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홈플러스(사장 임일순)가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지 9년째에 접어들었지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창사 22주년을 맞은 올해 도약하기 위한 전략들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 저조한 편의점 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편의점 365플러스의 외관. 출처= 홈플러스 공식블로그 캡처

출범 9년째 ‘플러스365’ 현 점포 260여개…타사에 입지 뒤처져

홈플러스는 올해 9월말 기준 편의점 ‘플러스365’ 점포를 260여개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공룡 브랜드’인 CU나 GS25, 세븐일레븐이 같은 기간 9700~1만3500개에 달하는 점포를 운영하는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를 둘러싼 규제가 더욱 엄격해짐에 따라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시장 경쟁에서 밀려 고전해오고 있다.

대형마트의 출점 및 운영 시간 규제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도입(2012년 9월)을 앞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편의점 가맹사업을 승인받았다. 24시간 운영할 수 있고 대형마트에 비해 출점 규정이 비교적 완화한 편의점에 홈플러스 기존 유통망을 활용함으로써 시장 입지를 확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사업 초반 소상공인들로부터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등 암초를 만났다. 홈플러스는 논란을 극복하고 편의점 사업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당초 함께 써온 브랜드명 2개를 하나로 통일시켰다. ‘홈플러스365’를 2013년부터 ‘365플러스’로 통일시켜 2019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2012년 가맹점을 모집하기 시작한 뒤 2015년 말 기준 398개까지 설립됐지만 500호점 문턱도 넘지 못하고 감소세를 이어왔다.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2015~2017년 매년 말 기준 점포 수는 400개, 380개, 323개로 집계됐다.

편의점 사업의 부진은 홈플러스 전체 실적에 대한 전망에 부정적인 이슈로 꼽히며 기업 신용도까지 갉아먹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8월 30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온라인몰 대세의 반작용으로 오프라인 유통업태의 사업경쟁력이 약화한 점과 함께 365플러스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 영업적자 발생 등 요인을 등급 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기업이 어음, 사채 등을 상환할 능력을 표시하는 신용등급은 낮아질수록 해당 업체의 향후 사채, 기업어음(CP) 발행 시 금리 설정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점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재무건전성 강화 행보에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현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로부터 인수할 당시 빌린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리츠 사업을 올해 초 추진했다. 당시 홈플러스 기업집단의 두 계열사인 홈플러스스토어즈, 홈플러스를 통해 인수 비용 7조 4000억원 가운데 4조 3000억원을 차입했다. 홈플러스스토어즈는 홈플러스 지분을 100% 보유한 지배회사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스토어즈 최대주주(96.4%)인 홈플러스홀딩스의 지분 전량을 보유함으로써 홈플러스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리츠 사업은 기존 홈플러스 점포를 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매장의 입세자가 돼 거둬들인 수익을 다시 투자자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홈플러스는 점포를 직접 소유함으로써 부담해야 하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고 매각대금을 유동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투자자 공모는 실패로 돌아갔다. 오프라인 유통업태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투자자들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홈플러스의 희망 공모가액(1조 7000억원)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 각 사의 2018 회계연도 말 기준 차입금은 각각 7497억원, 2조 8187억원에 달한다. 차입금 가운데 그간 상환하고 남은 인수금융은 2조 4000억원으로 내년 말께 상환 만기가 도래한다.

홈플러스가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을 부채 상환에 투입하는 방안을 염두에 둘 수 있지만 영업이익이 최근 꾸준히 감소함에 따라 실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2017년 회계연도(2700억원)에서 2018년 회계연도 1510억원으로 1년 새 44.1%나 감소했다.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홈플러스에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 플러스365의 내부 모습. 출처= 홈플러스 공식블로그 캡처

홈플러스 “편의점 사업 중단·매각 계획 없다”

365플러스의 점포 수가 적은 데다 편의점이 포화한 수도권 등지에 몰려있는 등 요소들을 감안할 때 인수 대상으로서 매력이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홈플러스가 편의점 사업을 매각하고 싶어도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가 전무한 상황이다.

올해 초 미니스톱을 일본 이온그룹으로부터 인수하려고 했던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이 현 시점에서 플러스365를 인수해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해도 전체 점포 수는 1만개를 겨우 넘는 정도다. 이달 기준 42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24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홈플러스는 기업집단 채무 완화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편의점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해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편의점 업계 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외형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기존 점주들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앞서 작년 11월 창사 21주년을 맞아 개선한 기업 로고(CI)를 365플러스에도 도입했다. 현재 품목별 바이어가 플러스365를 비롯해 홈플러스, 홈플러스 스페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모든 매장을 함께 관리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편의점 업계 후발주자고 시장 점유율이 작은데다 규제가 놓여 있어 사업 외연을 확장시키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편의점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매각하는 등 계획은 없다. 편의점 수에 연연하기보다 점주들이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데 초점을 두고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최근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해 유통 채널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365플러스를 안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정한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점포들은 홈플러스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신규 서비스의 시험장으로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업태 간 규모 차이 외엔 큰 구분이 없어진 상황에서 옴니 채널 전략은 시장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홈플러스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켜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편의점 사업을 이어갈 만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