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암호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한때 2500만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3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수많은 투자자를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지금도 1000만원 안팎을 오가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주식시장에서 가격 널뛰기가 심한 종목은 바이오주다.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와 신라젠의 임상 실패 등 최근 연달아 터진 대형 악재에 바이오주 전체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라젠은 한때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펙사벡을 개발하며 코스닥 시장 시총 2위까지 올랐다. 현재는 4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추락한 상태다.

잘 되면 ‘대박’이라는 막연한 환상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주와 암호화폐는 서로 닮아있다. 물론 모든 투자가 대박을 노리고 시작되지만 바이오주나 암호화폐는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보고 대부분의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현재 기업들이 내세운 전략이나 계획들이 지금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동산 떴다방처럼 사업설명회를 열고 원금보장 대박 수익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하는 현장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회사에서 개발 중인 코인이나 기술에 투자하면 매달 투자금의 일부를 수익금으로 지급하고 1년 안에 원금을 모두 회수할 것이라고 유혹하지만 흔한 사기 수법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고수익에 원금까지 보장받는 투자 상품은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그 어떤 금융상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기나 불법적인 행위는 아니지만 신약 개발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개발 중인 신약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다. 특히 다년간 신약 개발에 매진해온 학벌 좋은 박사와 의사들이 기업설명회에 나와 신약 성공을 자신하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은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실패했을 때 뒷감당은 책임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기업이나 암호화폐 기업들은 설립 초기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외부 자금 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회사의 핵심 사업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회사와 투자자 간 정보 격차가 큰 만큼 도덕적 해이도 극심하다. 혁신신약이나 블록체인과 같은 핵심 기술은 미래 산업의 먹거리로 급부상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보안 속에서 개발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투자자와 회사 임직원 간 정보 접근 기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본인들의 잇속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직도 신라젠 임원들이 펙사벡 임상 3상 실패를 예측하고 사전에 지분을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암호화폐와 바이오주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암호화폐와 달리 바이오주는 국가가 정해놓은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진다. 심지어 바이오의약품은 정부가 미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ICO(암호화폐 공개) 전면 금지 이후 규제 공백으로 힘겨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과 완전히 상반되는 상황이다. 훨씬 유리한 환경과 조건임에도 암호화폐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대박도 좋지만 미래가치에 대한 신뢰 형성이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