 오른쪽). 출처=각 사

실제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항공 업계 또한 경쟁 구도의 재편이 진행 중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경기 둔화에 따른 여행 수요 둔화, 유류비 및 인건비 비용 증가로 인해 글로벌 항공사 전반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파산하는 항공사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항공교통시장 조사기업인 OAG에 따르면 유럽 지역 항공사 수는 2014년 196개사에서 지난해 223개사까지 늘어났다.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25개사가 사라지면서 9월 기준 198개사까지 감소했다. 과잉 공급에 따른 경쟁 심화와 대외 악재가 경영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올 들어서는 프랑스 저가항공사 애쥘아주르, 아이슬란드 와우 항공이 파산했으며, 최근에는 영국의 최대 여행사인 토마스 쿡도 파산을 신청했다. 토마스 쿡의 경우, 부수적으로 영위하던 항공 사업에서 현금 유출이 지속됨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에선 항공사의 인수·합병 등으로 구조를 재편하지 않는 이상 과거와 같은 호황기가 오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몇몇 LCC의 자본잠식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면허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LCC업계의 경우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사실상 과거와 같은 호황기가 오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