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2016년 3월 9일 대한민국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AI) 사이에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바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다. 세기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1승 4패로 고개를 숙였지만, 대중들은 대국의 승패보다 인공지능의 발달에 더욱 관심을 뒀다. 이후 기업들은 너도나도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본격적인 대(大)인공지능 시대가 열렸다.

과거에도 인공지능은 이미 존재했다. 단지 성능이 조악해 알아채기 힘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보여준 딥러닝은 인공지능을 통한 인간 삶의 변화를 제시했다. 물론 어두운 면보다 생활을 이롭게 하는 밝은 면이 더욱 부각됐다. 실제 우리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보고 있는 광고조차 인공지능이 동반된 기술이다. 기업들은 인공지능 투자로 얻은 결과물과 일상 생활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2020년까지 모든 스마트기기에 인공지능 기술 적용할 예정”

▲ 삼성전자 AI 플랫폼 빅스비. 출처=삼성전자

국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적 역량을 가장 크게 키워온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연간 5억대가 넘는 제품(디바이스) 판매를 통해 얻은 사용자 풀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미래 산업도 선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스마트기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10월 19일 ‘삼성 AI 포럼’을 처음으로 개최해 전 세계 석학들의 인공지능 기술 공유와 토론장을 만들었다. 이어 2017년 11월 연구개발 컨트롤 타워인 ‘삼성리서치’를 출범하고, 산하에 인공지능 센터를 포함시켜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인공지능 관련 선행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5개국 7개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6월에는 인공지능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大 세바스찬 승 교수와 코넬테크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했다. 또 2019년에는 미국 하버드大 위구연 교수를 펠로우로 영입하며 인공지능 분야 연구개발 역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국내 산학협력을 통해 한국 인공지능 센터가 전 세계 인공지능 연구의 허브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며, 인공지능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2020년까지 1000명 이상(국내 약 600명, 해외 약 4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 전망. 출처=IDC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주요 추진 방향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User Centric’ △지속적으로 학습해 성능을 높이는 ‘Always Learning’ △멀티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지원하는 ‘Always There’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Always Safe’ 등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갤럭시 S8, 갤럭시 노트8에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를 탑재했고 TV,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제품에도 음성인식 기능을 채택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특히 ‘빅스비’ 플랫폼 내 ‘스마트싱스’를 통한 사물인터넷과의 결합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의 확대 적용으로 자사의 모든 스마트기기와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인공지능의 미래는 생활 속의 인공지능 제품을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삼성리서치의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 중요한 원칙은 ‘언제나 학습하며, 사용자 곁에 있고, 안전하며, 도움을 준다(Always learning, there, safe, helpful)’는 것, 결국 ‘사용자를 핵심에 둔다(User centric)’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인공지능을 통해 어디서든 내 집처럼 생활할 수 있게 될 것”

▲ LG전자가 IFA 2019에서 공개한 씽큐 홈. 출처=LG전자

LG전자는 지난 2017년 인공지능 브랜드 ‘LG 씽큐(LG ThingQ)’를 선보이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정 조직에 국한되지 않고 각 사업본부에서 만드는 다양한 제품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에어컨, 세탁기, TV, 휴대폰, 로봇 청소기 등에 인공지능을 적용했다.

LG전자가 인공지능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인공지능 제품은 고객이 많은 기능을 학습하지 않아도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고, 제품을 설정하거나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 많은 절차를 최소화하는 등 스마트한 사용자 경험을 강화해 준다.

그 예로 LG 씽큐 제품은 고객에게 제품의 세부 기능과 작동 방법을 음성이나 문자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또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제품 설정 패턴을 학습해 버튼 하나 또는 말 한마디만으로 원하는 설정을 한 번에 세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인공지능 제품은 고객의 주변 환경, 제품 사용 습관, 제품의 상태 등을 파악해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제안한다.

또한 인공지능 제품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제품 내부에 탑재된 센서들이 기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로 보낸다. 서버는 제품 작동상태를 분석해 예상되는 고장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어디서든 내 집처럼 생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과 초연결 기술을 이용해 자동차, 사무실, 학교 등 어디서든 내 집과 같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미래 기술에서도 인공지능은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

▲ 네이버가 딥러닝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컨퍼런스 ICLR(표현 학습 국제 학회)에 3년 연속으로 참석, 다양한 AI 기술들에 대해 논문 발표를 진행했다. 출처=네이버

국내 최대 포탈인 네이버도 지난 2018년 초 검색 조직과 인공지능 연구 조직을 하나로 합친 ‘서치앤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를 출범, 기술연구에 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앞서 네이버는 2017년부터 세계 최고 인공지능 학회 CVPR을 포함해 국내외 유수의 학회에 꾸준히 참여하며 논문을 발표,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인재 영입을 위해 지난 2017년 6월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제록스리서치유럽을 인수, 네이버랩스유럽으로 사명을 변경해 약 80여명 규모의 인공지능 분야 세계적 석학을 확보했으며, 2018년에는 홍콩과학기술대학교와 공동으로 인공지능 연구소를 출범하는 등 인공지능 인재 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개발을 통해 얻은 인공지능 기술들은 네이버 서비스 대부분의 영역에 포함돼 있다. △쇼핑 아이템을 추천해주는 에이아이템즈(AiTEMS) △장소 추천 기술 스마트어라운드(SmartAround) 등이 있으며,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Clova)에는 수많은 글로벌 수준의 음성인식 음성 합성 기술들이 적용돼있다.

또한 세계적인 수준의 OCR(광학문자인식) 기술 역시 파파고, 라인, 바이브, 스마트렌즈 등을 통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콘텐츠 추천 기술인 에어스(AiRS) 적용 이후 네이버 뉴스판 인공지능 콘텐츠 일평균 PV(페이지뷰) 69% 증가, 해외 4개국 일일이용자수(DAU) 176% 증가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공지능 개발은 인터넷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 역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가 주를 이루는 모바일 환경에서 개인화 추천을 위한 인공지능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라며 “네이버랩스를 통해 연구 중인 로보틱스,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기술에서도 인공지능은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넷마블 “인공지능, 이용자 패턴 학습해 게임의 재미 극대화”

▲ 넷마블 사옥. 출처=임형택 기자

게임에서도 인공지능은 주요한 기술로 활용 중이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기반으로 한 불량 이용자 추출 및 마케팅, 게임 이용자에게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NPC 인공지능 등 이용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넷마블은 지능형 게임 기반의 기술 기업으로 변신을 준비하는 ‘넷마블 3.0’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게임 운영 노하우의 인공지능화를 시작한 넷마블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넷마블은 인공지능 기술 부문에서 약 65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 중 15건은 등록 완료됐다.

넷마블은 인공지능 기술을 더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대한다. ‘마젤란’ 기술을 2019년 하반기 출시 게임부터 본격 적용하며, ‘콜롬버스’ 서비스 적용 영역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콜롬버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 운영과 마케팅을 자동화하는 인공지능 기술 프로젝트며, 마젤란은 게임 콘텐츠의 지능화와 개발 효율화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 프로젝트다.

넷마블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지능형 게임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능형 게임은 인공지능이 이용자 성향, 게임실력 등을 파악해 흥미를 더 느낄 수 있도록 대응하고 허들을 만나면 대응법을 알려주며 이용자 수준에 맞춰 놀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게임이라도 이용자마다 실력과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른 만큼, 지능형 게임은 이용자 패턴을 학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최대한 자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넷마블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이용자가 경쟁하는 것이 아닌, 게임에서 이용자의 수준에 맞게 게임을 제공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을 이상적인 게임 인공지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넷마블은 이를 지능형 게임이 나아갈 궁극적인 방향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