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눈물> 이철환 지음, 새빛 펴냄

 

[이코노믹리뷰=성시현 기자] 한국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폭력은 끝을 알 수 없이 폭로의 폭로를 잇고 있다. 갑으로부터 인권유린을 당한 을은 자신의 앞길이 막막해질 것을 감수하고라도 세상을 향해 부조리를 폭로하는 용기를 내지만, 그 다부진 용기는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쉬이 사라지기 일쑤다. 세상의 망각은 무자비한 폭력보다 더 폭력적이었다. 부조리에 저항하려 용기를 낸 사람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이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부정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이런 낙담과 절망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할 자정작용과 치유의 에너지를 전한다.

‘갑질’이라는 용어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사회 용어다. 계약서를 쓸 때 통상적으로 표기되는 갑과 을은 당연히 대등한 관계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암묵적으로 갑이 을보다 높은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법적으로 그 자리에 올라선 게 아니라 사회 통상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다. 갑질이라는 우월적 지위의 남용은 언어폭력, 구타, 성희롱, 성폭력, 인사 불이익, 따돌림, 경제적 착취, 불공정 거래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저자 이철환은 재정경제부에 근무했던 공직자 출신이다. 그는 책에서 대한민국에 팽배한 갑질 상황을 나열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각의 갑질 질환에 대해 짧고 굵게 처방전까지 첨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각 상황에 대한 고통을 치유하고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를 독자가 함께 고민하도록 유도 한다.‘아름다운 공동체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 아픔을 함께 손잡고 치유해 가는 공동체’이며 ‘그러려면 일단 우리의 어디가 아픈지를 알아야 한다’는 저자는 정확한 현실 진단과 함께 적절한 개혁방안을 제시해 독자로 하여금 더불어 잘 사는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내 가족, 이웃, 친구에게 일어난, 혹은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갑질이 인성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아픈 구석이라는 점을 신랄하게 폭로함과 동시에, 그 문제에 직면하고 함께 이를 해결해 가자는 메시지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처방’과 함께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