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정치인의 자녀들이 각종 특혜를 받은 것과 관해 ‘금수저’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듯 하다.

재력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부모를 두고 태어난 금수저 자녀들은 명문 대학을 척척 합격하고, 신의 직장이라는 곳도 쉽게 입사하고, 직장 연봉과 관계없이 풍족하게 인생을 즐긴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 도움없이 해나가야 하는 ‘흙수저’들과는 아예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이 큰 상실감을 주는 듯 하다.

금수저는커녕 은수저도 못되는 흙수저들에게 전혀 위로가 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미국에서도 금수저와 흙수저들의 간극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한국의 격차보다 훨씬 큰데 해마다 그 간격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인덱스(Gini Index)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미국의 지니 인덱스는 0.47이었는데 2018년에는 0.485로 증가했다.

지니 인덱스는 0은 빈부격차가 없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소득수준을 보이는 것이고 1은 한명이 모든 소득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소득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0.341로 우리는 상당한 빈부격차가 있다고 느끼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고 캐나다의 0.321에 가까운 편이다.

미국은 여전히 부유한 세계 최대 경제를 보유한 강대국이지만 부유층과 빈곤층의 간극은 계속 넓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빈부격차만 존재하는 한국에 비해서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인종과도 결부되어 있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나타낸다.

미국의 2018년 임금 중간값은 전년보다 증가한 6만2000달러인데 미국내 부유층이 많이 사는 14개주의 임금 중간값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29개주의 임금 중간값은 이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즉, 임금 중간값이 상승한 부분은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등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집중되서 혜택을 누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감면 혜택도 이들이 많이 누린 반면 일반 ‘흙수저’들은 이런 혜택에서 벗어나 오히려 임금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적발된 일련의 대학입학부정에서도 이런 부유층들의 학벌과 재산 대물림이 나타났는데 부정행위가 아니더라도 부유층들은 손쉽게 자녀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경제조사국(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백인 학생 중의 무려 43%가 동문자녀 우대입학(legacy admission), 하버드 교수나 교직원 자녀, 운동특기자 입학, 하버드 대학교에 돈을 기부한 부모나 친척으로 인해 입학한 4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조부모가 과거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면 상당한 재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하버드 대학교에 기부한 이력으로 인해 입학이 됐다면 엄청난 부유층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 운동특기생으로 입학한 경우 스포츠 교육을 오랫동안 지원해왔던건 부모가 그만큼의 금전적 여력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며, 하버드 교직원과 교수 자녀는 내부의 정보를 잘 알고 이를 지원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결국 아무런 재력도 권력도, 아는 인맥도 없는 ‘흙수저’는 하버드에 입학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버드의 합격률은 4.5%에 불과한데 해당 조사에 따르면 기부입학, 동문자녀우대정책 등으로 입학한 백인학생의 75%는 이런 혜택이 없었다면 불합격할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반 ‘흙수저’ 백인 학생이 하버드를 지원할때보다 동문자녀일 경우 입학 가능성이 5배로 높아지고 하버드에 기부한 가족이 있을 경우에는 가능성이 7배로 높아진다고 한다.

반면 비백인 학생이 기부입학이나 동문자녀입학 등의 혜택으로 하버드에 입학하는 경우는 16% 이하에 불과하다니 미국에서는 돈 많고 권력있는 부모에 더해서 백인 부모까지 있어야만 진정한 ‘금수저’로 여겨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