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을 만드는 프렌치 스타트업의 비밀> 곽원철 지음, 라꽁떼 펴냄.

한국의 스타트업 정책은 美 실리콘밸리와 中 중관춘을 모범 사례로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력과 자본이 고도화한 미국 실리콘 밸리나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중국 중관춘은 현실적으로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안은 문화 강국에서 스타트업 강국으로 변신한 프랑스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는 시장과 경제 규모, 정부 역할, 제조업 기반 등 환경적으로도 우리와 유사하다. 폭넓은 문화, 타고난 모험 정신, 앞선 기술을 보유한 점도 우리와 닮았다. 저성장에 빠진 경제의 혁신 성장 돌파구로 스타트업 육성을 부각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창업 국가’(스타트업 네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라 프렌치 테크’라는 스타트업 혁신 성장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책에는 프랑스의 분야별 스타트업 기업들이 소개돼 있다. 그중 한국 스타트업계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모빌리티 기업들을 살펴보자.

프랑스에서도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한 저항이 거셌다. 하지만 지금은 모빌리티 업체간 경쟁이 활발하며,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 모빌리티 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공공 철도 파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철도산업을 독점 운영하는 프랑스 국영철도의 노조는 지난해 4월 마크롱 대통령의 국영철도 개혁안에 반발해 파업에 나섰다.

파리시청과 국영철도측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모바일 지도앱 ‘웨이즈’, 페이스북 등의 협조를 받아 승차공유와 카풀서비스를 이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시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파업초기 지도앱 웨이즈에는 동시접속자가 최대 140만명이나 몰렸다. 카풀업체 블라블라카는 4월 한 달 이용건수가 200만건에 달했다. 단거리 출퇴근용 ‘블라블라 라인’ 서비스는 이용률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우버의 카풀서비스 우버풀은 파업기간 20% 할인을 제공하면서 이용률을 30% 높였다. 카풀서비스를 하는 국영철도의 자회사 ID Vroom에도 15만 명의 신규가입자가 몰렸다.

파업기간에 차량공유업체 ‘드리비’, 전기자동차 공유서비스 ‘오토립’, 자전거공유서비스 ‘벨리브’, 스쿠터 공유업체 ‘시티스쿠트’, 개인차량을 렌터카처럼 빌려주는 ‘위카’ 등도 급성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 정부와 달리 공권력을 동원하거나 노조를 비난하는 여론전을 펼치지 않았다.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만으로도 100년 역사의 프랑스 공공노조를 압도할 수 있었다. 국영철도의 기욤 페피 회장은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경쟁 상대는 블라블라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그 말 뜻을 몰랐다. 그 결과 노조는 파업기간 내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해 서둘러 파업을 접어야 했다. 석 달에 걸친 철도파업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의 국철 효율화 방안은 프랑스 국회를 통과했다. 대규모 철도파업이 진행된 2018년 봄 프랑스에선 디지털 모빌리티의 르네상스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