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IFRS17 도입 시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 되면서 그에 따른 요구자본도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관련 회계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보험상품 포트폴리오 재편과 자본확충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IFRS17이 도입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최근 몇 년 째 보험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IFRS17에 대해 살펴봤다.

◇IFRS17 왜 도입하나?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란 기업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마련해 공표하는 회계기준을 말한다. 2022년 시행될 예정인 IFRS17은 세계 보험사의 재무 상황을 동일한 기준에 따라 평가·비교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제정한 원칙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는 것이 골자다.

IFRS17을 도입하는 주된 이유는 현행 회계기준에 비해 유용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IFRS17 도입 시 보험사 재무제표 관련 제공되는 정보량은 많아지고 보험사의 이익 구조도 보다 적합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저축보험료를 예수금 조달형태로 분류하고 보험부채 이자를 조달비용 형태로 구분함에 따라 타 금융업권과의 비교 가능성도 높아진다.

▲ IFRS17도입 Time-Table. 출처=NICE신용평가·한국회계기준원

◇보험사 발등에 불 떨어진 이유?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IFRS17 도입에 대비해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부채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면서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자본확충에 열을 올려야 한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IFRS17 도입 시 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해 그에 따른 요구자본도 늘어난다. IFRS17이 도입되면 회계에 현재 시장금리를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 저금리 기조에 보험사의 이익은 줄어들었으나 과거에 판매했던 대다수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인해 보험사가 지불해야 할 부채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미래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적립해둔다. 이에 금리 역마진 리스크로 수익성이 악화할수록 쌓아야할 적립금도 더욱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과거 7%대 수익을 보장하는 저축성보험을 판매했을 경우 현재는 지급 시점에 7%대 수익을 낼 것으로 추산하고 적립금을 쌓는다. 하지만 IFRS17 적용 시 현재 1%대 저금리로 줄어드는 운용수익을 감안해야하기에 쌓아야할 적립금도 더 많아지게 된다.

▲ 출처=NICE신용평가·한국회계기준원·금융감독원

이에 최근 몇 년 간 채권발행 등 보험사들의 자본확충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험업계 자본확충 규모는 지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11조원을 훌쩍 상회했다. 지난해 4조원의 자본확충에 이어 올해만 1조원이 넘는 자본확충이 실시됐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나서고 있다. IFRS17 체제에서 부채로 잡히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생보사들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16조163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6조9836억원 대비 8198억원(4.8%)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21조4633억원으로 전년 동기 20조6492억원 보다 8141억원(3.9%) 늘었다.

특히 저축성보험을 대신할 상품으로 변액보험 판매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변액보험이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 성과를 나눠 주는 상품을 말한다. 변액보험은 저축성 보험처럼 확정 이율을 가입자들에게 지급하지 않기에 보험사의 자본 부담을 줄여준다.

아울러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에 맞춘 회계결산 시스템 구축에도 한창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보험료·보험금·책임준비금 등을 새롭게 산출해야하기에 보험계리사 영입 경쟁 역시 치열하다.

◇미뤄지는 도입 시기...전망은?

이처럼 IFRS17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부담이 가중되자 도입 시기도 늦춰지게 됐다. IFRS17은 기존 2021년 1월 1일에 도입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등 국제보험업계가 IFRS17 시행 연기를 적극 요구해 왔다. 이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2022년으로 도입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한차례 도입 시기가 미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도입시기가 더욱 미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대비하기 위한 시간이 빠듯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관련 회계결산 시스템 구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저금리 기조에 보험사들의 금리 역마진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어 그에 따른 자본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출처=NICE신용평가·삼정KPMG·한국회계기준원

이강욱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가 시가로 평가되면, 보험부채 규모가 현재보다 커지고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 하에서는 가용자본만으로는 적정 수준의 규제비율 유지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보험부채관련 리스크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험부채 시가평가로 부채규모의 변동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현재 자본적정성 지표가 우수하더라도 시장 상황이나 보험 부채 현금흐름이 변동할 경우 자본적정성 지표가 하락할 수 있다”며 “특히 보험부채 관련 현금흐름이 악화될 경우 수익성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보험부채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규제자본비율 관리를 위해서는 보험부채 관련 위험 통제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보험사 자본적정 성 평가 시 현재 자본적정성 지표의 절대적 수준과 더불어 가용자본 및 요구자본 관리 능력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