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대형택시 중심의 고급 이동 서비스로 재편되고 있다. 다만 저렴한 비용의 모빌리티 사용자 경험이 확충되며 두 영역의 시너지가 발생해야 진정한 모빌리티 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끈다.

11인승 전성시대
당초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카풀 논쟁으로 시작됐다. 카풀은 저렴한 비용으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수요와 공급을 기민하게 연결하는 온디맨드 전략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자기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나아가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프레임으로 격렬하게 반발했다. 결국 카풀 서비스는 제대로 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조금씩 동력이 떨어지는 중이다.

카풀의 등장과 택시업계의 반대, 그리고 쏘카 VCNC의 타다 등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현재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에 집중하고 있다. 카풀을 밀어낸 택시업계가 VCNC의 타다의 인기에 놀라 카카오 모빌리티 등 ICT 업계와 손을 잡은 셈이다.

타다의 인기 비결은 다양하지만, 택시업계는 특히 '대형택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는 타다의 기술 알고리즘과 서비스 진입장벽이 의외로 낮은데다, 승객들이 원하는 것은 '돈을 더 내더라도 편안한 이동 서비스를 즐기는 것'에 있다는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택시업계와 손을 잡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최근 법인택시 회사를 인수하는 한편, 다수의 회사와 연합해 10월 중 대형택시 서비스인 카카오T 벤티를 출시할 예정이다. 커피전문점 용어 중 그란데보다 20온스 큰 제품으로 통칭되는 이탈리아어인 벤티(Venti)에서 모티브를 땄다는 설명이다. 밴이라는 차종의 직관성과 T를 결합한 단어다. '넓고 쾌적한 서비스'라는 뜻도 된다.

다소 주춤했던 모빌리티 스타트업 차차크리에이션도 시동을 걸었다. 몇 차례 변곡점을 거친 후 오는 10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다. 올해 말까지 500대의 11인승 승합차 서비스를 보여준다는 각오다.

VCNC 타다는 마이웨이다. 120만명이 선택한 서비스로 발전하는 한편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모빌리티 '원조'로 충실한 사용자 경험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택시 운용에 있어 일부 이견이 존재하지만, 당분간은 현재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 차차밴이 보인다. 출처=차차

"이건 뭔가 이상하다"
서울시는 지난달 대형승합택시 운영지침을 수립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타다의 등장으로 촉발된 대형 콜택시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문제는 모빌리티 혁명의 방향성이다. 최초 카풀에 대한 열망은 택시기사들의 질 낮은 서비스를 거부하던 승객들이 저렴한 방식으로 편하게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카풀의 동력이 떨어진 후 타다가 인기를 끌자 모든 모빌리티 플레이어들이 대형 콜택시 중심으로 모여드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대형 콜택시도 모빌리티의 중요한 퍼즐이며, 택시업계의 '몽니'가 여전한 상태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자가 대형 콜택시 중심의 모빌리티 혁명에만 집중하는 것은 심각한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렴하고 편리한 가성비의 이동을 원하던 승객들의 목소리가 별안간 고가의 대형 콜택시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이다.

물론 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략도 펼쳐지고 있으며, 자동차 중심의 모빌리티와 다양한 플랫폼의 접점도 타진되는 중이다. 그러나 승객 입장에서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이 고가의 대형 콜택시로만 수렴되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상당한 논란거리다. 실제로 11인승 승합차를 제외한 다른 모빌리티 플랫폼을 보면 카카오 블랙 등 고가의 대형택시 외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모빌리티 업계는 물론 택시업계도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타다의 인기로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고가의 대형 콜택시의 가치가 입증되기는 했으나, 이는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그런데 타다가 성공을 거두자 '너도 나도 11인승'에 뛰어드는 것은 시장의 공멸을 끌어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