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로센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노동시장이 이미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부양책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부양책은 금융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며 매파적 입장을 밝혔다.    출처= Bloomberg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금리를 인하하려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최근 몇 주 동안, 경기부양책에 대한 내부적인 의견 조율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통화정책을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글로벌 경제성장이 냉각되는 가운데 올 초부터 통화 완화가 주류를 이루는 듯했던 중앙은행들에게서 이상 기류가 포착된 것이다.

경기 부양책을 반대하고,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중앙은행 '매파’들은 실업률이 요즘처럼 낮은 상황에서 국내 경제 확대를 위해 그런 노력이 필요치 않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그런 부양책이 오히려 투자 거품과 다른 해로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결정위원회(rate-setting committee)의 젠스 와이드만 위원은 이달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경제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금리인상이 필요 이상으로 더 이상 미뤄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와 ECB에서는 이른바 비둘기파가 우세해 이달 회의에서 무역긴장과 브렉시트 논쟁 등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세계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확산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 인하 의견이 지지를 얻었다.

연준이나 ECB에서 매파의 반대가 현재로서는 정책 노선을 바꿀 것 같지는 않지만, 내부의 의견이 분열됐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중앙은행의 결정을 예상하려는 투자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중앙은행 내부에서 종종 서로 상반된 메시지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이 시소를 타고 있는 것이다.

제네바의 픽텍자산운용(Pictet Wealth Management)의 경제학자인 프레데릭 듀크로젯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을 읽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시장에서는 아마 추가 금리인하 주장이 좀 더 우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주, 기준금리를 1.75%~2%대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유로 해외국가들의 저성장과 무역긴장 고조로 꼽았다.

파월 의장이 2018년 2월 취임한 이래, 의견 불일치가 공식적으로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7대 3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두 명의 강경론자들은 금리 인하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한 명의 비둘기파는 0.5% 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워싱턴 정책회의에 참석한 17명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들(이 중 10명만 투표권이 있고 7명은투표권이 없음)은 자신들이 보는 경제 전망에 따라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물론 파월 의장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노선을 실행할 확고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9월 12일 발표한 금리 인하와 채권 매입에 대한 패키지 결정에 전례 없는 반항에 직면했다.

드라기 총재가 국제 무역의 약화와 세계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설명한 이번 결정에 ECB의 금리결정위원회 25명 중 적어도 7명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파 중 한 명인 독일 출신의 사빈 라우텐슐레거 위원은 투표 결과에 불만을 품고 지난 23일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그녀는 지난 8월 인터뷰에서도 유로존 경제의 강세 징후를 지적하며 ECB의 경기부양책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기 의장의 정책 노선은 다음 달 말 그의 뒤를 이을 후임자 크리스틴 라가르드에 의해 조만간 번복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 스위스, 영국의 중앙은행들은 이번 달 미국의 연준과 ECB를 따를 것이라는 시장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노르웨이의 중앙은행은 9월에 금리를 인상했고, 스웨덴 중앙은행도 곧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확실히, 글로벌 불확실성에 노출된 일부 신흥국들은 여전히 기준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경제 전망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비둘기파들은 우려할 만한 원인을 본다. 실제로 몇몇 주요 경제국들 사이에서 제조업 활동이 하락하거나 약화되었다. 기업 심리와 투자도 주춤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시장은 요동쳤다. 특히 세계 제조 강국인 중국과 독일 두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매파들은 경제의 컵이 반 밖에 차지 않았다고 본다. 세계 1, 3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완만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실업률이 오늘날처럼 낮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공장 활동보다 경제 활동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와 서비스 업종은 잘 버티고 있다. 그 동안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영국과 브뤼셀이 브렉시트 협정에 합의할 경우 지정학적 위험은 사라질 수 있다.

라우텐슐레거 위원은 지난 달 WSJ과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다소 증가하고 있지만, 또한 유로 지역에서의 강세 신호도 볼 수 있다"며 "거대한 통화 완화 패키지를 내놓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다른 매파들은 마이너스 금리나 대규모 채권 매입 등 공격적인 경기부양 정책은 그 자체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ECB의 최근 경기부양책을 비판하면서,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결과, 주택과 기타 자산에 거품 징후와 저위험 정부 채권의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에릭 로센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최근 매파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성명에서 "노동시장이 이미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부양책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부양책은 금융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도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실제로 가능성이 높은 전망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조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