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전채권’은 공인중개사가 중개할 수 있는 중개대상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공인중개사는 「다른 사람의 의뢰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고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 정하는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간의 매매ㆍ교환ㆍ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전문자격 취득자(제2조)」입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공인중개사가 중개할 수 있는 대상물은 토지, 건축물 및 그 밖의 토지의 정착물인데, 공인중개사법에서는 이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재산권과 물권’도 공인중개사가 중개할 수 있다(제3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이른바 ‘금전채권’도 공인중개사가 중개할 수 있는 중개대상물의 영역에 속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 공인중개사 A씨는 갑(甲) 소유의 토지에 채권최고액 6억 2,400만 원, 근저당권자 을(乙) 축산업협동조합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피담보채권을 병(丙)이 을(乙) 조합으로부터 6억 3,000만 원에 매수하고 경매신청 후 낮은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도록 중개한 다음, 을(乙) 조합과 병(丙) 사이에 피담보채권의 매매계약이 성립하자 병(丙)으로부터 성공사례비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인중개사 A씨는 ‘갑(甲) 소유의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근저당권을 병(丙)이 을(乙)조합으로부터 매수, 이전할 수 있도록 중개한 것’은 토지와 관련한 물권인 근저당권을 중개한 것에 불과하므로 자신의 행위가 공인중개사 본연의 업무 내용에 부합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우선 근저당권은 근저당권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피담보채권 즉, ‘금전채권’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인데, 근저당권이 이전되기 위해서는 피담보채권의 매매계약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하므로, 근저당권 이전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A씨의 업무 내용에는 이 같은 ‘금전채권’ 매매계약의 중개가 포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금전채권’은 공인중개사법이 공인중개사가 중개 가능한 대상물로 규정한 토지, 건축물 및 그 밖의 토지의 정착물(제3조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재산권과 물권’(제3조 제3호) 역시 「입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입목과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른 공장재단 및 광업재단만을 그 내용으로 할 뿐 ‘금전채권’은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결국 공인중개사 A씨는 공인중개사로서 중개할 수 없는 대상물을 중개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개업 공인중개사 숫자가 10만명을 돌파해 이미 과포화 상태에 있는 공인중개사업계에서는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직면해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법률이 허용하지 않는 대상물을 중개하는 것은 엄연히 형사적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2. 당사자 간 신뢰가 깨어진 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해지할 수 있다.

전속매니지먼트계약과 관련한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 간의 분쟁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9년 제정·공포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라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 간의 나름의 가이드라인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이고 만약 이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당사자 간 전속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유효한 것으로서 계약 당사자 양측은 모두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판례도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비록 표준전속계약서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양측의 신뢰가 깨어진 경우에도 전속계약이 유지되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이란 ‘소속사나 매니저가 연예인의 연예업무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소속사나 매니저를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하고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는 연예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라고 정의내린 후 비록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이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아니지만, 계약 당사자 사아의 깊은 신뢰관계를 요하는 민법상 위임계약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만약 그것이 연예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정도의 것이라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전속계약은 매니저가 연예인을 상대로 연예인이 전속계약을 임의로 파기하였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 사건으로, 대법원은 매니저가 자신의 동생이 소속사 가수를 강간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는데도 자신의 동생으로 하여금 미성년 여성인 연예인의 차를 운전하게 하는 등 연예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점, 이후에는 매니저와 연예인 사이의 신뢰관계가 훼손되어 매니저는 연예인을 위한 매니지먼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연예인 역시 매니저와는 별개로 연예활동을 한 점, 그 과정에서 쌍방이 서로 형사 고소를 하기까지 한 점 등을 근거로 양측의 신뢰관계는 깨어졌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전속계약도 사실상 합의해지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이 판결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이 계약 당사자 간의 깊은 신뢰관계를 요하는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한편, 계약 당사자의 신뢰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상황적인 특수성에 기인하여 내린 결론이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대원칙은 여전히 건재하므로 이를 확대해석하여 다른 계약에까지 적용시킬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