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사옥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업계 3강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근로시간 체크가 엄격해진다. 각 사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임직원들의 ‘업무 외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을 근로 시간에서 제외한다. 이에 대해 합리적인 제도라는 공감과 과도한 처우라는 불만이 상충하고 있다. 

2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오는 10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한편 임직원의 근무 중 자리비움 시간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앞서 8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넥슨은 직원들이 스스로 자리 비움 시간을 체크하는 방식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8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후 9월부터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다. 넥슨에 따르면 근무 외 자리 비움 시간을 체크하는 방법은 직원이 15분 이상 업무 외적으로 자리를 비울 것으로 예상될 때 직접 ‘자리 비움’ 스위치를 눌러 그 시간만큼이 근로 시간에서 제외되는 방식이다. 

넥슨 관계자는 “근로 시간 제외는 강제적인 것은 아니며, 직원들에게 권고하는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임직원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비가동 상태’일 경우 업무를 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시스템이 간주하며, 그 시간이 10분을 넘기면 근로 시간에서 제외한다. 해당 시스템은 현재 넷마블의 일부 자회사를 중심 테스트하고 있다. 임직원이 회의 등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시간을 소비한 경우 수정 요청을 통해 조정하는 방법으로 가닥을 잡았다.

넷마블은 해당 시스템을 오는 10월 1일부터 전사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테스트 과정에서 정한 10분이라는 시간 기준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넷마블 관계자는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근로 외 자리 비움의 기준을 ‘공간’으로 정했다. 임직원은 흡연실, 사내 카페, 헬스장, 사내 병원 등에서 5분 이상 있을 경우, 그 시간만큼을 근로 시간에서 자동 제외한다. 다만 화장실, 회의실 등에서 보내는 시간은 근로 시간으로 인정된다. 사내 카페에서 업무 관련 회의 등을 했을 경우에는 소명하고 근로시간을 인정 받을 수 있다. 현재 사내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10월1일 공식적인 적용에 돌입한다. 

일각에선 5분은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너무 짧은 시간이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해당 시스템은 직원이 근로 시간이 인정되지 않는 공간에 머무는 시간만을 체크한다. 공간에 진입할 때 출입 카드를 통해 시간을 체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임직원이 흡연실을 이용할 경우 흡연실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체크되지 않고 흡연실에 들어가기 위해 카드를 태깅한 순간부터 시간이 측정되는 식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5분이라는 시간이 적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이는 이동 시간을 제외한 순수 휴식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시스템 vs  과도한 처우

기업들이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포괄임금제를 폐지함에 따라 정확하게 근무 시간을 측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미리 연장, 야간, 휴일 근무 시간을 정해놓고 정해진 액수를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근로자는 회사와 합의한 시간보다 적게 일하거나, 많게 일하더라도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이에 게임 업계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결국 주요 게임사를 중심으로 포괄임금제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게임사들이 추진하는 휴식 시간 제외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관계자는 “어떤 행위까지를 근로 시간으로 볼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거 같다”면서 “다만 개별 사업장에 포괄임금제에 따른 근로 시간 제외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 폐지와 함께 일부 게임사에 도입된 근로 중 휴식 시간 제외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일을 한 만큼 정확한 보수를 지급하는 제도인 만큼 휴식 시간 제외는 정당하다고 말하며 해당 제도에 동의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 분 단위로 직원들의 근로 시간을 조정하는 건 직원을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올해 게임 업계는 노동 환경에 대한 논의가 주요 쟁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엔 넥슨, 스마일게이트 직원들을 중심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들 노조는 최근 잇다라 판교에서 고용안정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