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금융소비자 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채무자 회생법 부칙 개정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입법이 절실히 필요한 채무 당사자가 참석해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시민단체가 채무자회생법 개정 전 개인회생 신청 채무자도 3년의 채무 상환기간을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3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채무자 회생법 부칙  개정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참석한 한 채무자는 삭발식을 단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채무자는 "상환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준다는 말을 믿고 결혼 준비와 함께 새출발을 꿈꿨다가 모무 무산됐다"며 "나와 같은 불우한 사람이 없도록 법률을 개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채무자는 " 23살부터 공장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다 대출의 유혹에 빠져 빚을 지게 됐다"며 "빚을 빨리 정리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싶지만 대법원의 결정으로 그럴 수 없게 돼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채무자는 암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커뮤니티의 지인이 대법원의 결정으로 면책이 취소되는 사례도 전하며 입법 촉구를 위해 삭발식을 단행하기도 했다. 

국회는 지난 2017년 개인회생제도를 규율하는 채무자회생법을 개정했다. 일반적으로 5년 동안 상환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것이 법 개정의 주요 골자였다. 채무상환 기간을 줄여 채무자가 빨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개정의 취지였다.  

2017년 국회를 통과한 채무자회생법은 이듬해인 2018년 6월부터 시행, 이때부터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는 상환기간 3년의 개인회생 제도를 적용받았다. 문제는 3년 이상 상환하고 있지만 개정 법률을 혜택을 받지 못한 기존 채무자였다. 형평성 문제가 있었던 것. 

서울회생법원이 이를 바로잡았다. 서울회생법원은 2018년 6월 법 시행 전인 2018년 1월 8일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지침’을 제정해 개정법 시행 이전 접수된 사건 전부에 대해서도 변제기간 단축을 허용했다. 

3년 이상 상환한 채무자들이 회생법원의 조치에 따라 단축신청을 냈지만 대법원이 한 대부업체의 항소로 회생법원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결정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법 시행 이전에 상환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채무자의 신청은 반려됐거나 중지됐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혼란을 막고 불우한 채무자의 재기를 위해서는 채무자회생법의 부칙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백주선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상환기간 8년이었던 개인회생제도는 통합도산법 제정 당시 5년으로 단축됐고 당시 대법원은 앞장서서 신법 제정 이전에 채무자도 5년으로 단축하도록 했다"며 "그때 상황과 지금이 다를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백 변호사는 이어 "법 제도로 빚을 탕감하는 것은 채무자의 조속한 경제 복귀를 도모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채무자가 많을 수록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국회에서 채무자회생법의 부칙을 개정해 법 시행 이전 채무자도 상환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법 시행 전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했더라도 개인회생절차의 폐지결정 또는 면책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건에 대해서 변제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단축하는 규정을 소급적용 하는 일명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률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입법되지 않으면 폐지된다. 

이날 금융소비자 연대회의 기자회견에는 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