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으로 구성된 기초과학연구원이 유전자 가위를 통해 유전질환 및 농축산물 품종 개량에 적용이 가능한 점을 밝혀냈다. 경상대학교 연구진은 치매를 손쉽게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중앙대학교병원은 OCTA 검사를 통해 황반변성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 DNA 특정한 위치서 ‘시토신’ 염기 바꾸는 기술 발견

30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단장 연구진은 한양대 배상수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Adenine Base Editor)’가 특정한 위치에서 시토신(cytosine) 염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새로운 기능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새로운 유전자가위 활용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유전체 교정 도구 중 하나로 DNA 염기순서 중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치환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분자생물학적 도구다. 시토신은 핵산의 종류인 RNA와 DNA에서 발견되는 주요 염기인 아데닌, 구아닌, 타이민 등 중에 하나다.

▲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시토신 치환 모식도. 출처=기초과학연구원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진에 의해 처음 개발된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는 DNA의 한 쪽 가닥을 자르는 Nickase Cas9(nCas9)과 아데닌 염기를 분해하는 탈아미노효소로 구성됐다.

탈아미노효소는 인공적으로 만든 단백질이므로 해당 단백질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탈아미노효소의 특성과 작용효과를 이해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했다.

연구진은 인간 유전체 상의 다양한 타겟을 선정해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처리한 후 DNA 시퀀싱을 통해 이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인간 유전체 22개 중 2개가 아데닌이 아닌 시토신으로 치환되는 것이 확인됐고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구아닌·티민 등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배상수 교수는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새로운 가능성이 입증된 만큼 앞으로 아데닌 염기를 교정할 때는 시토신 염기 치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한편으로 이를 활용해 특정한 위치에서 시토신 단일 염기 변이를 유도하거나 교정하는 유전자 및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다. 고부가가치 농축산물 품종 개량 등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치매 조기진단기술 국제서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상대학교 김명옥 교수 연구팀이 치매를 손쉽게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치매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이날 까지 통상적으로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이나 인지능력검사 등을 통해 질환 여부를 진단했다. 해당 방법들은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야 비로소 식별이 가능하고, 고가의 비용이 든다. 또 치매 진행정도를 계량화된 지표보다는 정성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 HT22 세포에서 Aβ1-42 oligomer와 QD525(형광 나노입자)의 발현 확인.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명옥 교수 연구진은 기존 검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이전에 진단해 치매예방 및 치료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혈액이나 땀 및 침과 같은 간단한 분비물을 시료로 활용해 초기 잠복상태의 치매까지 판별해 내는 조기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각 개인별 맞춤 진단이 가능하도록, miRNA 8종 및 항체 13종, 총 21종의 바이오마커(biomarker) 개발을 통해 치매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로 개발된 치매 조기진단키트는 민간 기업에 이전돼 올해 말 제품화를 목표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 관계자는 “등록한 특허 기술과 민간 기업에 이전된 기술에 적용된 임상데이터와 연구방법론이 이번 논문 게재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면서 “향후 같은 연구 방법론에 기반을 둔 진단키트 실용화와 상용화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옥 교수는 “치매는 사후 치료성격의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와 병행해 조기진단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예방이 강조되는 정밀건강(precision health) 측면에서도 해결책을 찾아야한다”라면서 “향후에는 다중오믹스를 활용한 치매극복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적인 저널인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과기정통부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황반변성 실명 ‘OCTA’ 검사로 예방 가능

나이가 들면서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부에 변화가 생겨 시력장애 및 실명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황반변성’은 최근 한국에서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습성황반변성(AMD,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은 비정상적인 맥락막의 신생혈관이 증식해 황반부에 망막 부종 및 망막 출혈 등을 일으켜 시력저하, 암점(暗點), 사물이 굽어보이는 변형시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습성황반변성은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한번 손상된 시세포는 회복이 어려워 질환이 조기에 발견되지 않을 시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조기진단 및 추적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안과 김지택 교수팀은 최근 ‘습성황반변성’ 진단에 있어 기존 조영제 사용으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안저혈관조영술’을 대신해 특수 조영기술을 이용한 망막 미세혈관 촬영으로 조영제 없이 맥락막 신생혈관을 매우 민감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검사방법인 ‘맥락막 신생혈관 유형에 따른 파장가변 빛 간섭 단층촬영 혈관조영술’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김지택 교수팀은 습성황반변성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빛 간섭 단층촬영 혈관조영술(OCTA)’이라는 검사를 시행해 습성황반변성의 ‘맥락막 신생혈관(CNV)’의 유형에 따른 진단율을 비교‧분석했다.

OCTA는 최근에 개발된 해상도가 매우 높은 특수 안구 촬영술이다. 이는 기존에 습성황반변성의 진단을 위해 조영제를 사용하는 형광안저혈관조영술(fluorescein angiography) 및 인도시아닌그린 혈관조영술(indocyanine green angiography)을 대신해 조영제 사용에 따른 피부 두드러기 부작용과 과민성 쇼크 등의 합병증 없이 맥락막의 신생혈관을 진단할 수 있는 최신의 새로운 진단기법이다.

연구진 관계자는 “습성황반변성으로 진단 받은 총 130명의 환자에게 ‘OCTA 검사’를 시행한 결과 전체 약 81%의 환자에서 맥락막 신생혈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모든 유형의 맥락막 신생혈관에서 비교적 우수한 진단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 연구 비교 영상. 출처=중앙대병원

세부분류에서는 신생혈관의 유형과 위치에 따라 일부 진단이 까다로운 사례도 있었지만 진단율이 100%에 이르는 사례도 있었다.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김지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황반변성의 진단 및 추적 관찰에 있어 고해상도의 OCTA 검사와 기존의 OCT(Optical Coherence Tomography) 검사를 병행해 습성황반변성의 맥락막 신생혈관을 직접 촬영했다”면서 “해당 방법은 부작용이 많은 조영제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신생혈관의 크기 변화 등 진행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찰하여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택 교수는 또 “OCTA 검사를 통해 아주 초기에도 황반변성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 향후 환자의 치료 결과를 증진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의 ‘망막 화상’ 특집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