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OTT 시장에 격변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사업자의 아성이 튼튼하게 자리잡는 가운데 국내 대표 콘텐츠 제작자들의 OTT 플랫폼 구축에 속도가 붙고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시장 점유율 전투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진정한 콘텐츠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전쟁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OTT 시장은 글로벌 사업자와 토종 사업자의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 넷플릭스가 있다.

글로벌 OTT 시장의 큰 손인 넷플릭스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어났으나 신규 가입자 증가세는 주춤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49억2000만달러(약 5조8164억원)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3% 증가한 7억1000만달러(약 8392억원)를 올렸으나 신규 가입자 증가에는 제동이 걸렸다. 넷플릭스 총 가입자 순증 규모는 2분기 270만명을 기록해 글로벌 가입자 1억5000만명을 돌파했으나 이는 전년 동기 550만 증가세와 비교하면 반토막난 수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전략을 가동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당장 요금제 실험에도 나서고 있다. 인도에서 3400원 요금제를 최근 출시했다. 모바일 전용이며 미러링을 통해 대형 TV로 볼 수 없다. 그러나 떠오르는 신흥 ICT 시장인 인도에서 어필하기에는 충분한 기능과 요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의 넷플릭스 이용자는 최대 6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여전한 로컬 전략을 보여줄 전망이다. LG유플러스와의 계약 종료가 임박했으나, 국내 콘텐츠 수급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개최한 ‘2019 아시아 TV 드라마 컨퍼런스'에 참가한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신작 라인업을 설명하며 초자연적 액션 드라마부터 공상과학 로맨스, 리얼리티 쇼, 스탠드업 코미디, 틴 드라마 등 다채로운 장르와 상상력을 갖춘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진격전이 눈길을 끈다.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아태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 롭 로이(Rob Roy)는 아시아 TV 드라마 컨퍼런스 개막사를 통해 “아시아의 걸출한 작품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 창작가들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원래 미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알렸으나, 최근에는 로컬 콘텐츠 전략을 가동하며 국내 OTT 시장에서 안착하는 모양새다. <킹덤>에 이어 <지정생존자>, <배가본드> 등 국내 콘텐츠 수급에 속도를 내며 종합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판권 구매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균형있게 투자하고 있으며 그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이 430억원을 들여 제작한 <미스터션샤인>의 글로벌 판권을 제작비의 65% 이상에 넷플릭스가 구매하였으며, 한국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120억원에 제작하기도 했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제작사는 글로벌 OTT와의 협업을 통해 시청률에 대한 과도한 의식보다 작품 퀄리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보전 받을 수 있는 (작품성 높은)대작 드라마 제작환경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디즈니도 움직이고 있다.

디즈니는 이미 넷플릭스와 콘텐츠 수급을 중단하며 자체 플랫폼 승부수를 공개한 상태다.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구독료는 월 6.99달러다. 넷플릭스의 구독료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며, 글로벌 진출은 유럽과 아시아가 2020년, 남미는 2021년이다. 당장 국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아도,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불린 후 국내 OTT 시장서 의미있는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훌루의 급성장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훌루를 이용하는 시청자가 1년 전과 비교해 18%p 늘어났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훌루의 경영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콘텐츠 다양성 시너지가 벌어질 경우 시장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훌루, ESPN플러스를 함께 묶은 번들용 상품도 공개하며 국내 시정자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보인다.

▲ 디즈니 플러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이미 글로벌 OTT 시장의 강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우를 확보한 상태에서 다양한 ICT 기술력을 동원한 큐레이션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특유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 재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번들 인프라의 성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과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는 월마트가 인도에서 OTT 시장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플립카드를 기반으로 포인트 별 콘텐츠 감상 방식이다. OTT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보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생태계 확장을 돕는 프로모션이다. 당연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같은 특별한 로드맵은 없지만, 추후 시장에 안착할 경우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벌어질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애플의 행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애플TV 플러스가 베일을 벗은 가운데 iOS 생태계와의 결합 시너지가 눈길을 끈다.

이에 맞서는 토종 플랫폼은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만난 웨이브가 대표적이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16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2023년 가입자 500만명 확보라는 야심만만한 목표를 세웠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합병법인 웨이브에 900억원 수준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30%의 웨이브 지분을 확보했다. 해외 전략적투자자들을 모으는 한편 자사의 합병법인 웨이브 지분을 50%로 올려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방침도 세웠다. 최초 행보는 옥수수가 푹에 합류하는 그림이지만, 조금씩 주도권을 가진다는 계획이다.

웨이브의 야망은 크다. 올해 초까지 유료 가입자 72만명 수준에서 정체를 겪던 푹이 웨이브 출범 준비기간인 지난 4월부터 시작된 SK텔레콤 제휴 프로모션으로 가입자 수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여세를 몰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방안이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글로벌 사업으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춰갈 것”이라면서 “국내 OTT산업 성장을 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등 콘텐츠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18일부터 신규 가입자에게 베이직 상품(월 7900원)을 3개월간 월 40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에 스며드는 유용한 OTT, 미디어 기업의 발전을 끌어내는 OTT가 되려고 한다”면서 “우리의 미션을 굳건히 보여주겠다. 성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국내 OTT 시장을 선도하며 글로벌 미디어 시장으로 성장하면 국내 미디어 시장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넷플릭스가 우리의 라이벌은 아니다”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상파 콘텐츠와 손을 잡았으나, 경쟁자에도 지상파 콘텐츠를 정상적으로 수급해야 하는 웨이브의 방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하며 지상파 콘텐츠의 경쟁사 플랫폼 수급을 전제로 걸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가 보유한 콘텐츠도 수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기 전선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근간인 지상파 콘텐츠의 매력도가 반감되는 것도 불안요소다. 웨이브는 콘텐츠 투자를 통해 한계를 넘는 한편 글로벌 진출을 바탕으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CJ와 JTBC도 만났다. 이들은 각각의 콘텐츠 파워를 바탕으로 국내 OTT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는 각오다. KT 및 LG유플러스 등의 연합 제안을 거절하고 웨이브에도 콘텐츠 제휴를 맺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브와 접점이 있는 만큼 치열한 내전이 불가피하다.

왓챠플레이도 있다.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국내 OTT 시장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나름의 저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왓챠플레이의 자회사인 콘텐츠 프로토콜이 JTBC와 만나 블록체인 콘텐츠 실험에도 나서는 등,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이테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관건은 콘텐츠 파워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결별하고 독자적인 OTT 설립을 예고한 순간, 플랫폼의 생명줄은 콘텐츠가 쥐고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수세에 몰리고 있으며, 간판으로 내세웠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도 다소 흔들리는 중이다.

국내 OTT 시장도 마찬가지다. 웨이브에 CJ와 JTBC 콘텐츠가 빠지며 일종의 콘텐츠 파편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제 선호하는 콘텐츠에 따라 OTT를 선택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 파편화 현상은 곧 OTT의 생명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치열한 국내 OTT 시장 패권 향배는 누가 매력적인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느냐, 혹은 콘텐츠 판권을 가져올 수 있느냐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천리마마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CJ와 JTBC의 품으로 달려가고,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왓챠플레이의 품에 안기는 세상이다. iOS 생태계에 있다면 애플TV 플러스를 선택할 것이며 아마존 특유의 스펙트럼을 선호한다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제격이다. 미국 드라마와 국내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넷플릭스로, 지상파를 좋아한다면 웨이브로 간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파워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오태완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와 함께 우리나라에 찾아온 새로운 드라마 사이클은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아시아 진출과 함께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면서 “이는 드라마 제작사에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콘텐츠가 권력을 가지고 플랫폼의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흥미로운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충성도), 얼마나 큰 돈을 들여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자본력과 확장성)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며, 그 승자야 말로 훗날 포크나이트와 같은 게임과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일합을 겨룰 도전자의 지위를 얻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