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 시장의 투자자들은 스타트업들이 규제기관에 제출한 서류의 세부 사항들을 일일이 검토하고 이미 많은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들이 높은 가격으로 평가되는 것을 더 이상 정당화하지 않는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최근 월가는 유니콘 스타트업 CEO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최고 절정기에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라.”

위워크(WeWork)의 주주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위워크의 창업자이자 CEO인 아담 노이먼을 CEO에서 퇴출시키고 비상임이사직만 맡게 한 지 하루 만에, 전자담배 회사 쥴(JUUL)의 케빈 번스 가 지난 25일(현지시간)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물론, 액상 담배 흡연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의 확산으로 인한 쥴 CEO의 사임과, 회사 운영방식과 이사진에 대한 지나친 통제 등 CEO 개인의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퇴출된 위워크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 스타트업 모두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두 회사가 모두,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 대기업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났다는 점이다.

쥴은 말보로(Marlboro) 브랜드로 유명한 거대 담배회사 알트리아(Altria)가 대주주다. 알트리아는 현재 쥴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130억 달러에 상당한다.

알트리아가 번스의 후임으로 알트리아의 임원 출신인 K.C. 크로스트화이트 전부사장을 임명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번스의 가장 큰 실수는 쥴의 제품들이 건강상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너무 시간을 끈 것일 것이다.

액상 담배 흡연과 관련한 질병 얘기가 수면 위로 부상했던 지난 달, 번스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걱정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런 질병은 쥴스 제품이 아니라 마리화나 복합물질인 THC를 함유한 다른 전자담배 제품을 피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액상 담배 흡연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고, 지난 9일 FDA가 청소년 애용자들에 대한 쥴의 광고 행위를 단속하고 특정 향이 가미된 제품들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몇몇 주들이 비슷한 조치를 발표하자 절정에 달했다.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존슨경영대학원(Johnson Graduate School of Management)의 김현섭재정학 교수는 보고서에서 "지금껏 그래왔듯이, 담배 회사들은 규제당국, 정책입안자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쥴이 담배업계의 베테랑인 크로스트화이트를 임명한 것도 그 일환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알트리아가 쥴의 주식 가치를 강제로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위워크도 월가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위워크의 IPO의 지연은 투자자들이 이제는 스타트업을 무조건 맹신적으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다.

투자은행 웨스트우드 캐피털(Westwood Capital)의 다니엘 앨퍼트 파트너는 위워크나 우버처럼 상장하기 전에 CEO가 구설수에 휘말려 바뀌는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 CEO들이 (상장 전의) 초기 투자자들에게 시장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잘못된 확신을 심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유니콘들이 엄청난 수익성을 기대하며 시장에 나왔다”며 “그들은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며 신화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회사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위워크의 공동 업무공간을 봅시다. 물론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설과 사무실을 임대해 주는 건물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들은 중개인이 필요하지 않아요. 위워크는 기술 회사가 아닙니다. 그저 사무실 임대 회사일 뿐입니다.”

지난해 위워크는 매출 성장세에도 순손실 16억달러를 기록했다.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470억달러(약 56조4000억원)에서 100억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 위워크의 IPO의 지연은 투자자들이 이제는 스타트업을 무조건 맹신적으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공개 시장의 투자자들은 확실히 더 회의적이다. 그들은 스타트업들이 규제기관에 제출한 서류의 세부 사항들을 일일이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이미 많은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들이 높은 가격으로 평가되는 것을 더 이상 정당화하지 않는다. 그것은 리프트(Lyft)나 슬랙(Slack) 같은 회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또한 26일(현지시간) 상장된 운동용 자전거 회사 펠로톤(Peloton)에게도 같은 척도가 적용될 것이다. 이 회사도 2019 회계년도에 7억 1920만달러(8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1억 9560만달러(23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경제와 전체적인 시장이 악화되면 그들의 지도자가 아무리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유니콘이 여전히 성과를 낼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an Diego State University)의 스티븐 브린크스 재정학 교수는 "(상장도 하기 전에) 이미 이 모든 현금이 바닥났다면, 어떻게 더 험난한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그것은 특히 위워크에게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NYU's Stern School of Business)의 스캇 갤로웨이 마케팅 교수는 "위워크에 대한 부검 결과는 미증권거래위원회 서류양식 S-1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회사의 막대한 손실, 상식을 벗어난 애매한 강령, 노이먼 CEO와 그의 아내 레베카의 지나친 의결권 등이 드러난 회사의 IPO 서류에 대해 얼마나 비웃었는지"를 상기시켰다.

사실, 과거를 돌아보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쉽다. 위워크 주위에는 집단적인 마니아가 있었다. 실제로 위워크를 공모시장까지 끌고 간 거의 모든 은행의 계산이 틀렸다. 불과 1년 전에, JP모건은 노이먼 CEO에게 600억 달러(72조원) 이상을 낼 구매자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고, 골드만삭스는 900억 달러(108조원) 이상 갈 것이라고 띄웠다. 모건 스탠리는 1000억 달러(120조원)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한 모든 평가들이 노이먼을 대담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교훈은 이렇다. JP모건은 위워크를 포기했다면 큰 수수료를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지 모르지만, 위워크를 고집함으로써 더 값진 것, 회사의 평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