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KG동부제철이 컬러강판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컬러강판 시장재편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특히, 업계 1위인 동국제강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사가 어떤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컬러강판, 시장전망 ‘맑음’… 생산량 꾸준히 증가

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컬러강판 생산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189만6000톤이었던 컬러강판 생산량은 2016년 204만9000톤에서 2017년 205만4000톤, 지난해 227만톤까지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올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국내 컬러강판 생산량은 155만1114톤으로 전년 동기 151만6433톤과 비교할 경우 2.3% 늘었다. 수출과 내수판매도 전년과 비교할 경우 모두 증가세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수출물량과 내수판매량은 각각 71만1410톤, 79만7239톤이었지만 올해는 동기간 72만4987톤, 82만 2244톤을 기록했다. 

▲ 연도별 컬러강판 생산물량(단위:천톤). 출처=한국철강협회

컬러강판은 일반 강판에 도료나 필름을 입힌 특수 강판을 말한다. 색상이 다양하고 무늬가 들어가 외양이 화려하며 재가공할 필요가 없어 인기가 높다. 세탁기,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에서 외장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실내 인테리어용 건축 자재 쓰임새가 증가하면서 시장 규모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철강시장 분석업체 글로벌 인포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칼러강판 시장규모는 2019년 24조원에서 2024년 33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동국제강이 업계 1위로 연산 75만톤에 시장점유율 34%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와 동부제철은 업계 2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동부제철이 40만~50만톤으로 18~22%를, 포스코강판이 40만톤으로 18%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는 세아제강의 컬러강판 자회사인 세아씨엠이 21만톤 9~1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동국제강은 지난 2011년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LUXTEEL)’을 도입하고 지난해 충남 당진에 전용 가공 공장을 증설하는 등 국내 컬러강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실제 컬러강판은 올해 상반기 매출 비중에서도 14%를 차지해 주력 사업인 봉형강(42.7%)에 이은 두 번째 매출원이다. 동국제강은 올해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을 44%까지 늘린다는 전망이다. 

▲ 동국제강의 럭스틸 제품. 출처=동국제강

최근에는 소재 제조와 패턴 디자인, 시공 솔루션, 다양한 럭스틸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마케팅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종합건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6월에는 국내 업계 처음으로 강판에 웨이브 엠보싱 무늬를 구현해 냉장고 등 고부가가치 가전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벤딩웨이브 컬러강판’ 개발에 성공한데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최초로 ‘잉크젯 프린트 컬러강판’의 양산체제를 갖췄다. 이 밖에 컬러강판에 항균 기능을 더한 럭스틸 바이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KG동부제철, 컬러강판 시장 도전장… 포스코·세아도 맹추격

컬러강판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선보이던 동국제강이 뜻밖의 변수를 만났다. 최근 KG그룹에 안기며 새출발을 시작한 동부제철이 컬러강판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나선 것. 

지난 20일 KG동부제철은 서울스퀘어빌딩 본사 대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655억원을 투자, 컬러강판 신규설비 투자를 결의했다. KG동부제철은 우선 연산 30만톤의 컬러라인 2기를 신설, 2021년 2월경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KG동부제철 인천공장에는 4기의 컬러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설비가 노후화된 만큼 고품질을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KG동부제철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4기 라인을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KG동부제철은 우선 2021년 2월까지 2기 라인을 교체한 뒤 후속 투자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신설 라인은 고부가 제품 전용라인 2기와 건재제품 전용라인 2기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당진공장의 칼라강판 생산라인 신설을 추진할 조직으로 ‘건설투자실’을 신설 배치하고,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연구소도 세운다. 

새 출발을 시작하는 KG동부제철의 첫 투자가 컬러강판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이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4년 넘게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KG동부제철이 컬러강판을 먹거리로 삼아 사업구조를 재편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KG동부제철은 지난 2일 공식 출범식에서도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주력 제품인 칼라강판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 출처=KG동부제철

상황이 이쯤 되면서 현재 업계 1위인 동국제강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현재 동국제강은 연산 75만톤의 컬러강판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KG동부제철의 생산능력은 연산 50만톤으로 국내 2위지만, 4기 모두를 교체할 경우 KG동부제철의 연산 생산능력은 6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포스코와 세아제강도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시장재편설에 힘이 쏠린다. 

포스코강판은 지난해 12월 포항에 고급 컬러강판 전용 공장을 증설하며 연간 컬러강판 생산량을 40만톤까지 확대했다. 포스코강판은 고내식 강판인 포스맥을 활용한 잉크젯 컬러강판 등을 통해 고부가 건재시장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세아제강도 고급 컬러강판 생산을 위해 지난해 판재사업부를 분할하고 신설법인 세아씨엠을 설립했다. 아울러 No.2 컬러강판 설비 합리화를 완료하면서 일반 건축용 중심에서 벗어나 프린트강판·필름접착강판·엠보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본격 돌입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컬러강판의 활용도가 늘고 있는 만큼 업체 간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업계 1위인 동국제강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일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다만 현재 철강사들이 앞 다퉈 컬러강판에의 투자를 늘리면서 공급 포화로 인한 출혈경쟁이 예상된다.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게 경쟁력 확보에 관건이 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