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학교에서는 방과후 학교, 자유학년제 등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소위 정규과정 이외의 학습을 위한 시간들이지요. 이런 프로그램은 대부분 방과후지도사나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서 진행합니다. 이 가운데는 동화구연지도사, 독서지도사 같은 익숙한 분야도 있고, 코딩이나 커리어액터 같이 최근에 도입된 자격증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장 시급한 교육이면서도 누구도 하지 않은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물(water)교육’입니다. 물을 사 마시면서도 물부족의 위험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은 듯 합니다. 지금부터 그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만든 공익광고에서 이런 메시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쌀이 부족하면 밀이 대신할 수 있습니다.

화력이 부족하면 풍력이 대신할 수 있습니다

차에 기름이 부족하면 전기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은 단지 물로만 대신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에 쓰이는걸까요?

우리는 매일같이 물을 마셔야 삽니다. 물만 마시고도 20일 넘게 사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은 생명수지요. 그리고 우리는 물을 사용해 작물을 키우고, 비료와 제초제 등을 작물에 뿌립니다. 축산업자는 사료를 재배하고 동물에게 물을 먹여야 합니다. 또한 축사를 청소하고 오폐물을 처리합니다.

양식장에서는 물로 물고기를 기르고, 양식장 오폐물을 처리하는데 사용합니다. 이 모두가 우리가 늘 먹어야 하는 주식들입니다. 이러한 식품 분야에만 물이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광업에서는 천연자원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물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제조업에서 물은 재화의 제조 과정에 사용됩니다. 발전기를 돌리는데도 물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것 뿐일까요? 우리는 즐기는데도 물이 필요합니다. 수영을 하고, 샤워를 하며 물을 매개로 한 요트나 서핑 등의 여가생활이 수없이 많습니다.

페루 리마의 연간 강수량은 13mm이며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서 80% 이상의 물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유럽여행 중 화장실을 유료로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물이 귀하다는 것은 실감했을 것입니다. 지구는 20년 내에 사용 가능한 담수량이 1/3로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Economic, Financial and Environment Crisis/PCGG)

반면에 서울의 연간 강수량은 1,580mm입니다. 우리나라 1인당 하루 물 소비량도 335리터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리마에 비하면 미안할 정도로 많은 양입니다. 하지만 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은 연간 총 평균 수량의 40% 이상을 취수해 물 공급량이 위험하다.’며 ‘농지 등에서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영양 염류가 많이 배출돼 처리비용도 과다하게 드는 나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물 부족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 여기서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가상워터(virtual water)'인데요. 생소하죠? 공산품이나 먹을거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말합니다. 아래에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비프(beef) 1kg당 물 16,000 리터

커피 한잔 당 140 리터(1kg 로스팅하는데 드는 물 21,000리터)

토마토 1kg당 180 리터

햄버거 하나당 2,400 리터

구두용 가죽 1kg당 16,600 리터

쌀 500g을 만들려면 1700 리터

게다가 A4용지 1장에 10ℓ가 필요하고 면 티셔츠 한 장에는 4000ℓ의 가상워터가 필요합니다. 이제 좀 더 깊이 와 닿나요? 위 데이터는 ‘국가별 물 발자국(Water Footprint of Nations)이라는 연구를 한 [Hoekstra & Chapagain, 2008]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사실 이 연구자들은 나라별 물의 불평등을 보완해 보자는 의미에서 연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물부족 국가는 가상워터 소비가 적은 제품을 수출하고, 물이 풍부한 나라는 가상워터 소비가 많은 제품을 수출할 경우에 물의 재분배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입니다. 지구온도는 1900 이후 +0.74 도나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그게 가속도가 붙어서 더욱 빠릅니다. 지난 백만년동안 지구의 기온이 요즘처럼 급격하게 상승한 적은 없었다고 하니까요.

히말라야 만년설이 지구 온난화로 10~20%가 녹아서 하류 하천의 수량이 10~20%가 줄어들었습니다. 2050년에는 기후난민이 2억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연안지역 홍수, 해안선 침식, 농지와 토지의 유실 등으로 자본과 경제력 없는 기후난민들이 사회적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이지요.

2018년 6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채소 및 콩과 작물의 생산량이 현재보다 31.5%나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4℃ 오르면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약 90%를 생산하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 4개국이 동시에 흉년을 겪게 되어 약 8억 명의 인구가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8.9%입니다. 더욱이 곡물자급률은 23.4%에 불과하고 옥수수, 보리, 밀 등의 주요 곡물 자급률은 겨우 13%대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본을 볼까요?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39%. 우리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칼로리 기준으로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겨우 39%. 즉 61%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농업인이 지난 20년 동안 약 45%나 감소하고 있고, 농업인의 평균 연령은 68.1세 (2018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국토교통성 및 각 도도부 현 등의 주최로 매주 수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각종 이벤트가 펼쳐집니다.

이제 물은 지구의 문제입니다. 현재 약 75억 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90억 명을 넘을 것이고 그만큼 물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입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공업용수 재이용 등으로 물 소비량을 줄여 나가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물 재사용 및 효율적 이용을 위한 수처리 솔루션을 연구.개발하고는 있습니다. 정부도 해수를 담수로 바꾸거나, 정유 및 중공업에서 발생하는 산업 폐수를 상수로 바꾸는 솔루션을 통해 물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잡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다음세대에게 이문제를 교육해야 합니다. 물은 21세기의 석유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아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없어서는 안될 자원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① 물과 자연환경

② 물 순환 시스템의 이해

③ 물 생태계 보전과 우리의 삶

④ 가상수에 대한 이해

⑤ 물과 식량, 에너지 등의 자원과의 연계성

물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교육내용은 추가하면 될것입니다. 이 외에도 실생활에서 물의 소중함과 활용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컨대

① 재해위험과 대응방법

② 수인성 질병

③ 물과 위생(식자재 손질, 샤워방법, 효과적인 설거지 등)

이제 물의 중요성, 아니 지금 당장 교육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관련 일자리 개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 물교육 전문가 양성

○ 교구/교재 개발

○ 물 체험학습

○ 가상워터 관련 프로그램

혼자 하기는 어려우니 조직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조직화 방안으로는 국토교통부의 부처형 사회적기업이나 LH공사, 혹은 한국수자원공사에 제안해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도전해도 좋을 것입니다. 지금 ‘도시재생’이나 ‘6차산업 분야’는 일반 사회적기업과는 별도로 전국단위 육성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육성기관을 통해서 접근하는 것이 좀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