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치엘비 관계자가 '유럽종양학회(ESMO2019)'에서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에이치엘비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에이치엘비가 개발한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월등한 유효성‧안전성을 확보했다.

에이치엘비는 29일 자회사인 엘리바가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럽종양학회(ESMO2019)’에서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미국, 한국,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12개 국가, 88개 병원에서 위암 2차 이상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 4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리보세라닙은 날마다 1회 경구 복용하는 알약형태의 의약품이다. 시험군은 리보세라닙+최적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 대조군은 최적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이다.

‘리보세라닙’ 직접적인 항암효과…월등한 약효 입증

리보세라닙의 무진행생존기간(PFS)는 2.83개월로 위암 3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론서프’ 2개월, ‘옵디보’ 1.6개월보다 높았다. 대조군의 PFS 결과는 리보세라닙 연구 1.77개월, 론서프 연구 1.8개월, 옵디보 연구 1.5개월로 유사한 결과값을 보여줬다.

주목할 부분인 시험군과 대조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차이에서는 리보세라닙 1.06개월, 론서프 0.2개월, 옵디보 0.16개월로, 상태가 위독한 말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임을 고려할 때 리보세라닙은 월등한 약효를 입증했다.

▲ 리보세라닙과 다른 치료제의 위암 임상 3상 시험군-대조군 무진행생존기간(PFS) 차이값. 출처=에이치엘비
▲ 리보세라닙 위암 2차-3차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 비교. 출처=에이치엘비

위암 2차 치료제로 지난 2014년 허가 받은 ‘사이람자’ 단독요법의 PFS는 2.1개월, 시험군과 대조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차이는 0.8개월이다. 리보세라닙은 암이 더 진행된 3차 이상 치료제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도 더 큰 무진행생존기간 차이를 보여준 것이다.

객관적반응률(ORR)은 리보세라닙 6.9% vs 0%, 론서프 4% vs 2%, 옵디보 11.2% vs 0%였다. 질병통제율(DCR)은 리보세라닙이 42.4% vs 13.1%, 론서프 44% vs 14%, 옵디보 40% vs 25%였다. 리보세라닙의 객관적반응률과 질병통제율 모두 대조군에 비해 통계적 유의성이 있었다. 객관적반응률은 사이람자와 론서프 보다 높았으며 질병통제율은 론서프, 옵디보와 유사한 결과였다.

전체생존기간(OS) 5.78개월…대조군 대비 높아

리보세라닙의 전체생존기간 결과는 5.78개월로 론서프 5.7개월, 옵디보 5.26개월보다 높은 결과가 나왔다.

위암 3차 치료제는 표준요법이 없으므로 론서프, 옵디보 임상시험은 모두 리보세라닙과 마찬가지로 최적지지요법(BSC, Best Supportive Care)을 대조군으로 사용했다. 두 임상시험의 대조군 전체생존기간은 론서프 연구에서 3.6개월, 옵디보 연구에서 4.1개월로 발표됐다.

▲ 리보세라닙과 다른 치료제의 위암 임상 3상 시험군-대조군 전체생존기간(OS) 차이값. 출처=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 연구에서 대조군 전체생존기간은 5.13개월로 론서프, 옵디보의 연구결과에 비해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2018년 발표된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실제 병원에서의 위암 3차 치료 전체생존기간 결과인 4.4개월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위암 2차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수행한 사이람자의 연구에서의 대조군 전체생존기간 3.8개월보다도 높은 수치다.

고무적인 것은 4차 실험군에서 리보세라닙의 전체생존율(OS)는 6.43 vs. 4.73(p=0.0195), 무진행생존율(PFS)은 3.52 vs. 1.71(p=<.0001)로 나와 리보세라닙이 4차 말기 위암환자에서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서 2018년 발간한 ‘항암 의약품 및 생물의약품의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결과변수 가이드라인(Clinical trial endpoints from the approval of cancer drugs and biologics 2018)'에서는 전체생존기간 결과변수는 임상적 유의성을 나타내는 기준이지만 임상시험 종료 후 다른 형태의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분석에 혼선을 주는 단점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FDA의 신약허가 동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얀센의 항암제인 ‘욘델리스’는 임상 3상 결과 전체생존기간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무진행생존기간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돼 지난 2015년 10월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리보세라닙 부작용 ‘관리가능한 수준’

리보세라닙의 부작용 결과는 전체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심각한 부작용(grade 3이상)은 약물의 효과와 관련이 있는 고혈압 17.9%, 수족증후군 2.9% 그리고 단백뇨 7.5%로 관리 가능한 범위내의 수치를 보였다.

리보세라닙은 세포독성항암제의 주요 부작용인 호중구 감소증, 백혈구 감소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같은 골수 억제를 일으키는 부작용은 감염의 위험성을 상승시키고 백혈구가 감소됨에 따라 유해한 균이 몸에 침투하면 급속도록 감염이 진행,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부작용이다.
 
이번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다시 한번 리보세라닙의 안전성이 확인돼 위암 3차 치료제로써 기존 허가 받은 세포독성항암제인 론서프에 비해 충분한 임상적 유의성이 있음이 증명됐다.

모든 인종 차이 없는 동일한 약효 입증

리보세라닙은 앞서 약동학 시험결과를 통해 인종간 효능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보세라닙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서 다시 한번 인종간 차이 없는 동일한 약효가 입증됐다. 향후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을 위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보세라닙은 이미 앞선 중국 임상 3상 및 시판허가를 통해 아시아인에 대한 효과는 입증됐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3상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었다”면서 “임상결과 아시아와 미국, 유럽간의 유효성 결과와 부작용 차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이람자 치료 실패 환자 치료 가능

위암 2차 치료제에는 혈관내피성장인자수용체(VEGFR 2,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Receptor 2)를 타깃으로하는 항체치료제 사이람자(성분명 라무시루맙)가 있다.

사이람자는 위암 2차 표준 치료제로 리보세라닙과 동일한 신생혈관억제제이다. 사이람자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서도 리보세라닙의 약효를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에이치엘비는 이번 임상 3상을 통해 이전 단계에서 사이람자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서도 리보세라닙의 약효를 입증해 리보세라닙을 사이람자 사용 여부에 제한없이 투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위암 완치’ 완전관해 2건 보고

리보세라닙의 이번 임상 3상 결과에서 완전관해(CR) 사례 2건이 보고됐다. 위암 3차 이상 치료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한 옵디보, 론서프 임상 3상에서는 완전관해 사례가 단 1건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위암 2차 치료제인 사이람자 단독요법 임상시험에서 단 1명의 완전관해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위암은 전세계적으로 3번째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암 발병률 2번째, 사망률은 3번째다.

1차 항암제로는 주로 피리미딘 유도체(fluoropyrimidine)와 백금 화합물(platinum) 병용요법을 사용하고, 2차 항암제로는 세 가지 세포독성항암제(paclitaxel, docetaxel, irinotecan)와 사이람자(ramucirumab)를 사용하고 있다. 2차 항암제까지가 표준치료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 3차 항암 치료 비율은 2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치료 이후에도 많은 환자들이 재발되어 생존기간은 수 개월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위암 3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제품으로는 2019년 2월에 미국을 비롯한 17개 국가(한국 제외)에서 허가를 받은 론서프, 2017년 9월 일본, 한국, 대만에서 허가 받은 옵디보, 2014년 12월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아이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