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 종료로 흔들리고 있다. 이 지점에서 메모리 반도체에서 강점을 보이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시스템 반도체에도 집중하며 다양한 성과를 내는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 악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경쟁이 시작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P램과 M램, Re램 시대다.

▲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라인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국내 빅2 반도체 전략은?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26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액은 48억7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억94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21% 줄었다고 밝혔다. 실적이 발표된 후 마이크론의 주가는 4%나 밀렸다. 

D램을 중심으로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이크론도 그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감산을 통해 공급 조절에 나섰으나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 여파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4분기 D램 업황 악화가 일시적으로 조정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아직은 부정적인 전망이 더 우세하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10월 초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매출 약 60조 5000억원, 영업이익 약 7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2분기 매출 56조1270억원, 영업이익 6조5970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고무적인 예상이 나오고 있으나 반도체 부문에서는 D램 및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여파로 극적인 반등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튼튼한 인프라를 유지하는 한편 시스템 반도체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타깃은 파운드리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리는 것이 골자다.

▲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포럼이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한다. 규모적 측면으로는 ‘역대급’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고용 인력은 1만5000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그 중심에서 파운드리 경쟁력이 날카로우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5년 파운드리 사업을 처음 시작해 2009년 로직 공정 연구소를 신설하고 2012년 미국 오스틴 S2 라인 가동으로 파운드리 생산을 크게 확대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14나노 핀펫, 2016년에는 10나노 핀펫으로 진격했고 2017년 10나노를 거쳐 지난해 2월 7나노 공정시대를 선언한 상태다. 아직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TSMC에는 크게 밀리고 있으나, 2위 사업자로 올라선 후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부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나 핵심은 메모리 반도체에 두고 있다. D램에서는 2위, 낸드플래시에서는 4위 점유율을 지키는 가운데 아직 성장의 여백이 넓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공격적인 로드맵이 전개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128단 1Tbit(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양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96단 4D 낸드 개발 이후 8개월만에 128단 4D 낸드를 양산에 돌입하는 셈이다. 128단 낸드는 업계 최고 적층이다. 한 개의 칩에 3bit(비트)를 저장하는 낸드 셀(Cell) 3600억개 이상이 집적된 1Tb 제품이기 때문이다. 초균일 수직 식각 기술과 고신뢰성 다층 박막 셀 형성 기술, 초고속 저전력 회로 설계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다. TLC 낸드로는 업계 최고 용량인 1Tb를 구현했다.

8월에는 업계 최고속 ‘HBM2E’ D램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HBM2E는 초고속 특성이 필요한 고성능 GPU를 비롯해 머신러닝과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등 4차산업 기반 시스템에 적합한 고사양 메모리 솔루션이다. HBM은 칩 자체를 GPU와 같은 로직 칩 등에 수십um(마이크로미터) 간격 수준으로 가까이 장착해 빠른 속도를 자랑하게 만든다.

다만 SK하이닉스도 업황 악화에는 몸을 잔뜩 움츠리는 분위기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 6조4522억원, 영업이익 6376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이후 11분기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가 붕괴됐으며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된 직후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무려 51%까지 하락했다. 결국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감산을 선언했으며, 라인 투자에도 일부 속도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 업계 최고속 ‘HBM2E’ D램이 보인다. 출처=SK하이닉스

급부상하는 차세대 메모리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터널을 지나며 허리띠를 조이는 한편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 나아가 '집토끼' 지키기에 나선 가운데 새로운 경쟁구도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바로 시스템 반도체의 왕자 인텔의 '콜라보 로드맵'이다.

인텔은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강자며,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정조준해 눈길을 끈다. 바로 옵테인 카드다.

▲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이 옵테인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인텔

옵테인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의 약점을 보완했고 속도가 일반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빠르다. 즉 D램과 낸드플래시의 좋은 점만 모아 그 성능을 극대화시켰다는 뜻이다. 2017년 마이크론과 협력해 만든 3D 크로스포인트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3D 크로스포인트는 데이터를 저장하면서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크게 보면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결합으로도 여겨진다.

옵테인은 P램(Phase change RAM)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P램은 전류를 가할 때 물질의 일부가 결정 상태에서 비결정 상태로 변하는 순간 저항의 차이가 발생, 이를 0과 1의 데이터로 구분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심지어 3D 낸드플래시와 비슷하게 3D 구조로 적층할 수 있어 용량의 확대와 조절에서 자유롭다.

▲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가 보인다. 출처=인텔

삼성전자도 한 칼이 있다. 다만 P램보다는 2세대 M램, 즉 STT-M램(Spin Transfer Torque-Magnetic RAM)에 집중하고 있다.

M램은 자성 반도체로 불린다. 자기장이 서로 밀고 당기는 현상을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처리하며 일반 D램과 비교하면 집적도가 무려 1000배다.

삼성전자는 이미 내장형 M램인 eM램(embedded Magnetic RAM)을 출하한 상태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절연막을 씌워 누설 전류를 줄일 수 있는 28나노 FD-SOI 공정 기반이며 전원을 차단해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이면서 D램 수준으로 속도가 빠른 메모리 반도체의 특징을 살려 전력은 더 적게 소모하면서 속도는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내장형 메모리는 사물인터넷기기 등 소형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MCU’나 ‘SoC’같은 시스템 반도체에서 정보 저장 역할을 하는 메모리 모듈이다. 주로 플래시(Flash)를 기반으로 한 eFlash(embedded Flash Memory)가 사용된다. 그러나 eFlash는 데이터를 기록할 때 먼저 저장돼있던 기존 데이터를 삭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속도와 전력효율 측면에서 단점이 있었다.

삼성전자의 28나노 FD-SOI M램은 데이터 기록시 삭제 과정이 필요 없고, 기존 eFlash보다 약 1000배 빠른 쓰기 속도를 구현한다. 또한, 비휘발성으로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저장된 데이터를 계속 유지해 대기 전력을 소모하지 않으며, 데이터 기록시 필요한 동작 전압도 낮아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이상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상무는 "신소재 활용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차세대 내장형 메모리 솔루션을 선보이게 됐다"며 "이미 검증된 삼성 파운드리의 로직 공정에 M램을 확대 적용하여 차별화된 경쟁력과 뛰어난 생산성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해갈 것" 이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의 뉴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M램에 집중하고 있다. 2011년 일본 도시바와 함께 STT-M램을 공동 개발하는 한편 합작사를 설립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여기에 Re램도 파고들고 있다.

P램과 M램, Re램은 모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으나 이론적으로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기능을 압도한다. M램은 주로 사물인터넷 기술에 활용되며 나머지는 클라우드 기술과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이유로 5G 및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하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반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인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