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니지2 웰페이퍼. 출처=리니지2 공식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엔씨소프트가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을 발표한 가운데, 원작 PC온라인 게임 ‘리니지2’에 대한 혁신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PC온라인 게임 세대 교체를 가져온 리니지2의 혁신성은 엔씨소프트의 기술적인 노하우로 작용해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2M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03년 상용화를 시작한 리니지2는 과거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캐주얼 게임 등이 PC방을 주름잡던 시절, 게이머들에게 최고 수준의 3D 그래픽과 광대한 오픈월드, 다양한 콘텐츠 등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게임이다. 시대를 변화시킨 혁신과 화제를 모은 이 게임은 출시한 그 해 ‘2003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리니지2 때문에 전국 PC방 성능이 상승했다

리니지2가 출시에 임박한 시점인 2003년 겨울 무렵, 전국 PC방에서는 때아닌 PC 업그레이드 열풍이 불었다. 바로 리니지2 때문이다. 리니지2는 현재 PC 디바이스 관점에서 볼 때 비교적 낮은 사양에 속하지만, 과거에는 ‘풀 옵션’으로 플레이 하기 위해 상당히 고성능 PC가 필요했다. 광원 효과와 필드 곳곳에 펼쳐진 수풀과 꽃밭,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현실감이 잔뜩 묻어나는 풀 옵션으로 플레이를 원했다.

PC방은 수개월 매출에 해당하는 PC 디바이스 업그레이드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최근 고성능 게임에 플레이 유무에 따라 PC 디바이스 성능이 높아지듯이 과거에도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새롭게 오픈한 PC방은 기준점이 리니지2 풀 옵션 구동으로 삼았다. 영세한 PC방 및 기존 PC방은 10여대만 PC 디바이스를 업그레이드하고 ‘리니지2 전용석’이라는 팻말을 붙이기도 했다.

PC방 디바이스를 끌어올린 리니지2 때문에 대한민국 PC온라인 게임 시장 전반적인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새롭게 개발하는 게임들은 PC방 성능에 제한받지 않고 보다 높은 사양을 채택할 수 있었다. 또 시장에서는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던 3D PC온라인 게임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덕분에 과거 패키지 게임으로만 출시된 FPS(1인칭슈팅) 게임도 온라인 게임으로 성공적인 시장 진입이 가능했다.

리니지2, 샌드박스와 테마파크 사이의 과도기 게임

▲ 리니지2 시작지점. 출처=리니지2 공식홈페이지

과거 PC온라인 게임은 샌드박스형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샌드박스형 게임은 게이머에게 별도의 룰을 강요하지 않고 자유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사실상 게임 내 룰을 게이머들이 만들고, 커뮤니티 콘텐츠가 강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테마파크형 게임은 필수 퀘스트와 같은 게이머의 이동 동선이 짜여있어 자유도가 낮지만, 스토리 몰입감이 비교적 높다.

리니지2는 이 같은 형태에서 샌드박스와 테마파크 중간 사이에 위치한 과도기 게임이다. 시작 지점에서 퀘스트 동선과 약간의 아이템이 주어지지만, 턱없이 부족한 물자로 인해 게이머들이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샌드박스 요소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특히 엔드 콘텐츠인 혈맹과 공성전 부분에서는 더욱 샌드박스 요소가 강했다.

‘올 마훔 야영지’, ‘투렉 오크 야영지’, ‘개미굴’, ‘잊혀진 신전’, ‘크루마 탑’, ‘안타라스의 둥지’로 이어지는 모험 요소 가득한 리니지2의 파티 사냥터는 게이머들의 흥분을 가시지 않게 했다. 던전 마다 주요한 몬스터 리스폰(Respawn, 재배치) 장소는 게이머들이 스스로 순번까지 매겨가며 기다린 만남의 장소로 통했다. D급 ‘바스타드 소드’부터 B급 ‘악마의 단검’까지 완제품을 획득하는 날에는 파티 대화창까지 훈훈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났다.

심리스 월드로 구현된 광대한 공간은 리니지2의 장점이다. 20레벨, 40레벨에서 1차, 2차 전직 퀘스트를 위해 각 마을을 뛰어다니는 경험과 D급 ‘혁명의 검’을 구매하기 위해 기란성 마을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고레벨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은 리니지2만의 백미(白眉)다. 폐허 글루디오, 사막화를 거치는 개미굴 주변, 상업의 도시 기란, 물의 도시 인나드릴 등 특징을 가진 수려한 풍경은 게이머들의 발걸음을 잠시 붙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리니지2는 혈맹 간의 자존심을 건 대결도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리니지2는 게이머의 플레이 성향에 따라 탱커, 힐러, 버퍼, 딜러 등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그러한 직업에 따라 혈맹전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대부분 혈맹전은 실버 레인저로 이루어진 궁수 파티에 휩쓸리기 십상이었다.

리니지2의 혁신을 잇는 리니지2M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출처=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의 강점을 리니지2M에서도 잇는다는 포부다. 과거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PC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세대교체를 가져왔듯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리니지2M을 통해 게임 개발 기술의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현재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리니지2M은 충돌 방지, 공중 이동, 뷰&타깃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새로운 콘텐츠로 혁신을 가져오는 동시에, 기존 원작의 강점인 파티 플레이 요소를 계승해 과거의 향수까지 디테일한 초점을 맞췄다. 또 원작의 대규모 PvP는 리니지2M에서 1000대 1000으로 이루어진 전투로 더욱 확대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9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리니지2는 당시 3D로 심리스 월드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며, 당시 2D 게임 시대에서 3D MMO를 도전했던 게임”이라며 “(리니지2를 계승한) 리니지2M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따라올 게임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